얼마 전 오랜만에 친구와 미래에 대한 긴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는 둘 다 기술을 다루는 사람들이라 늘 세상의 흐름에 민감하고,
변화를 앞서 읽어야 한다는 묘한 압박감 속에서 살아간다.
그런 우리가 한참이나 나눈 이야기는 의외로 "신용"에 관한 것이었다.
친구가 최근 읽었다는 일본 작가의 책에서 "신용주의 경제"라는 개념이 등장했다고 했다.
자본주의에서 시간주의 경제를 거쳐 결국 신용이라는 무형의 가치를 중심으로 사회가 재편될 거라는 내용이었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땐 조금 막연한 느낌이 들었다.
정말 그런 시대가 올까?
지금의 우리는 숫자로 드러나는 연봉, 자산, 매출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데 말이다.
그러나 친구의 설명을 듣다 보니 생각보다 우리 주변에서 이미 그런 변화가 시작되고 있음을 깨달았다.
인플루언서라는 존재가 대표적이다.
팔로워는 숫자이지만, 사실은 "믿음"이다.
그 사람을 믿는 이들이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돈을 지불하고,
가치가 창출되는 구조다.
그러고 보니, 우리 시대의 신용은 조금씩 숫자를 넘어 개인에 대한 믿음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이야기를 나누며 처음 강의를 시작했을 때의 일이 떠올랐다.
강의 경력이 전혀 없었던 나는 들어온 제안을 고민 없이 받아들였다.
당시의 나는 보수가 적다는 생각보다,
누군가 내게 기회를 주었다는 사실에 고마웠다.
적은 보수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나는 낮은 가격을 믿음을 얻기 위한 비용으로 생각했고,
그렇게 조금씩 내 신뢰를 쌓아갔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 좋은 조건과 많은 기회가 찾아왔지만,
나는 처음의 마음을 잊지 않았다.
그렇게 구축된 관계는 지금도 나를 지탱하는 중요한 자산이 되었다.
친구와 이야기하며 나의 경험이 떠오른 이유는,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숫자와 기술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확신 때문이었다.
우리는 서로가 가진 기술이나 지식보다, 상대를 신뢰할 수 있는지 여부로 관계를 맺고 협력한다.
루피가 바다를 항해하며 동료를 찾는 것처럼,
우리는 서로 신뢰를 바탕으로 곁에 두고 싶은 사람들을 찾아 나선다.
내가 처음 강의를 시작했던 그날처럼, 그
리고 친구가 이제 막 자신의 길에서 믿음을 쌓기 시작한 것처럼 말이다.
결국, 미래는 기술이나 자본이 아니라 믿음이 더 중요한 가치가 될지 모른다.
친구는 웃으며 말했다. "손해를 보더라도 당장은 괜찮아. 그게 언젠가는 더 큰 신뢰로 돌아올 테니까."
나는 그 말을 마음속 깊이 새겼다.
어쩌면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세상은, 서로가 서로를 믿는 만큼 풍요로워지는 세상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렇게 믿음이라는 가장 오래되고도 새로운 자본을 쌓아가는 길 위에 서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