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nly happiness in life is to love and to be loved.”
인생에서 유일한 행복은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이다.
- 레프 톨스토이 (Leo Tolstoy) -
설날 당일 아침, 나는 여행지 숙소 내 목욕탕에 다녀왔다.
그런데 그날은 좀 특별함이 있었다.
바로 아버지와 함께 갔기 때문이다.
전날 저녁, 아버지께서는 목욕탕에 갈 테니 함께 가지 않겠냐고 제안하셨다.
평소 아버지와의 관계가 서먹했던 나로서는 당연히 망설여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웬일인지 그날은 망설임보다는 당연히 해야 할 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아버지와 나는 목욕탕에 함께 가기로 약속했다
마지막으로 같이 다녀온 게 언제일지 모를 정도다.
유년 시절엔 매주 목욕탕에 다녀온 후 근처 국밥집에서 국밥을 먹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중·고생 시절부터는 친구들과 어울렸기에 아버지와 같이 갔던 적은 없었던 거 같다.
햇수로 20여 년이 훌쩍 지나버렸다.
세월이 흐른 아버지의 등은 내가 알던 등이 아니었다.
그때보다 작아진 몸, 탄력이 줄어든 피부, 곳곳에 생긴 상처까지!
최근에는 장판을 오래 틀고 주무시다가 약간의 화상까지 입어 상처가 더 늘었다.
세월의 야속함과 더불어 그동안 챙겨드리지 못했던 시간들이 떠올라 죄송한 마음도 들었다.
나는 최선을 다해 아버지의 등을 세심하게 밀어드렸다.
어린 시절에 비해 힘듦은 덜했지만 피부에 난 상처들로 인해 많이 예민하셨기에 조심해야 했다.
때를 밀고, 비누로 마무리까지 해드렸다.
아버지는 연신 고맙다며 어느 때보다 행복한 미소를 보이셨다.
나는 다음에 또 모시고 가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때도 망설임보다는 그저 해야겠다는 마음이 앞섰던 거 같다.
왜 그랬는지 고민하다가 순간 깨달은 것이 있었다.
바로, 아버지께서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것이다.
부자간 목욕탕에 가는 일은 누군가에게는 사소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감정의 골이 깊었던 내게는 큰 도전이었다.
오늘도 통화를 하시면서 고맙다고 이야기를 하신 걸 보면 아버지에게는 목욕탕에서의 시간이 그 어느 때보다 기쁘셨던 거 같다.
함께 하는 시간을 원했지만 그러지 못했기에 얼마나 기쁘셨겠는가!
설날 아침, 20여 년 만에 아버지와 함께한 목욕탕에서 나는 세월의 흔적이 남은 등을 밀어드렸다.
서먹함을 넘어선 그 시간은 거창한 선물이 아닌 ‘함께 있음’이 가장 큰 기쁨임을 깨닫게 했다.
기쁨은 멀리 있지 않다.
작게는 내 일상 속에서, 나아가 가족 간 함께 보내는 시간 안에서도 기쁨을 찾을 수 있다.
꼭 특별한 무언가를 하지 않더라도 그저 옆에만 있다면 그 자체로도 행복과 기쁨이 될 수 있다.
아버지와 목욕탕에서 보냈던 시간은 아버지께는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이 되었던 것이 아닐까!
인생에 감성을 더하다~!
감성부산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