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 애는 널 떠났잖아. 그래서 지금 네 곁에 없잖아.
왜 네 곁에서 늘 묵묵히 너를 바라보는 사람을 뒤로하고 저 멀리를 바라보고 있는 거야?
그걸 사랑이라고 할 수 있어? 이제 사랑은 잊히고 그저 습관처럼
매일 아침 일어나 창문을 열듯, 아무 생각 없이 커피를 내려 마시듯.
그런 걸 사랑이라고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야?
그렇게 네게 내 마음속 이야기들을 장맛비처럼 쏟아 내고 싶었지만.
네 사랑을 부정하는 게 곧 내 사랑을 부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걸 깨닫고.
그저 꾹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어.
나도 나를 바라보는 사람을 뒤로하고 저 멀리 너를 바라보고 있는 걸.
이게 사랑일까 자각도 없이 나도 눈을 뜨면 당연스럽게 너를 생각하고.
이 고통은 영원하지 않을 거야. 행복조차 영원하지 못하니까.
영원하지 않을 것이라 믿어.
잃어버린 사랑과 미뤄진 꿈 그 사이에서.
어디 하나 접붙일 곳 없는 마음은 오늘도 먼지처럼 부유하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