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와 다름없는 아침이었다.
나는 아들과 아내를 깨우기 위해 안방으로 향했다.
아들은 화장실을 다녀온 후 물 한 잔을 마셨고, 아내는 여전히 잠이 덜 깬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내 물음에 아내가 답했다.
“여보 코골이랑 잠꼬대 소리 때문에 잠을 잘 못 잤어.”
나는 기억이 전혀 나지 않아 놀랐다.
그런데 이어진 아내의 한마디가 마음을 깊이 파고들었다.
“왜 일요일 밤만 되면 그렇게 불안해하고, 잠꼬대까지 심하게 하는 거야?”
나는 글쓰기를 하면서 불안함과 예민함이 많이 사라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내의 말을 듣고 보니, 내 깊은 내면에서는 여전히 변하지 않은 무언가가 자리하고 있었다.
출근길에는 솔직히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나름대로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생각했기에,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그런 말을 듣고 나니 서운한 마음까지 들었다.
하지만 퇴근하면서 문득 깨달았다. 나는 여전히 내 자신을 온전히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는 것을.
월요일을 앞두고 불안해하는 것은 결코 나쁜 일이 아니다.
하지만 나는 그런 내 모습을 부정하고 있었다.
불안함과 예민함을 줄이기 위해서는 먼저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스스로를 인정해야 비로소 해결책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일요일 밤이 되면 가장 걱정된다.
월요일 출근 후 쌓여 있을 업무들을 떠올리며 밤잠을 설친다.
그런 심리가 결국 잠꼬대와 코골이로 표출된 것이다.
매주 반복되는 이 패턴은 아마도 직장 생활이 지속되는 한 계속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것과 외면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면 불안함과 예민함을 줄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반면, 이를 부정하면 당장은 회피할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 감정이 쌓이고 쌓여 더 풀기 어려운 상태에 이를 수도 있다.
우리의 불안함과 예민함도 결국 우리 자신이다.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자. 그 안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당장 답을 찾지 못하더라도, 인내를 가지고 지켜보자.
여러분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바로 여러분 자신이다.
그렇기에 불안하고 예민한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는 사람도 결국 여러분이다.
자신의 내면을 인정하는 것, 그것이 바로 불안함과 예민함을 줄이는 시작이다.
"나는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변할 수 있다."
-칼 로저스 (Carl Rog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