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보다 중요한 단 한 가지

by 오유나

제가 AI 엔지니어라고 하면 다들 핫하거나 잘 나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남들이 보기엔 그럴듯해 보이고, 걱정 없는 삶을 살고 있다고 느껴지겠지만, 실상은 다르죠.

저는 매일, 아니 거의 매 순간 제가 언제든지 필요 없어질 수도 있다는 압박을 느끼고 있습니다.


기술이 발전하면 할수록 제가 하는 일은 점점 더 효율적으로 대체될 수 있어요.

물론 사회 전체로 보면 아직도 엄청 비효율적이고,

제가 갑자기 사라진다고 세상이 멈추진 않겠지만,

한 개인의 입장에서는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와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부담이 큽니다.


사실 인간은 존재 자체로 충분히 소중한 건데, 현실은 그걸 증명해야만 인정받는 사회예요.

종교가 있다면 존재 자체가 신에게 선택받았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계속해서 스스로를 입증해야 하죠.


그 압박은 기술직 종사자에게 더 크게 다가옵니다.

신입은 신입대로, 중년은 중년대로 점점 더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고,

채용 기준은 명확하지 않아요.


"너가 제일 잘하면 뽑아줄게."

이 말처럼 무한 경쟁의 논리만이 남아있어요.


저는 AI 엔지니어로서 늘 최신 기술을 어느 정도는 써보고, 이해하고, 트렌드를 따라가야 한다는 부담이 있어요. 일부러 무시하려 해도, 뒤처질까 봐 불안하고, 도태되지 않으려는 불안감은 쉽게 떨칠 수 없습니다.


그 불안을 친구에게 이야기했더니, 그는 자기가 확실한 포지션을 갖고 있기에 잡을 잃을 걱정은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구요. 그보다 그는 더 높은 곳에 가지 못할까 봐 조급하다고 말했습니다. 뭐... 방향은 다르지만, 결국 우리 모두는 불안 속에 살고 있는 거죠.


링크드인을 보면, 누군가는 나보다 더 빠르게 최신 기술을 익히고, 더 잘 써보고, 더 자주 글을 올립니다.

나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사람들을 보면 또다시 작아져요.

내 위치가 어디쯤인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차원적인 경쟁 속에서 살고 있으니까요.


친구는 자기를 대체할 사람이 없다며 자신 있게 말하지만,

저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끝없이 저를 갱신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나라는 사람이 기술만으로 평가되는 게 아닌가 하는 회의감도 들고요.


그런데 어느 순간 깨달았어요. 결국 기술보다 중요한 건 신뢰와 관계라는 걸.

일본의 한 기업 담당자가 "우리도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른다, 그래서 믿을 수 있는 파트너가 필요하다"고 말했던 이야기가 인상 깊었어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 기준이 되는 순간이었죠.


그래서 이제는 저 자신이라는 브랜드를 신뢰와 관계로 채워가고 싶어요.

물건을 잘 파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를 함께 고민해주는 사람으로 기억되도록요.

기술은 바뀌지만, 사람 사이의 신뢰는 오랫동안 남잖아요.


조급함을 줄이고, 지금 배우는 것들이 결국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줄 거라는 믿음을 갖고,

저는 오늘도 묵묵히 성장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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