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참 운이 좋지? 그렇지.
우리 곁에 머물러 있는 사소한 것들이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아마 정말 사소한 것일지라도 그것을 얻기 위해 했던 노력, 그리고 그것이 사라진 다음에 느낄 상실감을 생각하면 그리 사소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예를 들면 매일 아침으로 먹는 빵 한 조각. 그것을 위해 우리는 매일 직장에 출근하고, 졸음을 참고, 부조리함을 견디고 있을지도 모른다. 혹은 매일 가족과 하는 안부인사. 그것을 잃었을 때의 상실감은 얼마나 클 것인지 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 책은 그런 것들에 대해 말하고 있다.
*줄거리
주인공인 펄롱은 어렸을 적, 남의 집에서 일하는 가사 도우미 엄마와 함께 살았다. 부족함이 많고, 놀림도 많이 받았지만 그래도 꽤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곳의 주인께서 좋은 분이라 펄롱에게 많은 친절을 베풀었고, 여러 가지를 가르쳐주기 위해 노력했으니까.
펄롱은 덕분에 잘 자랐다. 자신이 가진 것이 없어도 기꺼이 남에게 나눌 줄 아는 사람이었다. 잘 자란 펄롱은 아내와 결혼을 하고 딸도 5명을 낳는다. 다행히도 딸들은 모두 예의 바르고 겸손하게 자랐다.
펄롱 가족이 사는 동네에는 큰 수녀원이 하나 있었다. 온 동네가 그 수녀원가 연결이 안 된 곳이 없었다.
그런데 펄롱은 일을 하며 수녀원에 들를 때마다 놀라곤 했다. 뭔가 이상했기 때문이다.
청소를 하던 여자 아이들이 자신들을 데려가 달라고 하거나, 큰 창고에 출산을 한지 얼마 되지 않은 여자 아이가 밤새 갇혀있기도 했다. 펄롱은 그 아이들을 보면서 자신의 어렸을 적을 떠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펄롱은 외면했다. 자신을 지켜야 하고, 자신의 가족을 지켜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동네 모두가 그 사실을 외면했다. 수녀원과 척을 져서 좋을 것이 없기 때문이었다. 손해 볼 것 투성이었다.
그렇게 몇 번을 외면하던 중 펄롱은 자신의 아버지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된다. 아버지는 예전에 같은 집에 살며 일했던 네드였다. 펄롱은 언젠가 네드에게 자신의 아버지가 누군지 아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지만, 네드는 아마 집주인의 친척 중 한 명이지 않을까 라는 추측만 했을 뿐 그 뒤에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네드는 항상 펄롱과 펄롱의 엄마를 잘 챙겨주었다.
펄롱은 깨달았다. 자신의 아버지가 자신에게 베풀던 배려와 친절을. 아들이 더 높은, 더 잘 사는 집안의 자식이라고 생각하기를 바라는 그 마음을. 그리고 그 마음을 숨기며 힘들었을 시간들을 이해했다.
또, 집주인인 미시즈 윌슨이 날마다 펄롱을 가르치고 격려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희생과 배려를 했을지를 깨달았다. 그토록 사소한 것들을 가르치고 베풀기 위해 얼마나 큰 용기를 냈을지 숙고했다.
펄롱은 수녀원의 그 아이를 데려오기로 결심한다.
그 결심은 아주 사소했지만, 사소한 결심을 하기 위해 마련해야 했던 용기는 너무나도 컸다.
그리고 펄롱은 그 아이를 집에 데리고 가며 지금껏 느꼈던 행복과는 차원이 다른 행복을 느낀다.
앞으로 힘든 일이 펼쳐지겠지만 펄롱은 그 사소한 힘든 일을 열심히 헤쳐나가리라 다짐하며 이 책은 끝난다.
*
펄롱이 어느 날 자신의 딸들이 상점에서 나올 때 감사인사를 하는 장면을 보고 아내에게 건네는 말이 있다.
"우린 참 운이 좋지? 힘들게 사는 사람이 너무 많잖아"
펄롱은 정말 어려운 유년시절을 보냈고, 현재도 사는 게 녹록지 않지만 그래도 그렇게 말했다.
자신의 딸들이 감사함을 아는 것만으로도, 그리고 지금 이렇게 사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는 것을 넘어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래서 이 책이 좋았다.
우리가 사소하다고 생각하지만, 가진 것에 감사할 줄 아는 삶. 그것이 삶을 행복으로 가져다준다고 생각했다.
*
'펄롱은 미시즈 윌슨을, 그분이 날마다 보여준 친절을, 어떻게 펄롱을 가르치고 격려했는지를, 말이나 행동으로 하거나 하지 않은 사소한 것들을, 무얼 알았을지 생각했다. 그것들이 한데 합쳐져서 하나의 삶을 이루었다.
'문득 서로 돕지 않는다면 삶에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단 한 번도 세상에 맞설 용기를 내보지 않고도 거울 앞에서 자신의 모습을 마주할 수 있나?'
우리는 남을 돕기 위해서는 용기를 내야 한다는 사실을 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다가가 말을 걸어야 하고, 내가 볼 손해를 감수해야 하고, 어쩌면 내 도움이 불필요할지도 모른다는 그 생각을 이겨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런 용기 한 번이 세상을 바꾼다. 사소한 용기로 서로를 돕고, 그 힘으로 오늘 조금의 힘듦을 이겨내고, 어쩌면 큰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생길지도 모른다.
이 책에서 펄롱의 어머니도 집주인의 호의와 친절이 아니었으면 강에 뛰어들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는 모두 조금의 용기를 내어 서로를 돕기를 주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소할 수 있지만, 그게 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불러일으킬지 모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