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름 날

by OooAaa

여름의 첫 아이스크림

찬 음식이 몸에 잘 받지 않아 아이스크림을 거의 먹지 않는다. 해서 요즘 같은 때에도 '아이스'가 아닌 따뜻한 음료를 주문하곤 한다. 쓰레기 봉투를 사러 집 근처 개구리마트에 갔다. 마트 가던 중간에 마주친 주인 아줌마가 '잠깐만 기다리라'고는 어디론가 황급히 사라진다. 잠긴 가게문 앞에서 서성이는데 브라보콘 바닐라맛에 눈이 간다. 주인 아줌마가 돌아왔다. 주머니엔 쓰레기 봉투 값을 치를 돈밖에 없다. 손에 쥔 아이스크림을 슬쩍 들어보이며, "외상되나요?" 차갑고 달콤한 바닐라맛이 혀를 감싼다. 처음으로 동네 개구리마트에 외상을 긋고 맛보는, 이 여름의 첫 아이스크림. 여름이 시작되었다. 장마예보가 들려온다. 곧 매미가 울 것이다.


이웃

여름이 되어서인지 한 층에 네 세대가 모여사는 이 빌라에는 간혹 현관문을 열어놓는 집들이 있다. 이층 왼쪽 편 집이 자주 그렇다. 종종 본의아니게 신발장 옆 전신거울에 비춰진 안엣 살림을 보게 된다. 잘 손질된 화분들과 씽크대에 있는 일회용 가스 버너. 어떤 사람일까? 그 날은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고 들어오는 길이었다. "어, 여기 살아?" 어머나, 개구리마트 주인 아주머니네. 공기도 좋고 조용한 동네라는 말을 전한 뒤 아주머니는 예의 그 현관문을 반쯤 열어놓은 채 집으로 들어간다.


달팽이

"단돈 오백원에 팔아요. 단돈 오백원이요!" 해가 따갑다. 빌라 옆 공터. 그늘이 없어 대신 우산을 씌운 달팽이 곁에 아이들 서넛이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엄마가요, 달팽이가 엄청 많아져가지고요, 이거 하나에 오백원씩에 팔아서, 내 용돈 벌어오라고 했어요." 많이 팔으라는 말을 하고는 돌아서니 "달팽이가 오백원이예요. 오백원. 삼백원에도 팔아요." 한껏 높아진 목소리. 뙤약볕 속 오가는 사람은 몇 없고, 이제 슬슬 해는 기우는데 그 달팽이들은 어디로 갔으려나. 개구리마트에 가면 달팽이를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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