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그가 짊어진 무게를 알았다.

by 감성부산댁

아내와 아들과 함께 단란한 가정을 꾸린 나!

언제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면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렇지만 마냥 좋은 일만 있을 거 같지는 않다.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내 부모님 삶의 여정도 종착지를 향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아버지의 건강이 예전 같지 않으시다.

최근 병원에 다녀오신 후 부쩍 걱정도 많아지셨다.

예전부터 자신의 건강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철저하게 관리를 해오셨기에 병원에서 들은 진단은 그에게 적잖은 충격이었을 것이다.

큰 병원에 다녀오신 후 췌장에 이상징후가 있으니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이후 아버지는 틈만 나면 자신의 건강 이야기를 하면서 가족들에게 굳이 알리지 않아도 되는 건강 지식까지 공유하신다.

이를 듣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여동생은 끝내 집에 오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나와 아내 또한 가까이 산다는 이유만으로 계속되는 아버지의 TMI 문자에 진이 빠질 지경이다.

지금까지 같이 사는 어머니는 또 오죽하실까.

그녀 또한 아버지와 함께 인생의 종착지역을 향해 가는 중인데 말이다.


하지만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 뭔가 모를 묵직함이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

그렇다, 그는 지금 자신이 살아왔던 삶의 무게를 가족들 앞에 드러내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예전의 아버지께서도 내 할머니와 같은 처지에 놓여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그는 삶의 무게를 지탱하느라 가족들에게 싫은 소리 하지 못하고 표정으로만 드러내셨다.

심지어 손주가 보고 싶어 우리 집에 오려고 해도 말 한마디 뻥끗 못하신다.

그만큼 말씀이 없으시고,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분이시다.

그런 아버지가 자신의 병에 대해 마치 봇물 쏟아내듯이 이야기를 하시는 건 내게는 상상하기 힘든 장면이다.


그런 아버지는 마치 자기의 끝이 보이는 거처럼 자신이 꾹 담고 있던 이야기보따리를 가족들에게 모두 전달할 기세로 밀어붙였다.


그렇게 자신의 말을 하는데 무려 70여 년이 걸린 것이다.


처음에는 몰랐다.

하지만 이제 눈치를 챘다.

아버지도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음을!

아버지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웠음을!


나는 그에게 글쓰기를 제안했었다.

하지만 그가 떨떠름하게 여겼기에 더 이상 말을 잇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그의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에 큰 의의를 두려고 한다.


아무쪼록 아버지가 더 이상 건강에 대해 염려를 하지 않고 그저 마음 편히 하고 싶은 일을 하시면서 여생을 보내셨으면 좋겠다.

그것이 자신의 무게를 짊어지고 버텨냈던 자기에 대한 최고의 보상이자 선물이 아닐까!


인생에 감성을 더하다~!

감성부산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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