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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유 Oct 19. 2020

SISBAGEL

신혼의 추억이 있는곳



늦잠을 자고 일어나 아침 겸 점심밥이 만들기 귀찮던 날에 찾아가던 베이글카페 시스베이글. 지금은 주변에 브런치 카페가 참 많은데 남편이랑 같이 살기 시작할 즈음엔 조금 거리가 있지만 시스베이글 말고는 떠오르는 좋은곳이 없었다. 우리는 베이글과 크림치즈 + 계절야채스프 + 아메리카노 가 나오는 세트메뉴를 좋아했다. 채식주의자인 남편에게 딱인 메뉴였다. 남편은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나는 차가운 아메리카노를. 쫀득한 베이글이 크림치즈와 같이 씹히면 그렇게 고소할수가 없다. 따끈하고 담백한 야채스프를 후루룩, 시원한 아메리카노를 호로록. 임신중에는 베이글을 두개씩 먹어치웠다. 그곳에서 남편은 행복해 했고 나도 행복했다. 잡화점이기도 한 시스베이글에 가면 내가 좋아하는 볼거리들이 있었다. 언제나 취향을 저격하는 물건들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차분한 성격의 주인들을 빼닳은 물건들이다. 



Naturaclassica + AGFA vista 걸음이 없는아이 시절의 첫째와
CONTAX G2 + AGFA vista 걸음이 느린아이 시절의 첫째와
Naturaclassica + AGFA vista 걸음이 없는 아이 시절의 둘째와



아이가 둘 생기고 나서는 발길이 뚝 끊겼다. 걸음이 느린 첫째까지, 걸음이 없던 둘째까지가 우리의 '컨트롤 마지노선'이었던 것으로 남편과 이야기로 나누진 않았지만 우리가 갈수있는 곳에서 자연스레 배제되었다. 걸음이 빠른 아이가 둘씩이나 있으니 나와 남편은 의자에 1분도 앉아있을수도 없겠다는 상상을 하며 등꼴이 오싹하다. 나와 남편은 그곳에서의 둘만의 시간을 그리워한다.

아이들이 생기면 여러가지로 많은 것들이 변한다. 시스베이글을 못가게 된것처럼 나는 그동안 SNS를 등지고 살았다. 임신을 하면서부터 멀리 했다. 그래서 시스베이글이 영업을 종료했다는 소식은 내가 이 글을 쓰는 동안에 찾아보고 알게되었다. 따뜻하고 좋은곳 이었는데 아쉽다는 마음뿐이다. 좀 더 일찍 알았다면 마지막인사를 하러 갔을텐데. 두 분의 행복을 위한 좋은 선택이었기를. 



아빠가 되기 전(왼)과 후(오)의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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