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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is libris Jun 16. 2020

함께는 둘 이상으로 풍요롭다

어디서 살 것인가

독주나 독신이 가능하듯이 건축도 혼자서 멋질 수 있다. 어쩌면 혼자가 더 폼 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좋은 결혼을 통해 좋은 가정과 좋은 자녀가 탄생하듯이 잘 이루어진 리모델링은 혼자서는 어려운 예상치 못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 리모델링 건축은 기본적으로 시간이 담긴 건축이다. 바로 그 시간이 감동을 준다. 리모델링은 과거와 현재의 건축가가 시간을 사이에 두고 펼치는 타임 슬립 드라마이며, 두 건축가가 펼치는 이중주다. 


유현준 《어디서 살 것인가》 




혼자도 부족함이 없음에도, 함께 하려고 하는 것은 함께하는 아슬아슬함 속에 더 큰 풍부함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함께 만들어가는 행복은 함께 일하는 프로젝트와 비슷하다. 여러 사람이 모여서 함께 일을 할 때면, 혼자일 때보다 고려해야 할 것들이 사람 수의 곱절만큼은 늘어난다. 가끔은 쉽게 풀릴 일도 여럿이 모이기 시작하면 복잡해지는 경우도 있다. 오죽하면 전체 중에 20% 정도의 프로젝트만 성공한다고 말할 정도다.


꼭 두 사람이 함께 일을 해서 실패한 것은 아니지만,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실패할 확률을 높아진다. 많은 사람이 모일수록 다양한 위험에 당면하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자체가 어렵고 쉬운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사람이 많으면 말도 많고 탈도 많다.


혼자 치는 기타도 듣기 좋다. 하지만 기타에 학기 하나가 더 얹어지면 훨씬 더 듣기 좋아진다. 악기가 더해질수록 웅장해지고 감동은 커진다. 그만큼 혼자가 모이는 하모니는 단순 수치로 계산되는 결과 이상으로 감정을 증폭시킨다.


어쩌면 행복도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혼자 하는 생활도 충분히 행복하다. 불편함 없고, 생활하기 좋다. 굳이 누가 있지 않아도 괜찮다. 충분히 만족하기 때문이다. 누군가와 함께 하는 행복도 좋다. 단순히 둘이 되었다고 두 배만큼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듯 그 만족의 크기는 둘 이상이다. 아이를 낳고 셋이 되고, 넷이 되면 또 그것만큼 커지리라 믿는다. 물론 싸우고, 골치 아픈 일들이 많아지겠지만, 함께 한다는 사실 자체는 행복한 일임에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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