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유리 돼지곱창 볶음 맛집

서울 인심, 아직 살아있네

by Rocky Ha





제목을 붙이고 보니 맛집 홍보 글 같다. 하지만 그냥 두기로 한다. 나는 우리 ‘허순례’언니의 곱창집이 조속히 대박 나길 기원하니까.


겨울이 끝나가던 어느 날 저녁, 남편과 나는 어스름 녘에 사냥을 나온 하이에나처럼 어슬렁거리며 수유사거리 근처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 찾아간 맛집에 대한 실망감으로 남편의 맛집 검색은 이미 신용을 잃었고, 그렇다고 딱히 먹고 싶은 메뉴도 없어서 뭘 먹을까를 고심하면서 길 양옆의 간판을 꼼꼼하게 훑으며 걷고 있었다. 그러다가 허름하지만 뭔가 느낌이 있는 간판을 발견했다. 마침 메인 메뉴도 소주 한잔 곁들이기에 나쁘지 않아 들어갔다. 그곳이 바로 “허순례 곱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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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은 겨우 다섯 개. 60대 중반인 주인 언니와 남편으로 보이는 선하게 생긴 아저씨가 허름한 가게를 지키고 계셨다. 메인 메뉴는 ‘돼지 곱창 볶음’과 ‘돼지 곱창 전골’이다. 그리고 양쪽 벽에 붙어 있는 각각 작은 화이트보드에는 제철 식재료를 이용한 메뉴들이 가득 차 있었다. 매일 수유시장에 들러 물 좋은 생선이나 재료가 있으면 그것을 사 와서 그날의 메뉴로 내기 때문에 메인 메뉴 이외의 술안주 메뉴는 매일 바뀐다. 어제 들렀을 때는 겨울에 ‘병어구이’였던 메뉴가 감자 철을 맞아 ‘병어 감자 조림’으로 바뀌어 있었다.


KakaoTalk_20190618_105404767.jpg 병어 감자 조림



네 가지 또는 다섯 가지의 밑반찬이 나오는데 그게 예술이다. 너무 맛있다. 어느 반찬 하나 소홀하게 만든 게 없다. 그 밑반찬만으로도 밥 한 공기를 뚝딱 할 수 있을 정도로 맛있다. 그 비법은 화학 조미료를 쓰지 않고 양념을 직접 농사지어 쓰기 때문인 거 같다. 언니네는 한 달에 두 번을 쉬는데 그때마다 강원도 철원에 있는 400평의 밭으로 달려가 온갖 야채와 양념거리를 직접 재배해 바리바리 싸 가지고 가게에 와 손님들에게 풀어 놓는다. 그러니 맛이 없을 수가 없다. 그중에 갑은 뭐니뭐니해도 열무김치다. 순례 언니의 열무김치는 사랑이다. 칼칼한 매운맛에 시원한 국물맛, 야들한 열무의 아삭함. 거기에 말아주는 열무국수는 또 어찌나 탱글 쫀득한지. 여름철 특별 메뉴로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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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허순례 곱창’에 들러 남편과 소주 한잔을 기울이며 열무김치며 열무국수, 곱창볶음을 기분 좋게 먹고 계산을 하고 나오려는데 언니가 ‘검은 봉다리’를 내민다. 막 담은 열무김치였다. ‘집에 가서 먹어. 라면 먹을 때 먹어도 좋아. 오늘 담은 거여’ 하신다. 세.상.에.


언니는 우리가 서울에서 원룸 생활을 하느라 좁은 주방에서 음식 해 먹기가 영 불편하다는 걸 알고 열무김치를 챙겨준 것이었다. 그 열무김치를 받아 든 순간, 삭막한 서울이 갑자기 고향처럼 포근해졌다.


나는 선하고, 정직한 ‘허순례 곱창’이 날로 번성하길 빈다. 그래서 언니의 소원대로 장사가 잘되서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언니가 좋아하는 철원 밭에도 더 자주 가고, 성당에도 갈 여유가 생기길 바란다. 그리고 착한 사람은 복을 받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수유역 주변에 가시면 우리 ‘허순례 곱창’에 들러서 맛있는 ‘돼지 곱창 볶음’에 ‘열무국수’ 한그릇씩 드시고 가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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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유역 돼지곱창 #허순례곱창 #열무국수 #열무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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