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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유 Sep 30. 2020

One summer's day

Fuji natura classica + AGFA vista 200

Natura classica 3/37 오일장 가는길


속닥속닥 나의 카메라 이야기

햇빛이 뜨거운 날이었다. 둘째가 태어나기 일주일 전 쯤 세가족이 마지막으로 함께 했던 외출로 기억한다. 가족들과 외출할때 오늘은 어떤 카메라를 챙길까 잠깐 생각을 한다. 그리고 10번에 7번정도는 내츄라 클래지카를 챙기게 되는것 같다. 특히 햇빛이 쨍한 날이면서 무거운 가방이 싫은날? 대부분 그런날에 외출을 하고 싶고, 하게 되니까, 그래서 자주 들고 나가게 된다는 답이 정해진 결론이 나온다. 내츄라 클래지카는 모든 카메라와 핸드폰까지 통틀어서 가장 오래 써왔다. 익숙해서 편해서 더 갖고다니는것 같기도하다. 유학시절에 처음만나서 지금껏 이 카메라에게 실망? 해본적이 없다. 고마워서 나도 소중히 다뤘다. 그래서 10년이 훌쩍 넘었지만 멀리 수리를 맡기거나 할 부상이 없다. 아마도 나의 경험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다르지 않은것 같다. 요 아이의 몸값이 중고로도 두배 이상 올랐으니 말이다. 내가 칭찬하는 이 아이의 큰 장점은 첫째로 작다는 점. 핸드폰보다 손에 잘 잡힌다. 둘째로는 자동카메라이기 때문에 무언가 잘 알아야한다는 부담이 없다는 것. 카메라만 손에 딱 쥐고 셔터만 잘눌러도 결과물이 나온다. 세번째로 플래쉬기능. 몸집이 작은데비해 능력이 좋다. 그 외로 거리조절과 밝기조절이 그림과 숫자로 귀엽게 조작되는 귀염둥이 매력이 있다. 장점밖에 없는 귀염둥이인 걸까. 단점을 아직 모르겠다. 


Natura classica 4/37 자두 만원어치
Natura classica 5/37 수박도 한통 샀다


북적북적 서귀포 오일장 이야기

가족나들이로 가끔 오일장에 간다. 재래시장은 아이들 눈높이에서 구경할거리가 많다. 아이 눈으로 보면 시장은 얼마나 거대하고 생소한것 투성이일까. 땅바닥에 여기 저기 펼쳐져있는 재철과일과 야채들. 펑하고 뻥튀기만드는 소리. 시장에서 먹는 호떡은 얼마나 맛있는지. 특히 나와 남편은 할머니들이 앉아서 잡곡을 파는 곳을 좋아한다. 콩을 나무 되(네모난 바가지)로 담는데 그 모습이 정겹다. 잡곡을 한되사면 할머니들은 되로 수북히 하나 담고도 손으로 한줌 두줌 쓸어 담아주신다. 그리고는 앞주머니를 열고 꼬깃꼬깃한 지폐들을 잘펴서 잔돈을 계산해준다. 마트에서 팩포장이 된 콩을 카트에 넣고 바코드를 찍어서 살수도 있고 인터넷으로 주문해서 택배로 받을수도 있다. 다양한 구입 방법이 있지만 똑같은 콩이 안에 있다고 해서 똑같은 콩으로 볼 수 있을까? 할머니들의 퍼포먼스를 보는것도 현금을 챙겨 시장에 가는 이유라고 하겠다. 재래시장에는 아이들의 기억에 남았으면 하는 촌스러운 풍경들과 작은 이야기들이 있다. 어린시절 집 앞 시장에 심부름 가던 기억을 떠올리면 마음이 저릿해서 뭉클하기까지 하다. 콩나물 500원어치와 두부 한모. 심부름 값으로 주어지는 풀빵이라는 사치. 


Natura classica 6/37 장본후엔 아이스커피
Natura classica 7/37 얼린 삼다수는 장난감
Natura classica 10/37  엄마지갑도 초토화
Natura classica 14/37 아이의 삶엔 모든것이 장난감이다

주절주절 나의 카메라필름 이야기

아그파 필름이 가격이 두배 이상 올랐다. 이것도 얼마전의 일로 지금은 어디에서도 찾아볼수 없게 되었다. 이런일이 한두번이 아니지만 언제나 갑작스럽고 당황스럽다. 언제부턴가 필름은 그때 그때 제일 싼것을 많이 사놓고 쓰게된다. 아그파 칼라 필름을 20개 샀을때는 그때 그게 (5천원대로) 제일 쌌기 때문이었다. 필름가격이 오르는게 무서운 기세다. 이제는 선택권도 없다. 종류가 하도 줄어서 이거나 저거중에 골라야한다. 대학시절 라떼는 필름이란것은 내 마음 내킬때 뭐든 언제든 쓸수있는 존재였다. 필름을 사러 신주쿠 요도바시 카메라에 가면 세상 모든 필름이 모여있는듯한 필름구역이 따로있었다. 여유를 부리며 이 필름 저필름 비교하고 고르던 라떼의 이야기. 지금은 저세상 필름들이 되었지만. 

아이들이 더 이상 귀엽지 않을 나이가 될쯤엔 나도 필름을 포기하지 않을까. 그런 슬픈 생각을 하고 앉아있다. 돌이켜보면 출산전 몇년동안은 필름카메라를 자주 꺼내쓰지 않았다. 필름 한장의 가치와 효율성을 따지다가 굳이 필름? 하고 내켜하지 않았다. 지금은 아이들의 사소한 움직임에도 냅다 뛰어가서 카메라를 겟하고 재빠르게 셔터를 누르는 내가 있다. 간직하고 싶은 사랑스러운 순간에 효율 비효율 머리로 따지지 않게 되는거겠지. 그런것이었다. 아이들이 사랑스럽고 나는 필름으로 기록하고 싶은 마음이 아직은..아직은. 아직은 포기가 안되서 필름 직구를 시작했다는 엄마의 TMI. 나는 과연 언제까지 필름사진을 찍게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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