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꽃구경

by OooAaa

"이제 집에서 나갈건데, 핸드폰 두고 간다. 거기서 만나!"

한참을 기다리는데 전화가 온다. 모르는 번호다.

"여기 아줌마 폰 빌려서 전화하는 거야. 어디야?"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엄마는 핸드폰을 두고 다닌다. 무거워서 그렇단다. 역시 무거워서 물은 못싸가지고 왔고, 대신 비닐봉지에 꼬깃꼬깃 싼 삶은 달걀 세 개랑 요구르트 두 개. 가벼운 우산이 필요하대서 가져온 우산을 전해준다. 엄마가 들어보더니, "좋다!" 하네. 나도, 됐다!


모처럼 엄마랑 꽃구경인데 날이 흐리다. 자전거를 타고 싶다던 엄마는 마침 열린 축제에 마음이 동했는지 그 얘기는 쏙 들어갔다. 축제장 주변을 천천히 걷는다. 부스에서 음식을 사서는 무대 근처에 우산 하나를 나눠 쓰고 엄마와 나란히 앉았다.

"이런 데 와서는 싸온것만 먹는 것도 안좋아. 저기 사람들 것도 좀 사서 먹어야 그 사람들도 먹고 살지."

"그러게. 와, 저 사람 노래 잘한다."

"사람 구경하는 거지 뭐."

빗발이 더 거세져서 까페로 자리를 옮긴다. 엄마는 유자차, 나는 토피넛 라떼.

"어? 이거 맛있다. 엄마 먹어봐."

"에이, 너나 많이 먹어."

"아, 배불러. 엄마가 이것 좀 먹어."

"어, 그래. 이거 맛있다."

"이건 토피넛 라떼라는 거야."

토.피.넛.라.떼. 두 세번 천천히 말했지만 엄마가 기억할 성 싶지는 않다. 동생 얘기, 아빠 얘기, 얼굴 본 지 족히 30년은 된 이종사촌 얘기, 요즘 쓸만한 우산이 비싸다는 얘기는 오늘 만나서만 두 번째.

"엄마, 백숙 먹지?"

엄마는 이가 안 좋아서 부드러운 음식이 아니면 잘 못먹는다.

"그럼 먹지."

"그럼 언제 우리 최서방이랑 백숙 먹으러 갈까?"

"최서방 꼭 가야돼?"

"아니, 안가도 돼."

"난 우리딸 보고 싶지, 사우가 싫은 건 아닌데 꼭 봐야 되고 그런 건 아냐."

"그래, 그럼 우리끼리 가자."

까페를 나와 군밤파는 가게 앞에 선다. 어제 사먹었는데 맛있었댄다. 삼천원짜리 군밤, 엄마 한 봉, 나 한 봉. 삶은 달걀도 집에 가서 먹으라며 건넨다.


"집에 잘 갔어?"

"응. 엄마, 저녁에 축제보러 간다더니."

"어, 이제 나가보려고. 파카입고 갈라그래"

"엄마 인순이도 온대."

"그래?"

"장갑도 찌고 가. 저녁엔 추워."

인순이도 온다는데 엄마랑 저녁까지 같이 있을 걸 그랬나... 아니야, 하루이틀 보는 사이도 아닌데 우리 서로에게 무리하지 말자 싶으면서도 이렇게 얼굴 볼 날이 정말 하루 이틀도 아니면 어쩌지 하는 마음도. 그럴 것이다. 먼 훗날 다 큰 자식은 어느 축제를 찾은 인순이의 무대가 속절없이 궁금하고만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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