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ACKERS COFFEE 대정
커피사진 찍으러가서 또 다른것만 잔뜩 찍고 왔다. 꽃,나비,벌,새 찍은 사진들 보면 (퇴직해서 큰카메라 들고다니는 아저씨들 생각남) 아재 감성이라고 속으로 비웃었었는데 어느새 내가 그러고있다. 소름. 알고보니 작은 생명체에 감정이입을 하는 소중한 감성이였구나. 앞으로 비웃지 말아야겠다.
나름 카페리뷰를 쓰기로했으니 커피사진은 있어야 되는거 아닌가해서 얼마전부터 열심히 찍기 시작했다. 그러나 대부분 초점상실. 아마도 항상 옆에 아이들이 질척여서 인것같다. 커피한잔 못찍는걸 인정하고 싶지않음으로 애들탓으로 돌리자. 아니라면 연장탓. 아마 카메라 렌즈때문. (라이카쓰면서 미친소리 하고있네) 그것도 아니라면 단순히 내가 찍기 싫은데 억지로 찍고있는것일수도 있겠다. 생각해보니 나까지 커피사진 보여줄 필요있나. sns에 차고 넘치는데. 카메라리뷰도 마찬가지의 생각이 들었었다. 카메라 어떻게 생겼는지 버튼이 어디 달렸는지 알려주는사람 넘쳤는데 나도 그럴필요있나 해서 전혀 안하고있었다. 그래서 그 카메라로 어떤사진이 나오는데? 나는 그게 궁금한 사람이라. 그래서 그 카페 커피는 맛있나? 나는 그게 궁금한 사람이라. 그리고 커피나오면 바로 마셔야 제일 맛있는데? 커피사진 찍는기분 별로 유쾌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래서 크래커스커피 맛있나? 커피 기똥차게 맛있다. (여기주인이랑 학연지연혈연관계 없고 대화도 몇마디 나눠본적없고 그냥 아줌마 단골임) 신맛이 나는 진한 에스프레소에 아이스크림을 더한 아포가토, 우유를 적게 넣어서 라떼를 진하게 마시는 스몰라떼를 좋아한다. 가끔 혼자서 둘 다 쓱 싹. 남편이 많이 뺏아먹을땐 아포가토를 두번 먹기도 한다. 요즘은 아이들까지 뺏아먹기 시작했다. 커피빈은 주문할때 선택 할수 있다. 신맛을 좋아한다고 하거나 신맛을 싫어한다고 알려주면 선택이 편하다.
크래커스커피가 브루마블(한경)과 레이블(대정)이라는 이름으로 있었을때 레이블은 빛이 없는 어둠의 공간이었다. "한번은 재밌어서 오겠는데 애들이랑 또 오기는 좀.." 이라던 남편. "거기서 매일 일하는사람 아직 괜찮을까.." 하는 남편. 남생각 잘 안하고사는 사람이 갑자기 오지랖 발언을 해서 얼마전에 가보았다. 빛이 들고 식물들이 가득해진 모습을 보고 우리의 걱정은 말끔히 사라졌다. 사람이 제정신으로 매일 일할수 있겠다. 게다가 우리 여기 또 올수 있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