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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유 Oct 02. 2020

슬기로운 조리원생활

Polaroid camera : LOMO's INSTANT AUTOMAT

예비산모는 왜 흑백필름을 준비했을까. 

두 아이를 출산하면서 매번 출산준비물로 폴라로이드 흑백필름을 여러개 사두었다. 병원이나 조리원이 사진이 예쁘게 나올 환경은 아니기 때문에 흑백으로 무마하자? 는 나름의 생각이었다. 흑백은 잡다한것을 안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흑백으로 찍으면 어떤 방, 어떤 배경에 걸리던 괜찮지않을까. 컬러필름에 비해 이삼천원이 더 비쌌지만 흑백필름을 사둠으로써 미지의 세계에 대한 불안감을 떨칠수 있었다.


예비산모는 왜 폴로라이드 카메라를 조리원에 가지고 갔을까. 

아기를 낳으면 아플것이고 힘들고 피곤할거라는 출산에 따라오는 당연한 뒷이야기가 있다. 그런 몸으로 불편한 병실과 작은 방안에서 오랜 시간 지내야 할텐데 날 위한 장난감 하나 정도는 마음껏 가지고 놀아도 되는거 아닐까 해서 챙겨간 장난감이다. 폴라로이드는 찍고 나면 1분도 안되어서 내 손안에 조그마한 사진 한장이 들려있다. 잘 나오지 않더라도 찍을때 묘한 재미가 있다. 그리고 혼자서도 충분히 즐거운 시간을 보낼수있다. 옆에 누워있는 갓 태어난 아기는 눈뜰새없이 잠을 오래 잔다. 혼자인듯 혼자가아닌 시간들. 물론 핸드폰으로도 사진을 찍고 영상도 찍는다. 충분히. 특별한 경우가 생기지 않았다면 대부분의 엄마들이 그럴것이다. 그래도 모자란듯 하다. 엄마는 아기의 사진에 목이 마르다. 2% 부족할때 채워주었던 그런 기특한 카메라이다. 


첫째의 발과 둘째의 발
애벌레처럼 누워있는 첫째와 둘째

사진에 날짜 기입은 해두는 편이다. 앞면에 글씨가 보이는게 싫을때는 뒷면에 마스킹 테이프를 붙이고 적어둔다. 날짜 기입을 해두지 않으면 누가 누군지 알아보는게 어려울지도 모른다.


조리원에 놀러온 아빠와 함께
병원에서 첫째와 둘째를 처음 안고서
수술실에서 카메라 테스트하는 아빠

첫째를 낳을때에는 남편이 카메라를 챙기고 테스트를 해보고 그리고 나서 분만실에 들어와 탯줄자르는 모습부터 사진을 찍었었다. 마지막 진통을 하는 시간이 꽤 여유가 있었기에. 둘째를 낳을때에는 진통을 길게 참을새없이 아기가 나와버리는 바람에 사진을 제대로 남기지 못했다. 갑자기 긴박해진 상황에 경황이 없던 남편은 카메라를 찾지 못했다고 미안해했다. 똑같이 해주고 싶지만 똑같이 해줄수 없는 상황이 오는거구나.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첫째와 둘째에게 같을수 없었다.


그리고  1년이라는 시간
아빠의 1년 

왼쪽사진은 둘째가 태어난날 병원에서 찍은 남편의 모습이다. 흑백이 아니였다면 병실의 보조의자와 인터폰이 거슬렸을것 같다. 1년의 텀이 있는 비슷한 사진들이 나와서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다. 훅 훅 늙어가는 남편도 잊지말고 가끔씩 마음먹고 사진을 찍어둘 일이다. 매년 폴라로이드로 찍어둬야지 하는 마음의 소리. 폴로라이드로 셀카를 찍을 자신은 없으므로 엄마는 소리소문없이 늙어가야지. 폴라로이드 필름은 시간이 지날수록 색이 빠진다. 아래 사진을 보면 밑으로 갈수록 색이 진하고 대비가 강하다는걸 알수가 있다.


시간의 흐름대로


조잘조잘 로모 폴라로이드 카메라이야기  

대학시절에 Holga, fisheye, golden half 라는 로모의 토이카메라들를 즐겁게 썼었다. 그 아이들은 생으로 플라스틱 재질의 과연 사진이 찍힐까 하는 의심부터 하게되는 그런 카메라였다. 그 연장선으로 오토맷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보면 레어 플라스틱에서 미디움웰던 플라스틱으로 변했다는 느낌이 든다. 똑똑한 로모는 카메라 외관색과 디자인으로 신상 업데이트를 계속 하고있다. 예쁜 디자인으로 카메라 자체를 사진의 소품으로 쓰기에도 좋다. 기능은... 변하지않는 아날로그적인 로모만의 갬성이니까 이대로도 좋다. 기능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무언가들이 추가되어 가고 있기는 하다. 그것들을 제대로 잘쓰는 사람도 있을거고 심취해서 파고드는 사람이 있을지도 혹시 모를일. 나의 경험으로는 여러가지 기능을 쓰지않고 찍는것이 가장 좋았다. 회당(1장) 천원이 넘는 몇가지 실험끝에 안전을 추구하기로 했다. 재밌고 신기한 로모의 사진들을 찾아 보는것은 대학시절때처럼 여전히 좋아하지만. 더이상의 도전정신이 없는건 내 마음이 늙은 걸까. 


최근 자주 들여다보는 둘째의 <울다가 웃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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