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받지 않는 아이

by OooAaa

민요도 배워봤고, 피겨 스케이팅도 해봤으며, 배드민턴을 해서 도대표로도 나가봤다고 했다. 지금은 영화에 꽂혀 있다. 입이 짧은 편이라 소고기아니면 잘 안 먹는다고. 때문에 돼지고기는 영 손에 대지 않았는데 흑돼지니까 특별히 먹어준다고 했다. 아낌없이 지원받고 사랑을 많이 받은 아이.


눈치빠르게 행동하며 누구에게도 미움받으려 하지 않는 또다른 소녀가 연신 고기를 나른다. 입이 짧은 소녀는 그애가 가져다주는 고기를 앉아서 먹기만 할 뿐 한번을 가지러 가지 않네? "야, 이번에는 니가 가서 좀 가져와봐라" 가볍게 퉁박을 준다. 이뿐아니라 함께 짐져야 할 궂은 일앞에서는 종종 뒤로 물러서 있길래, 고백컨대 너 좀 얄미웠어.


'미움받는 건 싫어 눈치를 볼래' 소녀는 체중이 좀 나간다. 그 덩치로 촬영장을 누비며 사브작사브작 이런저런 잡일들을 도맡았더랬다. 촬영 때 김밥으로 끼니때우느라 부족했겠다 했더니 사이에 몰래몰래 혼자 더 먹었다고 실토. 잘했네 잘했어! 이런 순박함은 나를 무너뜨린다. 소녀야, 너는 누구에게도 함부로 미움받을 이유가 없다. 그리고 민요와 피겨와 배드민턴과 영화의 소녀여, 해보고 싶은 걸 다 할 수만은 없다는 걸 알게 될 때가 올테지.


그 애는, 커트머리에 체격이 컸고 얼굴에 여드름이 좀 있었다. 친구는 아니었다. 그저 같은 반 아이. 예쁘장하지도 밝은 인상도 아닌, 말수도 별로 없고 늘 뒷자리에 앉아 있던. 지각과 결석을 자주 했었던가. 공부를 잘하지도 반 아이들과 어울리지도 그렇다고 잘 나가는 학교 날라리들 무리에 끼어 있는 것도 아니어서 그 애는 눈에 잘 띄지 않았다. 말수가 아주 없던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어쩌다 그 애와 말을 섞게 되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할머니와 같이 산다고 했고, 오빠들과 술담배를 하며 어울려 놀다가 억지로 섹스를 하게 되었다고 했다. 서로 말을 튼 지 오래지 않아 그 애는 학교를 그만뒀다. 연락처를 몰랐던 나는 그 애 이름만은 꼭 기억해 두었다가 그저 속으로만 안부를 묻곤 했다. 잘 지내니? 나는,


처음 대하는 것에 설레기보다는 더럭 겁부터 내는 경우가 많아졌어. 지난 연말에는 스케이트장을 찾았어. 스케이트는 곧잘 탔었거든. 근데 너무 오랜만에 타서 그랬는지 서 있기조차 불안하더라. 두 시간여 스케이트를 지쳤는데도 몸의 감각이 잘 돌아오질 않는거야. 벌써 까먹는 단계에 다다랐나봐.


미움받지 않으려는 소녀와 미움이라는 걸 알까 싶은 소녀가 따로 만날 약속을 잡는다. 내게는 어떤 관계의 그림이 보이지만 혹은, 알 수 없는 일이다. 어쩌면 고통 그러다가 성장. 그래도 혼잣말로 안부를 전하는 것보다는 나을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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