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그와의 거리를 줄여보고자 합니다.

by 감성부산댁

30여 년을 살면서 부자간의 거리는 멀어질 대로 멀어졌다.

전화도 내가 먼저 하기보다는 아버지의 필요로 인해 먼저 전화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명절에 방문을 해도 대면대면하게 보내고 있다.

최근에는 명절마다 여행을 가는데 여행지에서는 그와의 대화보다 운전이 더 편하다.

심지어 부쩍 외로움을 많이 타는 시아버지를 위해 매월 1회 같이 식사 자리를 마련하자는 아내의 제안도 내게는 부담스러운 의전처럼 느껴진다.


그 외의 만남은 가족 간의 만남이기보다는 처리해야 할 과업 같다는 느낌이 든다.


실제로 그런 느낌이 드는 이유가 있다.

아버지는 여행을 간다고 하면 꼭 시간대별로 갈 장소, 숙소, 먹을 것 등을 세심하게 챙긴다.

예전에는 본인이 하셨다면 이제는 나와 내 아내에게 은연중에 강요하신다.

마치 우리가 과업지시서를 쓰는 듯한 기분마저 든다.

여행은 여행답게 편해야 하는데 이렇게 불편하니 가고 싶은 마음이 마치 눈 녹듯이 내려간다.

좋아하는 것도 일이라고 여겨지면 거리감이 생기는데 하물며 마음이 불편한 여행인데 오죽할까!

어찌어찌하여 여행을 마치고 나면 그렇게 개운할 수 없다!


그런 내게 내일은 일생일대에 큰 과업이 있는 날이다.

바로 아버지를 모시고 성당에 가는 날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걸 내가 먼저 제안한 것이다.

그땐 미쳤나 봐... 무슨 용기로 그런 걸까?


내 마음이 움직였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거 같다.

어쩌면 점점 끝을 향해 가고 있는 아버지와의 거리가 더는 벌어지는 걸 원치 않는다.

또한 나와 내 아버지를 바라보는 내 아들에게 그럼에도 할아버지의 좋은 모습, 아들의 아버지이자 할아버지의 아들로서 잘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

아들 노릇을 잘하게 하려는 내 아내의 눈물 나는 노력도 외면할 수만은 없었다.


무엇보다 이제 나 자신이 아버지 앞에 조금은 떳떳한 모습이 되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크다.

이제 내가 당신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겠다는 내 마음 안의 울림이 전해진 거로 생각한다.


내 아버지는 자기의 아버지와 거리를 좁힐 새도 없이 먼저 가버리셨다.

자기의 어머니와는 평생 거리감을 둔 채 살다가 돌아가신 후 납골당 앞에 갈 때마다 후회의 눈물을 흘리신다.

그렇지만 이는 소용없는 일이다.

나는 그 장면을 보았기에 부모님과의 거리를 못 좁힌 채 보내는 후회를 남기고 싶지는 않다.


아버지가 나와의 거리를 좁히려고 하는 시도조차 못마땅해하던 나!

이제는 그와의 거리를 스스로 좁히기 위해 노력해보고자 한다.

비록 얼마나 그에게 닿을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후회를 남기고 싶지는 않다.

그럼에도 내 아버지이기에~!


아버지, 내일 아침에 뵙겠습니다.


인생에 감성을 더하다~!

감성부산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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