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있는 계절의 마지막 한 조각
살면서 겪어보지 못한 더위를 스페인에서 온몸으로 받고
우리는 포르투갈로 떠났다.
땡볕 속에서도 가우디의 작품은 다 보겠다고
걷고, 걷기를 반복했건 바르셀로나를 지나.
한여름 해 속에서 맥주는 미지근했지만
지는 노을이 아름답던 말라가를 지나.
찜기 속에 있는 멋진 성 같던 네르하의 스페인 광장을 지나.
여름의 조각이 아주 조금 남아있던 포르투갈에 도착했다.
오랜만에 긴 옷을 꺼내 입었고, 해진 뒤에는 부르르 몸을 떨게 되었다.
마지막 남은 한 조각의 여름.
그리고 우리 여행의 마지막 퍼즐 조각이던 마지막 여행지.
길었던 여행과 지쳤던 이 계절의 끝에서 그 어느 때보다 여유로움을 느꼈다.
계획 없이 비 오는 거리를 거닐다 마음에 드는
커피 집에 들어가며 그렇게 거리거리를 구경하며 길 위에 아쉬움을 떨어뜨렸다.
그럼에도 자꾸만 발목이 잡혀 끝끝내 빨갛게 물들던 마지막의 저녁놀에
눈시울도 같은 색으로 물들었다.
'잘 있어. 고마워. 마지막까지 예쁜 하늘을 보여주어서.'
이 말을 남기고 남은 미련의 조각을
수평선 아래로 사라지는 그날의 해처럼 깊숙한 곳으로 밀어 넣었다.
이따금 그때의 노을이 깊숙한 곳에서 떠오를 때면,
그날의 날씨와 비슷한 여름날엔
숨이 턱턱 막히다 무의식 중 그때 억지로 누른 울음이 터져 나온다.
매일 밤 이유 모르는 꿈을 꾸고, 새벽에 혼자 깼을 때 드는 이 답답함은
돌아온 계절 탓.
그때 남아있던 여름이 아직 여기에도 남아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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