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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동윤 Jul 01. 2021

삔 허리

아침부터 몸이 부드럽고 가볍다. 그런 날이다. 앉은 자리에서 춤을 추듯 모든 일을 마쳤고 덕분에 시간을 벌었다. 영화를 볼까. 마침 아껴둔 긴 영화가 있다. 세 시간짜리 영화라면 지금의 온도와 피로를 결국 맞바꿔야겠지만 오늘 아니면 영영 그 세 시간짜리 영화를 끝낼 수 없을 것이다. 그래 영화를 보자. 5시간 동안 접혀있던 다리를 풀었다. 샤론스톤의 그것과 달리 남자답고 터프하게


뚝.


왼쪽 골반이 고장났다. 클라이막스로 치솟던 현악 연주가 갑자기 멈추고. 방구석 신인 배우의 골반 위로 조명이 강하게 닿는다. 두둥. 밝은 빛이 전신을 감싼다. 모두의 숨죽임을 느끼며 그는 희열을 느낀다. 고요 속 신경을 건드는 통증이 허리를 타고 기어오른다. 사마처럼 길게 뻗은 그의 등줄기 사이로 땀방울이 구른다. 배우의 얼굴이 검게 물든다. 몸이 굳는다. 통증은 곧 몸통 전체로 퍼진다.


어처구니 없게도 나는 꼰 다리를 풀다가 왼쪽 고관절과 허리 사이 관절을 삐었다. 월요일부터 화, 수, 목하고도 쭉, 요양중이다.


아프면 억울하다. 억울해 쓴다.





그나저나 오늘 하늘이 이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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