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오와 요한나 빈센트 반 고흐의 사랑
여러분은 어떤 사랑을 했나요? 혹은 하고 있나요?
저는 연애가 끝난 후에 제가 한 게 사랑이 맞는지 늘 고민합니다. 아프고 애틋했던 감정이 어디에서 오는지 곱씹어 보는 편이에요. 연애를 위한 사랑이었는지, 사랑을 위한 관계였는지 생각하다 보면 늘 저는 이건 사랑이 아녔다고 결론짓곤 해요. 아직 진짜 사랑이 뭔지, 어떤 모습으로 찾아오는지 잘 모르겠어요.
21세기의 사랑은 조건적이라는 말에 저는 사랑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려고요.
첫 글은 '스물아홉, 사랑하는 남편이 죽다. 아이와 나를 남겨두고'입니다.
부제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에 당신은 무엇을 할 수 있나요? 에요. 테오와 요한나 반 고흐의 사랑을 가져왔어요.
여러분이 마침내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 결혼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가정을 꾸리고 행복한 일상을 보내다 남편이 1년 반 만에 아이를 남겨두고 죽는다면,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결혼한 나이가 스물일곱이고, 스물아홉에 혼자가 되었다면요.
요한나는 스물일곱에 테오와 결혼합니다. 결혼 후 1년 반이 지난 1891년 테오는 그녀와 어린 아들을 남겨두고 사망하죠. 여러분이 스물아홉의 요한나라면 어떻게 하셨을 것 같나요?
저는 절망감에 휩싸였을 것 같아요. 사랑하는 남편의 죽음과 앞으로의 삶에 대한 두려움, 후회, 책망 같은 감정들이 밀려왔겠죠. 요한나는 남편의 죽음에 슬퍼하면서, 그가 남겨놓은 것에서 그를 찾으려고 합니다. 남편이 죽은 해 그녀는 일기에서 빈센트의 작품을 널리 알리는 것이 자신의 사명이라고 적어요.
테오는 아이를 돌보는 일 이외에 또 다른 일 하나를 남겨두고 먼저 세상을 떠났다.
그것은 빈센트의 작품들을 사람들에게 보여 주고 가능하면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게 하는 일이다.
테오와 빈센트가 모아 놓은 이 귀한 것들을 아이들에게 존중받도록 보관하는 일 역시 나에게 남겨진 사명이다.
요한나는 남편이 그리운 밤마다 반 고흐와 나눈 남편의 편지를 읽었고, 668편의 편지를 날짜별로 정리합니다. 형을 평생 지지한 남편을 위해, 반 고흐가 사람들에게 옳게 평가받게 해요. 그녀의 사랑이 없었다면, 반 고흐의 편지나 작품은 없을 수도 있겠죠.
테오가 아프기 시작할 때부터 그 편지들은 이미 내 삶에서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어.
집에 돌아와 혼자 밤을 지새워야 했던 그날, 나는 그 편지들을 꺼냈어. 그 속에서 테오를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거든. 그 편지들은 정말 힘들었던 시간을 보내는 내게 많은 위로가 되었어. 그 편지에서 내가 만나고 싶었던 것은 빈센트가 아니라 테오였어. 나는 그 편지들을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 꼼꼼히 읽었어.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 그 편지들을 읽었지. 그런데 그 편지들을 읽고 또 읽었더니 어느 순간 빈센트가 보이더군.
생각해 봐. 빈센트가 자신의 작품에 대한 사람들의 무관심에 얼마나 실망했는지. 그 사실이 너무 슬펐어.
지난해 빈센트가 세상을 떠나던 날이 생각나.
그날은 바람이 심하게 불고 비가 내리고, 칠흑같이 어두웠지. 집집마다 불이 켜져 있었고 사람들은 식탁에 둘러앉아 있었지.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모든 사람들이 빈센트에게 등을 돌렸을 때 그가 느꼈을 고독을 똑같이 느낄 수 있었어. 빈센트가 내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쳤는지 네게 알리고 싶어.
그는 내가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평화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어.
'평온'은 빈센트와 테오가 함께 좋아했던 말이야. 그들은 평온함을 최고의 선으로 여겼지.
그런 평온함을 나는 찾았어. 그 겨울 이후 나는 혼자 있어도 불행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었어. 빈센트가 말한 '슬픈 것 같지만 기뻐하는 삶.' 그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이제 알 것 같아.
그녀가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저는 이 글을 다이어리에 옮겨 적었어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에 슬퍼하며 절망에 허우적대기보다는, 사랑하는 마음을 끌어와 그가 생전 원했던 것들을 현실로 만든 그녀. 남편의 형인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는 것, 그녀는 사랑의 힘으로 그것을 해냅니다. 그 일을 해내며 그녀는 혼자 있어도 불행하지 않는 평온함을 갖게 돼요.
폭풍 같은 사랑이 절망적으로 끝낸 후 오는 평온함, 저도 그런 평온함을 갖는 사람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여러분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에
어떤 일을 할 수 있나요?
100년 전 테오를 향한 그녀의 사랑 덕분에 반 고흐의 작품은 사랑받고 있네요. 저는 이제 반 고흐의 작품을 볼 때 요한나의 사랑도 함께 떠올릴 것 같아요. 사랑하는 사람에 죽음에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그런 운명적 사랑에 대해 생각해 보는 밤이에요.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있다면, 요한나와 테오의 사랑 얘기를 나눠보는 건 어떨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