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처럼 행복하라
오늘 외출하고 돌아오는 길에 누군가와 접촉하기를 꺼리는 이를 보면서 예전에 읽었던 불가촉천민 아이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누군가와 닿는 것 만으로도 인상을 쓰고 불쾌하다는 표현을 온 몸으로 하던 그이는 자신의 건강이 염려되었던 것 같다.
인도를 여행할 때 캘커타에서 뉴질파이구리로 가는 열차를 탔습니다. 열차 안에 살고 있는 아이를 만났습니다. 승객이 버리는 쓰레기를 줍고 수고비를 받아 먹고사는 아이였습니다.
아이는 투명인간 같았습니다. 누구도 아이의 옷깃조차 닿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다가오기만 해도 인상을 찌푸렸습니다. 쓰레기를 만져서가 아닙니다. 카스트제도의 가장 낮은 신분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불가촉천민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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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일행은 아이를 불렀습니다. 아이가 다가오자 나는 아이에게 악수를 청했습니다. 아이는 깜짝 놀라 도망치려고 했습니다. 순간 나는 아이의 손을 덥석 잡았습니다. 그 광격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무슨 끔찍한 것을 본 것처럼 소스라쳤습니다. 우리 일행은 보라 듯이 아이와 뒤엉켜 놀았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돈을 주고도 사먹지 못했던 음식들을 함께 먹고 우리가 쓰고 있던 헤드폰을 아이에게 씌워주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며 스킨십이 익숙해진 아이는 내 등에 매달리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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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에서의 하룻밤이 지나고 우리는 뉴질파이구리 역에 도착했습니다. 아이와 작별인사를 하려고 했지만 아이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짐을 다 챙기고 나오기 전 한 번 더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바로 그때 열차 밖에서 창살을 붙잡고 엉엉 울고 있는 아이가 보였습니다. 아이는 우리에게 무엇이라고 소리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열차 엔진 소리,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에 묻혀 아이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내 마음은 듣고 있었습니다.
사람이라는 친구를 만나서 너무 기쁘다고.
아이의 뜨거운 눈물이 내 가슴으로 스며들었습니다. 나는 짐을 팽개치고 밖으로 뛰어나갔습니다. 그리고 창살에 매달려있는 아이를 끌어안았습니다.
알렉스 김 《아이처럼 행복하라》
누구에게 악수도 잘 청하지 않는 요즘이다. 손을 잡고 포옹을 하는 대신 한 걸음 물러난 자리에서 안부를 묻는다. 지하철을 타는 한 이는 손잡이를 잡는 것도 신경 쓰였던 모양이다. 흔들리는 버스 버스를 안에서도 계속해서 손을 씻는다. 누구와도 접촉하지 않을 수 있게 차를 운전해서 외출했다면 조금 안심 되었을까?
마스크를 쓰지 않고 돌아다니는 사람을 향한 시선은 따갑다. 특히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곳에는 경찰들이 마스크 쓸 것을 강제한다. 마치 불가촉천민을 대하는 것처럼, 눈살을 찌푸린다.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하는 시기 이기에 사람들의 반응도 이해가 간다. 몇몇의 이기주의가 전반적인 위험을 낳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끔은 마음에도 거리가 생긴 것 같아 아쉬울 때가 있다. 서로가 서로를 경계하고, 잠정적 환자를 대하듯 행동하고, 질타하고 멀리한다.
언젠가 마스크를 던져버리고, 삼삼오오 모여 그동안 고생했다 말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마스크를 쓴 것만큼 거리가 생기고, 멀어진 거리만거 관계에도 거리가 생겨난다. 치료제와 백신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마음으로 안아줄 수 있는 그런 날을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