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토벨로의 마녀
나는 매운 음식을 먹을 때면 땀을 뻘뻘 흘리고 물을 몇 컵이나 마셔대는 맵찔이다. 좋아하는 매운 음식이라고는 떡볶이밖에 없었던 나에게 마라 훠궈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음식점에서 코끝이 매워 재채기를 몇 번이나 할 만큼 무시무시한 곳에서 낯선 음식과 마주했을 때 기억을 잊지 못한다. 그 익숙지 않은 시도가 새로운 즐거움을 알려줄 거라는 기대는 미처 하지 못했다.
매일 같은 식당, 비슷한 음식, 익숙한 메뉴를 먹으면서 새로운 맛을 기대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무언가 새로운 맛있음을 원한다면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새로운 음식을 주문해야 한다. 너무나도 간단하고 당연한 이론을 우리는 자주 간과한다. 일상의 무료함에 지겨움을 느끼지만, 변화는 어색하고 낯설다. 어색함이 없이 어떻게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을까?
“왜들 가만히 서 있는 거죠?”
“좀 바보 같아 보여서요.”
여배우 하나가 조그마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린 조화를 이루는 법만 배웠지, 그 반대는 배운 적이 없어요.”
“그냥 내 말대로 따라 하세요. 설명이 필요한가요? 그럼 해드리죠. 변화란 우리에게 익숙한 것과 완전히 다른 것을 시도할 때에만 일어나요.”
파울로 코엘료 《포르토벨로의 마녀》
새로운 변화란 익숙하지 않은 것에 시작한다. 낯선 사람을 만나고, 평소와는 다른 방법으로, 새로운 장소를 찾아야 변화를 찾을 수 있다. 무엇이든 처음에는 어색하고 이상하다. 바보 같아 보이고, 가끔은 무모해 보이기도 한다. 그 예측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 활기를 되찾는다.
안정적이고 익숙한 환경 속에서 편안함을 느끼지만, 물이 고여 있으면 물고기가 살 수 없듯 새로움 없는 일상은 지루하다.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시간은 흘러가지만 새로울 것 하나 없는 일상이 무료해 낯선 설렘을 찾는다. 익숙하지 않은 곳으로 여행을 가고, 새로운 취미를 찾는다.
익숙하지 않은 것에 시도하는 일이 그리 많은 용기와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무언가 큰 도전 속에서 변화를 찾지만, 반드시 그렇게 무모할 필요는 없다. 낯섦이란 작은 변화에서도 느낄 수 있다. 자주 가는 단골 음식점이 아니라 아프가니스탄 전통 음식점을 찾아가 음식을 먹어보는 시도도 하나의 변화가 될 수 있다. 매일 걷는 출퇴근길을 바꿔보는 시도도 좋다. 자주 가는 산책로 대신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 보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익숙하지 않은 일이 익숙하게 되기까지 한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한번 겪어본 시련에는 내성이 생겨 여유 있게 이겨낼 수 있듯이 일단 한번 해본 일은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저 포도는 분명 실 거야'라며 눈앞에 있는 포도를 먹지 않아도 괜찮다. 굳이 불편한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포도가 먹음직스러워 보인다면, 복숭아만 먹어서 포도도 먹어보고 싶다면, 신포도 한 입 정도 먹어봐도 괜찮다. 일단 먹어보면 안다. 변화할지, 아니면 익숙한 곳으로 돌아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