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풍 실내 정원과 앤티크한 가구가 매력적인 Hotel Monterey는 3박 4일 내내 따뜻하고 아늑했다.
일본에 갔으면 당연히 일본식 다다미방에서 자고 와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그런 여행도 물론 꼭 필요하다. 그렇지만 나는 여행하고 있는 나라의 사람들이 타국의 문화를 받아들이는 방식이 흥미롭게 느껴질 때가 있다. 영국에 있는 영국 호텔과 일본에 있는 영국풍 호텔은 분명 다르다. 그건 영국 고유의 양식도, 일본 고유의 양식도 아닌, 그야말로 완전히 새로운 양식의 문화인 것이다. 일본 특유의 단짠단짠 과자와 쿠키들이 수백 가지 종류의 기념품 케이스에 담겨 널리 팔리고 있는 이유도, 일본이 가진 프랑스 디저트에 대한 로망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 여행지에서는 어디에서나 있을 법한 것들, 예컨대 유명 의류 브랜드나 패스트푸드 음식점, 커피 브랜드와 같은 것들만 잘 피하면, 그 나라의 고유한 문화뿐만 아니라 타국의 문화가 어떻게 스며들어있는지까지 전부 새롭게 느낄 수 있다.
어쨌거나, 나는 전날 홋카이도에서 호된 신고식을 치렀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던 객실의 포근한 침대에서 꿀잠을 자고 고단함을 털어버렸다. 일상에서 소확행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리 에너지가 방전되더라도 급속 충전이 가능한 효율적인 삶을 살 수 있다. 바로 나다. 눈을 뜨자마자 창밖을 봤는데, 밤새 눈이 더 내린 건지 또 온 세상이 하얗다. 제설 작업하시는 분들은 눈이 지옥 같겠지만, 그건 잘 알고 있지만, 3박 4일 간 여행자의 눈을 뜨고 있으니 조금은 이기적이어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서둘러 호텔을 나섰다.
삿포로 시내에서 꼭 들러야 할 코스 중 하나라는 홋카이도 구 청사 건물. 눈 내린 겨울이 아니어도 사계절 내내 아름답다고 한다.
붉은 벽돌로 쌓은 구 청사 건물은 삿포로 시내에서 꼭 가봐야 할 코스 중 하나라길래 아침 일찍 들렀다. 19세기 말에 약 250만 개의 붉은 벽돌을 프랑스식 벽돌 쌓기 방법으로 쌓아 올린 메이지 시대 대표 건축물로, 일본의 주요 문화재로도 지정되었다고 한다. 내부 관람은 무료로 개방되어 있었는데, 내부가 나무로 되어 있어서 걸을 때마다 삐걱삐걱하는 소리가 나쁘지 않았다. 입구에 아치형 기둥이 있는 계단도 우아하고 벽에 걸린 홋카이도 출신 화가들의 회화 작품들도 볼 만했지만, 시대극에서 일본 경찰이 군화 신은 발을 한 데 모으면서 하이! 하는 장면이 떠오르는 집무실은 어쩐지 정이 가지 않았다. 그렇지만 한 번 건물을 지을 때 튼튼하면서도 예쁘게 지은 다음, 일단 짓고나면 잘 허물지 않고 건물의 가치를 아낄 줄 아는 그들이 부러웠다. 이건 유럽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시간은 별 것 아닌 것 같은 일상적인 공간에도 멋을 더해준다는 사실! 옛날엔 그냥 동네 공무원들이 서류들고 왔다갔다했을 구 청사 앞에는, 패키지 여행으로 온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깃발 든 가이드와 함께 줄지어 사진을 찍고 있었다. 사진 찍기에 딱 좋은 장소인 건 인정.
건물 입구의 아치형 기둥과 붉은 카펫(왼쪽), 건물 내부에서 바깥을 내다 본 삿포로 시내의 아침(오른쪽)
이 날은 오후에 오타루에 갈 예정이었다. 구 청사를 둘러보는 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아 오타루 가기 전에 들를 만한 곳을 한 군데 더 급히 찾았다. 그래서 눈 쌓인 캠퍼스가 아름답다고 유명한 홋카이도 대학 캠퍼스를 잠깐 산책하기로 했다. '러브레터'의 후지이 이츠키같은 캠퍼스 커플이 홋카이도 대학에도 있을 것만 같다는 감성적인 생각을 환한 대낮에도 할 수 있었던 건, 아마도 삿포로에 내린 눈의 마법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홋카이도 대학 캠퍼스는 눈도 눈이지만, 건물 자체가 워낙 예뻐서 이런 곳에서 대학생활을 하면 누구든 사랑에 빠지지 않고는 못배기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본관 말고도 파스텔톤 목조 건물들이 많아 쌓인 눈을 솜사탕처럼 보이게 하는 달달한 효과가 있었다. 이렇게 감성적인 캠퍼스에서 대학생활을 해도 매일 조모임하고 레포트 내느라 쩔어서 걸어다니다보면 이 예쁜 풍경들이 다 무심하게 느껴지게 될까? 설마, 말도 안된다. 핑크색 목조 건물이 예뻐서 창문 들여다보다가 연구중이신 것 같은 노교수님과 눈이 마주쳐 깜짝 놀라서 숨었다. 지나가다 보니 창너머로 진지하게 수업중인 교실도 보였다. 이런 대학교의 교실 창가 자리에 앉아 있으면, 가슴 속에 찡한 뭔가가 올라와 다 멋진 글이 될 것만 같았다. 제설 작업을 해놔서 길 양옆에 허리까지 눈더미가 쌓여있는데도 바닥은 계속 눈길이었다. 눈길 위에서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는데, 수업 하나 끝나고 다음 수업 강의실로 이동하는 것처럼 보이는 학생들이 보였다. 어느 나라나 대학 캠퍼스에는 젊음의 생기가 느껴진다. 그리고 눈길 위에서 친구와 헤드락을 걸었다가 풀었다가, 휘청휘청 곡예를 하듯 장난을 치고 시끌벅적하게 지나가는 그들은 분명 홋카이도 출신 학생들이거나 고학년 학생들임에 틀림없었다. 눈길 위의 곡예 솜씨가 보통이 아니었다. 방학일 줄 알았더니, 일본에서는 겨울방학이 1월 첫째주쯤까지로 끝나고 1월 말에 다시 봄방학을 한다는 걸 보니 개학하고 바로였던 것 같다. 구글 지도를 켜 보니, 캠퍼스 내부에 위치한 윌리엄 클라크 흉상이 가볼만한 곳으로 표시돼 있었다. boys, be ambitious!라는 유명한 말을 남긴 분이라는데, 알고보니 윌리엄 클라크는 홋카이도 대학의 초대 총장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일본의 명문대학으로 꼽히는 국립 종합대학 중 하나지만, 개교 당시에는 24명의 학생이 전부였던 농학교(農學校)였으니 총장이 직접 학생들에게 야망을 크게 가지라고 힘주어 말했을 법하다. 그러나 정작 흉상 자체에서 깊은 감동을 받진 못했다. 흉상이라도 크기를 거대하게 만들어 놓았거나, 적어도 야망에 차 있는 눈빛 정도는 느낄 수 있게 해 놓았을 거라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자그마한 크기로 길모퉁이에 숨어 있는 윌리엄 클라크 씨와 짤막한 인사만 주고 받은 채 캠퍼스 구경을 조금 더 이어갔다. 학생 식당에서 아까 뛰어난 곡예 솜씨가 인상적이었던 대학생 친구들과 밥 한 끼 먹고도 싶었지만, 오타루 일정이 바빠 아쉽게 발을 돌렸다.
일부러 설정한 포즈가 아니라고 해도 믿지 않겠지만, 정말이다.
맙소사, 파스텔톤 핑크 건물이라니!(왼쪽), 건물 구석의 까마귀가 주인공인 사진(가운데), 매우 소박한 윌리엄 클라크 흉상(오른쪽)
삿포로역에서 오호츠크해를 오른쪽으로 끼고 달리는 JR열차를 타고 미나미 오타루 역에서 내린 다음, 사카이마치 거리를 구경하며 오타루 역 방향으로 걷기로 했다. 바다를 보면서 달리는 열차라니, 그것도 해안가에는 눈이 쌓여 있을 텐데! 쉽게 볼 수 없는 풍경이어서 한껏 들뜬 마음으로 전철에서 계속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데, 한참 찍다가 주변을 보니 그런 사람은 딱 우리 둘 뿐이었다. 여행자가 없는 칸에 탔나보다. 우리는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민망한 웃음을 짓다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내다봤다가, 티 안나게 작은 소리로 감탄하기를 또 몇 번 반복했다. 조금 민망해도 괜찮았다. 나는 분명 서울에서 나고 자란 서울 토박이임에도, 1호선 전철을 타고 용산 역에서 노량진 역으로 갈 때 보이는 한강 풍경이 봐도 봐도 질리지를 않아서 탈 때마다 문 쪽으로 기대어 서서 나지막하게 감탄사를 내뱉곤 했다. 내가유독 풍경에 민감한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한강에서 감탄하지 않는 누구라도, 눈 쌓인 해안가가 보이는 차창 밖의 풍경을 보게 된다면 그 정도 호들갑은 떨어줘야 예의다. 도착한 미나미 오타루 역은 아주 작고 허름했지만, 그래서 좋았다. 바깥으로 나가자마자 보이는 눈밭 위에서 우체통이 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우리를 맞이했다. 미나미 오타루 역에서 내리면 걸어서 5분 거리에 그 유명한 오타루 오르골당이 있다.
오호츠크해가 보이는 JR 열차(왼쪽), 미나미 오타루 역에서 오타루 역까지 걷는 코스를 선택했다(가운데), 눈과 잘 어울리는 빨간 우체통(오른쪽)
오르골당이 있는 마르헨 교차로는 영화 '러브레터'의 배경이 된 곳이다. 자전거를 타고 가던 후지이 이츠키가 자기 얼굴과 똑 닮은 와타나베 히로코 쪽으로 뒤돌아보는 바로 그 장면의 배경이다. 하지만 현실은 영화가 아니다. 내가 서 있는 마르헨 교차로는 패키지 여행의 가이드가 허락한 시간 동안 오르골당 앞에서 사진도 여러 장 찍고 쇼핑도 좀 해야 하는 한국인들 천지였다. 깨진 감성을 애써 붙들어 쥐고 한숨을 쉬는 사이,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진눈깨비 비슷하게 얼다가 만 비같기도 했는데, 점점 거세지는 것 같아 불안한 마음을 숨기고 얼른 오르골당 안으로 들어갔다. 3층 짜리 목조 건물에, 1층이 제일 넓고 가운데가 높은 천장까지 뚫려 있는 구조였다. 아주 어렸을 때 뚜껑을 열면 음악 소리가 나는 보석함을 받았던 적이 있는데, 그때 빼고는 오르골이란 것에는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던 나로서는 건물 전체에 가득 찬 각양각색의 오르골들이 꽤 신기했다. 이것저것 돌려도보고 열어도 보고 한동안 집중해서 구경을 했는데, 가격이 어마무시해서 지름신은 오지 않았...던 것 같지만 결국 적당한 가격의 회전목마 오르골을 하나 샀다. 회전목마를 돌리면 '미녀와 야수' 멜로디가 흘러나오는 오르골이었는데, 망가지지 않게 포장해달라고 줄 서 있느라 오르골당에서 꽤 긴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도 여전히 진눈깨비는 잠잠해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웬만한 눈은 그냥 맞아주겠다며 쓰고 간 털모자가 축축해질대로 축축해졌을 때쯤, 결국 로손 편의점에서 제일 싼 우산을 사들었다. 오르골당에서 나와 오타루 운하까지 사아키마치 거리를 걷다보면 양옆으로 르타오 본점과 롯카테이를 비롯해 아기자기한 소품 공방들, 유리공예품 상점들이 줄지어 있다. 르타오는 프랑스 디저트를 너무나 사랑하는 오타루 사람들이 오타루를 거꾸로읽어서 붙인 과자점 이름이라고 한다. 친절하게도 시식할 수 있는 케이크와 과자가 많아 사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시식하면서 느낀 중독성 있는 맛 때문에 결국 면세점에서 르타오 치즈쿠키를 사오고 말았다.) 유리공예품 상점에는 정말 유리로 만든 게 맞는 건가 싶을 정도로 작고 아기자기한 생활장식품에서부터 큼지막한 예술 작품까지 구경할 게 넘쳐 났지만, 한두 개 상점을 열심히 둘러보고 나면 계속 비슷한 물건들의 반복이어서 나중에는 무심히 지나치게 된다. 쉽게 살 수 없는 가격의 유리공예품들은 어쩐지 거기에 그렇게 모여있어야 가장 예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돈 주고 집에 데려오고 싶지가 않았다. 전부 나같은 생각을 하면 장인들의 생계가 어려워질 것 같아 걱정스러웠지만, 전부 나같지는 않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사카이마치 거리는 길거리 음식으로 유명한 곳인데, 이 날은 진눈깨비에 바람이 계속 부는 바람에 안 미끄러지고 무사히 걷는 데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뭘 사먹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사카이마치 거리를 지나 오타루 운하쯤 다다르니 눈발이 잠시 약해졌다. 어찌나 반가운지, 최소한 여기서는 편히 걸으면서 사진도 좀 찍으라고 허락받은 기분이었다.
오르골 수만큼 사람도 많은 곳이다. 조심성 없이 걷다보면 고가의 오르골을 상하게 할 지도 모르니 주의해야 한다.
가장 인기가 많은 회전 목마 오르골(왼쪽), 초밥이 멜로디에 맞춰 돌아간다(가운데), 마네키네코가 만세를 하면 금전운과 애정운을 둘 다 부른다(오른쪽)
사카이마치는 거리 곳곳에 귀여움이 묻어나면서도, 눈 때문에 특유의 운치가 있다. 문득, 여름의 오타루가 궁금해졌다.
오타루 운하에서는 다들 이 포즈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서로 사진에 방해되지 않게 멀찍이 서서 찍는 무언의 센스까지 갖췄다.
운하에서 겨우 사진 몇 장을 건지고나니 거짓말처럼 다시 눈발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진눈깨비에서 제대로 눈으로 바뀐 듯했다. 바람까지 불어서 거의 눈보라 수준이었는데, 해지고 눈발 날리던 오후 4시 30분 오타루의 스시거리는 거의 모든 스시집이 다 브레이크타임이었다. 대략 한 시간 정도는 기다려야 어디든 들어갈 수가 있는 것 같았는데, 싸구려 우산으로 거센 눈발을 막아내는 건 역시 무리였다. 우리가 원래 가려던 마사즈시(미스터 초밥왕의 배경이 되었다는 스시집인데, 초밥왕 씨는 초밥을 너무 비싸게 판다.) 앞에서 메뉴판을 보면서 이대로 눈사람이 되어 기다려볼까 그냥 삿포로로 출발할까 고민하는데, 급 우울감과 피로감이 몰려왔다. 문 연 스시집을 찾아보겠다고 골목 사이사이로 돌아다니는 바람에 오타루 역까지는 다시 꽤 걸어가야하는 상황이었는데, 춥고, 배고프고, 지친 몸을 이끌고 걸어가자니 눈발은 날리고 날은 더 어두워져버렸다. 갑자기 멈춰 버린 열차 때문에 막막한 눈밭에서 버스를 세 대나 보내야했던 어제의 기억이 떠올라 서글퍼지니, 오타루 스시고 뭐고, 일단 따뜻한 곳에서 몸을 녹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거리의 그 많은 사람들이 날씨 때문에 다들 일정을 바꾼 건지, 갑자기 인적이 드물어지니 문득 겁도 났다. 그렇게 눈 속에 파묻히듯 우울감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무거운 다리를 억지로 옮기고 있는데, 갑자기 갑자기 반짝, 노란 불빛이 켜지면서 셰프로 보이는 아저씨 한 분이 브레이크타임 표지판을 거두셨다. 그러고는 우리 쪽을 한 번 슬쩍 쳐다보셨다. 무뚝뚝한 인상의 아저씨였지만, 아까부터 왔다갔다 서성이던 불쌍한 우리를 위해 브레이크타임을 조금 일찍 끝내주신 게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아니어도 그렇다고 믿고 싶었던 것 같다. 운명의 스시집을 찾았다며 가게 앞으로 다가갔는데, 가게 옆 쇼윈도에 가성비 좋은 스시 메뉴들이 쫙 펼쳐져 있는 데다가 따뜻하고 아늑해보이는 일본식 다다미가 깔린 좌식 테이블까지! 바로 들어가서 신발을 벗고 앉는 순간 1끼 1맥주 삿포로클래식 생맥주를 시켜 몸을 녹였다. 금세 신이 난 우리는 언제 우울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는 듯, 이런 운명의 스시집에서는 기록을 남겨야 한다며 또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예쁜 표정 지어보겠다고 눈을 동그랗게 뜨는 순간 셰프아저씨와 눈이 딱 마주치는 바람에 온 몸에 전기가 올랐지만 그 무뚝뚝했던 아저씨가 씩 웃어주셨으니, 그걸로 됐다. 그리고 연이어 들어온 세 팀이 모두 한국인이었는데, 말하지 않아도 밖에서 얼마나 고생했을지 알 만했다. 그날 저녁 스시마루야마의 셰프아저씨는 홋카이도에 살면 이 정도 눈발은 아무것도 아니라는듯 차분하고 능숙한 솜씨로 스시를 만들어주셨다. 눈발을 헤치며 고생하다가 우연히 모인 한국인들은 그날 밤 오타루의 스시마루야마를 아마도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서로의 휴식 시간을 존중해 주며 크게 떠들지 않되, 각자의 테이블에 있어도 한 마음으로 따뜻함을 느꼈던 밤이다. 그리고 곧 오타루 역으로 걸어갈 힘이 생겼다. 어딘가 쓰러져 눈더미에 파묻혔을 지도 모르는 순간, 우리를 구해 준 스시마루야마. 들어갈 때 찍지 못했던 가게 사진을 꼭 찍어야 할 것 같아서, 여전히 눈발이 날리는 와중에도 우산을 꼭 붙들고 한 손으로 셔터를 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