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제로 Dec 04. 2020

아직 여름이 남아있던 그곳-포르투갈

남아있는 계절의 마지막 한 조각

살면서 겪어보지 못한 더위를 스페인에서 온몸으로 받고 

우리는 포르투갈로 떠났다. 


땡볕 속에서도 가우디의 작품은 다 보겠다고  

걷고, 걷기를 반복했건 바르셀로나를 지나. 


한여름 해 속에서 맥주는 미지근했지만 

지는 노을이 아름답던 말라가를 지나. 


찜기 속에 있는 멋진 성 같던 네르하의 스페인 광장을 지나. 


여름의 조각이 아주 조금 남아있던 포르투갈에 도착했다. 

오랜만에 긴 옷을 꺼내 입었고, 해진 뒤에는 부르르 몸을 떨게 되었다. 

마지막 남은 한 조각의 여름. 

그리고 우리 여행의 마지막 퍼즐 조각이던 마지막 여행지. 

길었던 여행과 지쳤던 이 계절의 끝에서 그 어느 때보다 여유로움을 느꼈다. 



계획 없이 비 오는 거리를 거닐다 마음에 드는 

커피 집에 들어가며 그렇게 거리거리를 구경하며 길 위에 아쉬움을 떨어뜨렸다. 

그럼에도 자꾸만 발목이 잡혀 끝끝내 빨갛게 물들던 마지막의 저녁놀에  

눈시울도 같은 색으로 물들었다.


'잘 있어. 고마워. 마지막까지 예쁜 하늘을 보여주어서.' 

이 말을 남기고 남은 미련의 조각을 

수평선 아래로 사라지는 그날의 해처럼 깊숙한 곳으로 밀어 넣었다. 


이따금 그때의 노을이 깊숙한 곳에서 떠오를 때면, 

그날의 날씨와 비슷한 여름날엔 

숨이 턱턱 막히다 무의식 중 그때 억지로 누른 울음이 터져 나온다. 


매일 밤 이유 모르는 꿈을 꾸고, 새벽에 혼자 깼을 때 드는 이 답답함은 

돌아온 계절 탓. 

그때 남아있던 여름이 아직 여기에도 남아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이 들었다.






ⓒ 다제로 all rights reserved.

https://www.instagram.com/dazero_o


매거진의 이전글 손을 놓아야 했던 게이트-어느 공항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