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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유 Nov 07. 2020

바야흐로 가을

Fuji naturaclassica + AGFA vista 3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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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을 넘기며 기분이 나빴다. 올해 나의 키워드는 스트레스, 카페인, 알코올, 욕이 아니였던가. 생각하니 그래서 기분이 나빴다. 이런식으로 슬금슬금 12월까지 보내고 나면 얼마나 더 기분이 나쁠지. 왜 이렇게 억울한 기분이 드는건지. 내가 답답하고 지루하고 피곤하거나 말거나 가을은 무심하게 지나가고 있다. 

시아버지가 놀러왔던 가을은 행복한 가을이었다. 남편의 가족중에 유일하게 커피를 좋아하는 아버지와 함께 여행하는게 좋았다. 맛있는 커피를 마시기 위해 일부러 멀리 나가기도 했고 그것만으로도 즐거웠다. 커피가 너무 맛있다고 내뱉는 아버지의 외국 욕을 들으며 웃기도 했다. 올해는 남편의 가족들이 비행기예약을 해놓고 오지 못했다. 당연하지만. 오지도 가지도 못하는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인지도 알수가 없다. 최근 시아버지는 2주간의 의무격리를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눈치이다. 벨기에 신문에 나온 한국의 코로나격리생활 기사를 캡처해서 보내며 "밥이 맛있다더라." "내년 비행기표가 아주 싸게 나와서 미리 사놓았다." 내년에는 어떻게든 오시려나 보다 하고 웃었지만 한편으로는 슬픈 마음이 들었다. 아들이 그리울거고 손녀들도 무척 보고싶을거다. 내년에는 부디 긴 긴 여행을 함께할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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