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명절, 오랜만에 보는 가족들과의 만남은 그 자체로 설렘과 기쁨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가족 간의 대면이 어색하고 힘든 분들이 많다.
크고 작은 갈등 속에서 명절은 그들에게 잠시 휴전의 시간이 될 수도 있다.
반면 전쟁이 격화되어 불화가 커지고, 결국엔 보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극단적인 상황이 불거질 수도 있다.
나 또한 내 가족, 특히 아버지와의 대면은 항상 난제 중의 난제이다.
나는 가족 간에도 거리감이 생길 수 있음을 느낀다.
이에 대한 부담을 덜어내는 방법을 찾다가 '가족과의 만남을 하나의 일(task)로 여기자'고 생각했다.
어려운 일 하나를 끝내며 느끼는 안도감과 성취감을 생각하며 버텨내자는 것이다.
비 오는 날인 어제, 가족들과 아버지를 모시고 나의 조부모님 산소와 봉안당에 다녀왔다.
그전에 벌초를 다녀오긴 하였으나 내 아내와 아들도 함께 인사를 드렸으면 좋겠다는 아버지의 제안에 함께 가게 된 것이다.
비가 오긴 하였으나 같이 갈 수 있는 날이 나오지 않아 부득이하게 일정을 그대로 밀고 나갔다.
할머니 봉안당에 먼저 인사를 드린 후 할아버지 산소에 들러 인사를 드리고 점심을 먹으러 갔다.
점심을 먹는 중에 아버지는 자신이 큰 병원에서 들었던 이야기를 풀어놓으셨다.
어머니와는 대화도 하지 않는 분께서 나와 아내 앞에서는 술술 이야기하시는 모습이 이젠 낯설지 않다.
진료를 받으면서 쏟아내는 걱정을 쏟아내시는데 평소 근심 걱정을 달고 사시는 모습 그대로 셨다.
나와 아내는 그래도 큰 병원 가서 제대로 검사받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정도의 말만 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이야기를 해봤자 아버지는 잘 들으려고 하지 않으시기 때문이다.
그렇게 댁에 모셔다드리고 나와 아내는 기가 다 빨린 채 집으로 돌아왔다.
그 후 나는 긴장이 풀려 그 자리에서 잠에 빠졌다.
익숙해지려고 했으나 들어드리는 것이 힘이 들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하지 않으려 참는 것이 쉽지 않음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어제 내가 낮잠을 잤던 건 일을 무사히 마쳤음에 대한 안도감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가족이라고 모두가 편한 건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가족 간의 사이가 멀어지는 것을 바라지도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일정한 거리를 두고, 감정을 최대한 넣지 않는 방향으로 이끌어 보자.
그러기 위해 가족 간의 만남을 비즈니스 대하듯이 해보는 것이다.
감정은 절제하고, 지켜야 할 선을 지키며 좋은 말과 맛있는 음식을 주고받는다면 최소한 갈등을 빚는 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가족과의 대면이라는 큰일을 앞둔 여러분들이 무사히 임무를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오기를 기원한다!
인생에 감성을 더하다~!
감성부산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