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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avrin Jan 28. 2022

그 여자

-1

'이대로 나이가 들면 '젊은 여자'에서 '젊은'이라는 수식어가 빠진 그냥 '여자'가 되는 건가? 

아니 '늙은'이나 '나이 든'이라는 수식어가 그 빈자리를 메우려나? 근데 '늙은'이나 '나이 든'이라는 표현을 수식이라고 봐도 좋을까? 수식은 꾸며준단 말이잖아. 늙고 나이 들었단 말이 꾸며주는 말이라고 볼 수 있나?'


그녀는 월요일을 싫어했다.


다른 보통의 사람들처럼 일이 싫다거나 학교에 가기 싫은 이유가 아니라 할 일이 없는 자신과 달리 할 일이 있는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모습을 보기 싫어서였다. 차라리 모든 사람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듯 보이는 주말이 편했다. '평일에 저러고 있는 저 사람은 대체 뭐 하는 사람일까?' 하는 호기심 가득한 힐끗거림 없이 치열한 주중을 보내고 주말 동안 숨을 돌리는 평범한 사람처럼 보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세 번의 연애를 했다. 중간 길이의 연애와 아주 짧은 연애 그리고 아주 긴 연애. 일부러 기간을 정한 것도 아닌데 세상에 존재하는 연애를 다 경험해 보라는 듯이 모든 기간의 연애를 다 경험했다. 세 번의 연애를 하면서 깨달은 점이 있다면, 사랑이라는 감정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것과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애절하고 대단한 사랑이 아니더라도 주변 사람들의 반대로 인해 헤어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연애를 한다고 외롭지 않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녀는 3이라는 숫자와 인연이 깊은 건지 대학도 꼬박 삼수를 해서 입학했다. 어쩌면 그녀에게 대학을 다니지 말라는 하늘의 만류를 세 번이나 뿌리친 것일지도 모르겠다. 

가난한 집안의 어중간한 재능이 바로 그녀였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얼결에 받아버린 수학경시대회 동상으로 그녀는 천재가 되었고 중학교 때는 영재가, 고등학교 때는 둔재가 되었다. 그녀의 불쌍한 부모님은 성냥불이 그일 때 보이는 찰나의 빛 같은 가능성에 그들의 노후 하루, 한 주를 다음엔 한 달을 나중엔 일 년을 살 금액을 떼어다 그 찰나의 불꽃에 장작으로 밀어 넣었지만 이미 작디작은 불씨가 그 장작들을 태우긴 역부족이었다. 고작해야 휴지 정도를 태울 수 있었겠지. 어쩌면 그녀의 뇌는 초등학교 2학년의 경시대회 문제를 풀 정도의 뇌였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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