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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유 Oct 05. 2020

pancake cake

CONTAX G2 + TLA 200 Flash 

첫 생일

첫째아이가 태어나 아이를 보러온 남편의 엄마에게서 사진을 몇장 받았다. 그 중에 인상깊었던 사진이 한장 있었다. 남편의 첫 생일사진. 테이블에 아기남편이 앉아있고 접시에는 돌돌말린 팬케이크 한장과 촛불 하나가 있었다. 살면서 그런 돌사진은 처음이었다. 내가 한국인이라서 당혹스러운건가? 사진도 달랑 한장 끝? 정말로? 해맑게 웃으면서 아기 플로리에 대해 기쁘게 설명해주시는 어머니. 이건 찐이다. 진짜 이것뿐이었구나. 하고 이야기를 경청하며 나도 같이 웃었지만 속으로는 아무리 디지털카메라가 없던 시절이로서니 너무 한거 아닌가. 그런 마음의 소리를 무시하지는 못했다. 

단 한장의 놀라움과 단 한장의 소중함을 동시에 느끼게 되면서 벽에 붙여 두기에 이르렀다. 매일 보다보니 볼수록 마음이 가고 보면서 마음의 결단을 하게 되었다. 우리집은 어쩐지 이게 맞는거 같은데? 하고. 우리 아이 첫생일은 이거다. 앞으로 몇명을 더 낳아도 똑같이 해줄수 있겠다. 똑같이 해줘야겠다 아빠처럼. 


남편의 1살 생일



첫째의 첫생일이 오자 실행에 옮겼다. 팬케잌은 남편이 만들었다. 안에 바나나와 메리플시럽을 넣고 벨기에 식으로 돌돌말았다. 나는 아이에게 남편이 아기때 입었던 스웨터를 입혔다. 그 외에 카메라, 둥글고 하얗고 넓은 접시, 촛불을 준비했다. 남편의 돌사진과 최대한 비슷하게 구색을 갖췄다. 작은 부분들에 나름의 의미를 하나씩 부여하면서 첫 생일이야기를 만들었다. 다를게 있었다면 사진을 여러장 찍어뒀다. 달랑 한장은 나중에 많이 아쉬울거 같아서.


CONTAX G2 TLA 200 Flash  첫째의 1살 생일


Kodak funsaver Flash 둘째의 1살 생일


둘째의 첫생일에도 우리는 같은 생일을 준비했다. 남편이 팬케잌을 만들었고 안에는 바나나와 누텔라를 넣었다. 돌돌말아 촛불을 꽂았다. 여행중이라 같은 카메라는 아니였지만 일회용 필름카메라로 나름 만족스러웠다. 첫 생일을 기억하지 못할 아이들에게는 뭔 훗날에 어떤 이야기가 될까? 사진을 보며 행복했으면 좋겠다. 

엄마,아빠가 만든 첫 생일이야기가 행복한 이야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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