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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제로 Dec 04. 2020

Alsa 버스 아저씨와 드라이브를 - 세비야, 스페인

데 나다. 천만에요.

말라가에서 버스를 타고 세비야에 가는 날. 

시간을 잘못 계산해서 버스 출발 직전에 도착했다. 

버스에 들어와 보니 좌석이 한 개 남아있었다. 

우리는 두 명인데. 


일단 있는 자리에 친구를 앉히고 기사 님께 좌석이 없다고 했더니  

일단 기다리라 하고 하신다. 

자리와 승객 리스트를 쭉 살펴보더니 버스 기사 님 얼굴엔 

당당함이 사라지고 당황스러움으로 덮이고 있었다. 

왠지 운전석 옆 간이 의자가 내 자리가 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역시 슬픈 예감은 틀려주지를 않는다. 

티켓 검사를 마친 뒤 기사님은 간이의자를 가리켰다. 


타이어가 검은 액체로 변해 도로에 눌어붙으면 어쩌지 

싶었던 뜨거운 여름날 커튼도 없는 통유리가 내 앞에, 

다리 둘 곳 없이 붕붕 떠 있는 내 밑엔 계단이 있다. 

시스템 오류로 오버 북킹이 된 것 같은데 

이걸 뭐 기사 님께 따질 일도 아니었고, 

일단 늦지 않고 버스를 탔다는 게 중요했다. 

슬슬 이 경험이 재밌게 느껴졌다. 



스페인광장에서


언제 또 버스 조수석에 앉아  도시 외곽 길을 달려보겠다 싶었다. 

기사 님은 까칠한 인상이었지만 괜스레 미안했는지 

가방을 무릎 위에 둔 나를 보며 말을 걸었다. 

당연히 스페인어였고 나는 못 알아듣는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근데 역시나 그는 스페인 사람이었고 계속해서 할 말을 이어 나갔다. 


여러 번 말해도 못 알아들으니 그제야 손짓으로 말을 했다. 

가방 옆에 창문 옆에 걸으라고 하는 듯했다. 

그렇게 나름의 평온함을 느끼며 세비야에 도착했다. 

운전을 끝낸 아저씨는 여전히 마음이 불편했는지 뭐라도 주고 싶으셨던 것 같다. 

"Gracias"라는 말과 함께 무언가를 건네셨다. 

Alsa 버스회사의 이어폰이었다. 


처음엔 정말 주시는 건가 싶어 당황해서  바로 받지 못하고 

멈춰 서 있다가 눈치껏 내미신 손에 작은 선물을 받아 들고 

감사하다는 말도 못 하고 멋쩍게 웃었다. 


버스에서 내리곤 생각했다. 참 귀엽고 고마운 아저씨라고. "데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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