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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디 Jan 14. 2022

사랑 앞에 초라해지지 않겠다는 다짐

마르크 샤갈과 벨라


어떤 사람을 만나고 아! 이건 운명이다! 느낀 적 있으신가요? 저는 없어요. 누구를 먼저 좋아해 본 적도 없고, 고백을 해본 적도 없습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짝사랑 경험도 없어요.


사실 저는 제가 누구인지 잘 모르는 게 싫었어요. 나는 뭘 할 때 행복한지, 어떤 음식을 제일 좋아하는지, 음악은 뭘 들을 때 평안한 지. 내가 나에 대해 아는 게 없더라고요. 그래서 먼저 누구를 좋아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지금은 저를 설명할 수 있어서, 저와 비슷한 사람이 있다면 먼저 좋아할 자신이 있어요. 쳇베이커나 다른 사람은 누구인지도 모르는 재즈 음악을 듣고, 주말에 같이 책 읽고, 브런치에 글도 쓰는 남자를 이상형으로 찾고 있는데, 주변에 없어요!


여하튼! 저는 이십 대 초반 금사빠, 짝사랑 전문가들을 보면 그렇게 신기했어요. 어떻게 짧은 시간에 저렇게 좋아하지? 하고요.


친구 A는 잘생기기만 하면 자기 운명의 상대라고 했어요. 대학교에서 함께 문학을 전공하던 친구였는데, 같은 동아리라고 운명. 의도치 않게 같은 수업을 듣는다고 운명!  같은 학식 메뉴를 골랐다고 운명이라는 거예요. 당황스러웠지만, 티 내지 않고 운명인가 봐~! 해준 기억이 있습니다.


3월에 짝사랑을 시작한 제 친구는 5월이 돼서 고백을 했는데 대차게 까입니다! 그 오빠 말, 나는 스물 초반은 여자로 안 보여~ A가 더 멋져지면 그때 만나자~ 했다는데, 정말 거지 같은 거절 멘트였지만 문학 전공이던 제 친구.. 그때부터 성공하겠다고 마음먹습니다. 성공은 못했지만 그 오빠 덕에 저는 스무살 5월에 위로주를 잔뜩 먹었어요.


<에펠탑의 부부 - 마르크 샤갈>

                                                 

벨라와 처음 만나던 순간, 그녀는 나의 가장 깊숙한 내면을 꿰뚫어 보는 것 같았고 나는 그녀가 바로 나의 아내가 될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마르크 샤갈)

나는 항상 꿈을 꾸었어요. 언젠가 반드시 어느 화가에게 내 마음을 빼앗길 거라고 말이에요.
그 사람은 마음으로 그리는 사람이 아니면 안 되었죠. (벨라)


마르크 샤갈과 벨라도 첫눈에 서로를 운명으로 느꼈다고 해요. 하지만 여기에도! 집안의 반대가 있었습니다. 벨라는 보석상을 하는 유명한 집안의 딸이었고 샤갈은 무명의 화가에 불과했거든요. 벨라를 너무 사랑하지만 본인의 초라한 모습을 견디지 못한 샤갈은 크게 성공한 뒤 벨라에게 청혼하겠다! 약속하고 파리로 떠나요.


<창 밖으로 보이는 파리 풍경 - 마르크 샤갈>

샤갈이 성공을 결심한 시기 그린 그림이에요. 왼쪽 두 개의 얼굴이 파리에 머물고 싶은 샤갈과 고향으로 떠나고 싶어 하는 샤갈을 보여주고요, 오른쪽 하단에는 벨라에게 주고픈 꽃다발이 있네요. 샤갈의 손에 하트도 있어요! 샤갈의 전시는 파리에서 큰 인기를 얻고 1914년 당당하게 벨라에게 돌아갑니다. 그리고 청혼하죠. 정말 로맨틱해요.


<생일 - 마르크 샤갈 (1915)>

 샤갈이 밸라에게 청혼한 그 해의 생일입니다. 샤갈이 붕붕 떠있죠. 기분이 좋으면 하늘로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을 샤갈은 공기인형으로 표현했어요. 그림에 먹던 빵도 있고 줬던 꽃도 있고, 동화를 썼던 제가 너무 좋아하는 그림이에요. 자세히 보면 벨라의 오른발은 공중에 있고 왼발도 떨어지려고 하고 있어요. 그래서 놀란 표정을 지었나 봐요.


성공해서 사랑을 쟁취한 샤갈! 하지만 불행이 찾아옵니다. 러시아에서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스탈린 정권이 들어서면서 샤갈은 러시아를 떠나 파리로 향해요. 파리에 도착하자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이 시작됩니다. 샤갈은 떠돌이 생활을 해야 했고 이 시기 그림에 불행과 행복을 담아요.


<연인들>

<연인들> 은 이때 샤갈의 대표작입니다. 바이올린과 천사 그리고 쓰러진 집들을 찾아보세요. 바이올린은 유대인의 악기로 그들을 기리기 위해, 쓰러진 집들은 샤갈이 지내던 러시아의 고향입니다. 왼쪽 윗편 천사는 샤갈과 벨라에게 찾아온 어린 딸을 축복하는 거라고 해요. 이 시기 불행과 행복이 모두 들어있죠.


1940년 나치가 파리를 점령하자 샤갈은 시민권을 박탈당하고, 미국으로 망명합니다. 이때 벨라가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해요. 벨라에 장례식에 참가한 미국에 있던 수많은 예술가들은 샤갈이 우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해요.




삶이 언젠가 끝나는 것이라면
삶을 사랑과 희망의 색으로 칠해야 한다.

삶을 사랑과 희망의 색으로 칠해야 한다! 멋진 말이에요.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성공하고, 결국 사랑을 쟁취한 샤갈. 저는 샤갈과 벨라의 얘기를 처음 접했을 때 미술 하는 사람을 만나볼까.. 싶기도 했어요. 그만큼 둘의 사랑은 로맨틱했고, 그 사랑이 지금까지 샤갈의 작품을 사랑받게 하는 것 같아요.


오늘 집값 상승 양극화 기사를 봤어요. 성공의 기준이 서울 아파트가 되어버린 시대에서, 사랑까지 없는 삶이라면 팍팍할 것 같아요. 갑분 제 MBTI는 ENTJ인데요, 그래서 자기 전에 상상을 많이 해요. 성공의 기준 = 아파트로 삼았을 때 내가 언제까지 행복할 수 있을까? 에 대한 상상이요. 화성 이주를 하게 돼서 집값이 폭락하면? 지진이 일어나서 집이 무너지면? 기후위기가 20년 안에 와도 아파트가 성공일까? 하고요..


사랑을 위해 성공을 결심하는 건 정말 로맨틱하다고 생각해요. 짝사랑을 이루려고 자기 능력을 키우고, 몸을 좋게 만들고, 요리를 배우고 하는 건 팍팍한 세상에서 너무 예쁜 일 아닌가요? 저는 그럴 수 있는 사람이 돼보려고요.


성공을 결심할 정도로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오늘은 마르크 샤갈과 벨라의 그림을 보내주는 게 어떨까요!

<연인들>과 <생일>을 추천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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