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미안해 널 미워해 - 현명하게 싸우는 법 (1)
'사랑과 증오는 종이 한 장 차이이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만한 문장이다.
누군갈 사랑해보지 않은 사람에게 이 문장은
사랑과 증오는 강렬한 감정이라는 공통점을 갖는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연애를 하는 사람에게 저 문장은 사랑과 증오가 강렬한 감정이라는 의미보단
사랑과 증오는 한 끗 차이라는 진리를 알려준다.
거창한 여러 가지 표현들도 필요 없이 방금 전까지는 치명적인 사랑스러움으로 나를 죽일 것 같던 사람이
죽이고 싶을 만큼 미운 사람으로 변하는 경험을 한번쯤은 하기 때문이다.
이때 우리는 사랑과 증오는 종이 한 장 차이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게 된다.
즉, 사랑하는 만큼(혹은 그 이상으로) 우리는 상대방을 미워할 수 있다.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우리가 우리들의 연인들과 싸움을 벌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는 것이다.
싸우지 않는 연애라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며 희귀한 경우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싸움에 대한 정당성을 깨달았다면 이제 고민해야 하는 것은
도대체 어떻게 싸워야 하냐는 것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있듯 우리는 싸움을 피할 수 없으니
현명하게 싸워야 한다.
현명하게 싸우기 위해서는 일단 왜 싸우는지부터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인들의 싸움은 정말 모든 것들로부터 영감을 받는 듯하다.
페북이나 인터넷 게시판에서 보이는 바람, 폭력, 배신 등으로 싸우는 연인들보단
카톡 말투, 행동, 대화의 태도, 점심메뉴 결정 등 정말 별 것 아닌 것들로 싸움이 시작된다.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사소한 것들로부터 시작된 싸움이라고 해서 그 싸움이 사소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 당시의 감정들은 너무나 당연하지만 진실한 감정이기 때문이다.
감정들이 분출하게 된 계기들이 사소한 것들이었을 뿐, 감정의 무게는 여전히 묵직하다.
그러니 그 묵직한 무게의 감정들을 우리는 상대방에게 정확히 이야기해야 한다.
싸움의 원인을 파악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많은 대화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의 대화는 상대방을 비난하거나 탓하는 대화가 아니라 왜 이런 상황이 벌어졌는지
나의 지금 감정이 어떤지 등을 말하는 것을 뜻한다.
대부분의 연인들이 자신의 감정을 말하는 것에 서툴다. 정확히는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다.
난 지금 기분이 나빠. 화나. 너라는 사람 꼴도 보기 싫어.
이런 말들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단 더욱 악화되게 만든다. 내 감정을 자세히 정확하게 말해야 한다.
내 기분이 나쁘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왜 나는 너의 행동이 서운했는지, 나는 어떤 의미로 너의 말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였는지, 그 결과 내가 지금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말해야 한다.
우리가 우리의 연인과 싸우는 이유는 다시는 그 사람을 보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사람과 오랫동안 보기 위해서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싸움은 더 나은 관계를 위한 성장통에 불과하므로 결코 싸움 자체가 목적이 되어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