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들과 하나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feat.이탈리안브래인롯)
어제, 아내가 모처럼 친구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외출을 했습니다.
아들과 단둘이 보내야 하는 시간, 처음에는 다소 막막했습니다.
무엇을 하고 놀아야 할지, 식사는 뭘 챙겨줘야 할지 고민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많이 자란 아들이지만 아직 어리고, 세심하게 살펴줘야 한다는 부담이 앞섰습니다.
하지만 이는 제게 뜻밖의 선물 같은 하루였습니다.
올해엔 아들과 단둘이 보내는 날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작년, 재작년엔 아내가 바쁜 부서에서 일해 아들과 보내는 시간이 자주 있었습니다.
그때는 지금보다 아들이 더 어렸기에 손이 많이 갔고, 저는 예민해지기 일쑤였습니다.
말을 듣지 않으면 화도 냈고, 그저 책임을 감당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무엇보다 그 시절, 저는 아들과 함께하는 시간의 소중함을 잘 몰랐습니다.
자주 있었던 일이라 특별함보단 의무감이 앞섰고,
아들이 좋아하는 것엔 별 관심도 두지 않았습니다.
그저 잘 먹이고, 씻기고, 약 챙기는 ‘보육’에 가까운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저는 아들과 교감하려 노력하고 아들의 마음을 이해하고자 진심을 담아 다가갑니다.
어제는 그 어느 때보다도 마음이 설레었습니다.
바로 아들과 커플티를 입고 외출했기 때문입니다.
요즘 아들은 ‘이탈리안브레인롯’이라는 인터넷 밈 시리즈에 푹 빠져 있습니다.
올해 3월에 유행한 이 시리즈는 기괴한 AI 생성 이미지와 음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처음엔 어이없고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어느새 저도 캐릭터를 외우고, 그 노래를 차 안에서 함께 들으며 따라 부르고 있었습니다.
아들이 입고 있던 '카푸치노 아사시노' 티셔츠를 보면서 “나도 하나 입고 같이 다니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내에게 제 것도 부탁해 결국 우리만의 커플 패션이 완성되었습니다.
그 티를 입고 우리는 하루 종일 신나게 놀았습니다.
코인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고, 오락실에서 게임을 했습니다.
앵무새 카페와 슬라임 카페도 함께 다녀왔습니다.
저녁엔 집 앞 돈가스집에서 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돈가스를 함께 먹었습니다.
어제 하루는 단순히 ‘좋은 하루’가 아니었습니다.
아들과 ‘같이 웃고, 공감하고, 연결된’ 하루였습니다.
아들이 좋아하는 것을 단순한 유행이나 유치한 취향이라 넘기지 않았습니다.
진심으로 함께 공감하고, 친구가 되어주며 아들의 세계를 함께 걸어가 본 소중한 날이었습니다.
이탈리안브레인롯 덕분에 아들과 친구가 되었습니다.
티셔츠 하나 덕분에 우리는 진짜 커플이 되었습니다.
짧은 하루였지만, 아들과 함께한 그 시간은 평생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을 것입니다.
자녀 키우는 모든 부모님께 이 경험을 나눕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에 한 발 다가가 보는 것만으로도,
부모와 자식 사이에 놀라운 공감과 기쁨이 피어날 수 있습니다.
그 시작은 아주 작은 관심과 미소에서 시작합니다.
"진정한 교육은, 아이와 함께하는 순간
하나하나 속에 숨어 있다."
-Frederick Douglass-
인생에 감성을 더하다~!
감성부산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