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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디 Jan 14. 2022

힘들어하는 연인을 보며  결혼을 결심한 적 있나요?

소명에 따라 사랑한, 고흐와 시엔

어부의 귀환을 기다리며 - 요제프 이스라엘스

                                       

여러분은 자신만의 소명이 있나요?  저는 인생 가치관이 명확한 사람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소명과 가치관은 나이가 쌓이고 시간이 지나면서 변하는  같아요. 지금 저는 가치관은 없지만 좌우명은 있어요! '지금 행복하자, 다만 남에게 상처주지는 말자'예요. 자극과 반응에는 간극이 있다는 말을 좋아해서  긍정적으로 살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어요.


아직 앞자리가 바뀌지 않은 저로서는 이건 맞고 저건 틀리다! 의 명확한 가치관을 갖고 싶진 않아요. 아직 때가 너무 이른 것 같거든요. 사회생활을 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날 테고 멋진 사람들의 영향을 받겠죠. 더 많은 경험을 했을 미래의 저에게 올바른 가치관을 선택할 기회를 주려고요.


하지만 어린 나이에도 명확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은 멋져 보여요. 고등학생  채식을 하는 선배가 있었어요. 18 선생님께, 저는 채식주의자니 고기 회식은 피해 주세요! 당당하게 말했던  선배가 정말 멋져 보여서 한동안 선배  앞에 우유 주려고 서있었던 기억이 있어요. (여자 선배였다).  선배 지금 어디서  할지 궁금해하다가 얼마  SNS에서 사회운동을 하고 있는  봤어요. 어릴  가치관을  지켜서 이제 '동물권' 위한 삶을 사는   선배의 소명이 되어있더라고요. 언제 봐도 멋진 선배! 오랜만에 연락을 해서 함께 점심을 먹으며 선배의 연애 얘기를 들었어요.


나는 채식하는 남자가 아니면 함께 살 수 없어.
육식하는 사람을 사랑하진 못할 것 같아. 그냥 내가 그렇게 되어버렸어.


 집에 오는 길에 선배의 말을 몇 번이고 곱씹어 봤어요. 그러다가 고흐와 시엔의 사랑 얘기가 떠올랐습니다.


어머니의 마음 - 요제프 이스라엘스

                                         

가난한 사랑에도 결혼을 결심한 적이 있나요?

빈센트의 연인은 잘 알려지지 않았죠. 그도 그럴 것이 그가 사랑했던 시엔에 대해서 알려진 바가 거의 없어요. 반 고흐의 그림인 <슬픔>과 <위대한 여인>, <난로 옆 마룻바닥에 앉아서 담배를 피우는 시엔>이 시엔의 얼굴을 볼 수 있는 소수의 작품들입니다.


반 고흐가 시엔을 처음 만났을 당시 그녀는 임신한 상태였고 다섯 살 된 딸아이도 있었어요. <슬픔> 은 임신한 지 약 7개월 된 시엔을 그린 것입니다. 반 고흐는 그림 아래쪽에 "어찌하여 이 땅 위에 한 여인이 홀로 버려진 채 있는가?"라고 적었어요. 그는 이 그림을 통해 사회적으로 눈총 받는 시엔과 자신의 사랑을 변호하고 싶었는지도 몰라요.     


난로 옆 마룻바닥에 앉아서 담배를 피우는 시엔 - 반 고흐 (1882)

   난로가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시엔의 표정이 보이시나요? 쓸쓸한 감정을 넘어서 고통이  몸을 빠져나간 모습이에요. 거친 풍파에 시달린 표정을 하고 있죠. 동시대 사랑하는 여성의 아름다움, 성적인 매력들을 표현한 다른 화가들의 작품과는 확실히 달라요.


반 고흐는 자신의 소명에 따라 시엔을 사랑했어요. 불타오르는 사랑과 욕망이 아닌 그의 소명이 그를 그녀에게 이끌죠. 5살 난 아이와 함께 거리에 살며 임신한 시엔을 그 누구도 주의 깊게 챙기지 않았어요. 그는 그런 그녀를 혼자 둘 수 없어 목욕을 시켜주고 거리에서의 삶을 끝내도록 도와줍니다. 밑에 고흐의 편지에서 그 사실을 알 수 있어요.


<슬픔 - 반 고흐>
"지난겨울 나는 임신한 한 여자를 길에서 보았다. 생계를 위해서 거리를 헤매는 임신한 여자. 그녀는 빵을 먹고 있었어. 그걸 어떻게 얻었는지 상상할 수 있겠지? 나는 그녀를 모델로 삼고 겨우내 그녀와 함께 작업을 했어. 하루치 모델료를 다 지불하지는 못했지만, 집세를 내주고 내 빵을 나누어 주어 그녀와 그녀의 아이를 배고픔과 추위에서 구할 수 있었어. 처음 그 여자를 보았을 때 병색이 짙어서 눈길이 갔지. 목욕을 시켜주자 그녀는 훨씬 더 건강해졌어 (.....)
나는 지금보다 더 나은 때에 그녀와 결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그것이 그녀를 도울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야.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녀는 다시 과거의 길, 자신을 구렁텅이로 내몰 것이 분명한 그 길로 돌아갈 수밖에 없을 테니까... 네가 이 편지를 읽으면 내 상황을 더 잘 파악할 수 있을 거야. 누군가 나에게 부도덕하다고 비난한다면 할 말이 없어. 나는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어.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해야 했어. 이 여자, 병들고 임신한 데다 배고픈 여자가 한겨울에 거리를 헤매고 있었어. 나는 정말이지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단다. (1882. 5.3 ~ 5.12)"        

  

첫걸음 - 요세프 이스라엘스

     고흐는 시엔에게 해줄  있는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그러다 시엔의 출산 소식을 듣고 그녀가 입원한 병원에 가게 돼요. 거기서  태어난 아기를 보고, 그는 시엔과 결혼하기로 결심합니다.


<위대한 여인 - 반 고흐 (1882)>

시엔과  고흐는 결혼하지 못합니다. 비극적인 사랑이야기예요.  고흐의 아버지는 선교사였고, 그의 삼촌   명이 화랑을 운영했을 정도로 풍족햇어요. 반면 시엔은 거리에서 매춘하며 살았죠 그녀의 가족은 시엔이 매춘을 통해 벌어다 주는 돈에 의지했고, 시엔에게 다시 거리로 나갈 것을 강요해요.  고흐의 가족은 집안의 명예 때문에, 시엔의 가족은 경제적인 이유로 둘의 결혼을 반대합니다.


시엔과 헤어진 반 고흐는 시엔과 만난 도시 (헤이그)를 영영 떠났고, 시엔은 다시 거리로 나가 매춘을 합니다. 그 후 시엔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얘기가 있지만, 확인된 것은 아니라고 해요.


                                                                                                                                             



소명에 따른 사랑을 했던 고흐. 그가 했던 사랑이 정말 사랑이었는지는 의견이 분분할 것 같아요. 시엔이 아니라 다른 임신한 여자였어도 고흐는 그녀와 결혼을 결심했을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시엔만을 향한 사랑이라고는 확신할 수 없어요. 하지만 시엔이기에 고흐가 결혼을 결심했을 수도 있죠.


저는 대학 시절 소설과 동화를 썼는데요, 부끄럽지만 첫 소설에 저는 사랑은 '사랑'이라는 같은 이름 안에 모두 같다고 적었어요. 고귀한 사랑, 순결한 사랑, 진실된 사랑 같은 말은 사랑하는 주체가 아닌 밖의 객체들의 평가라고 생각해요. 둘의 관계에서 만들어진 미묘한 감정과 기억과 순간들이 중요하지, 사랑 밖의 말들에 흔들리며 남은 감정을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 글을 언젠가 읽게 될 여러분은 소명에 따라 사랑을 지킨 적이 있는지 궁금해요. 그 사랑을 고흐와 시엔처럼 잃었다면 따뜻한 위로를, 고통스럽지만 그 사랑을 지켜내고 있다면 응원을 전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오늘은 고흐와 시엔의 얘기를 나눠보는  어떨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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