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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즈 Dec 22. 2020

2020 연말 결산 - 월급의 변화

코로나 이전과 이후



'자유'는 사실 냉엄하다. 그것은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 둔다.'라는 의미가 아니다. 단순한 방종과 자유는 결정적으로 다른 위치에 존재한다.


- 마스다 무네아키 <지적 자본론>




그~저 호기로웠다!


- 시기 : 2019년 3월

- 특징 : 29세


 작년 초. 당시 유행처럼 우후죽순 쏟아져 나오는 퇴사자 대열에 합류했다. 나는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일을 좋아하는 성향이다. 더욱이 멋진 팀원들 덕분에 정말 많이 배우고 즐겁게 일할 수 있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기업 철학과 목적 없이 비합리적으로 운영되는 회사 생활에 회의감을 느끼고 말았다.


애초에 회사라는 집단에서 가치와 경제적 이익을 모두 찾으려는 나의 욕망이 오버스러웠을지도.. 그래서 나왔다. 젊은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는 그놈의 패기 때문일 거다. 내가 소망하는 방향과 목적을 향해 적극적으로 개척해나가는 삶. 자율적이고 주체적인 삶을 외치며 그저 호기롭게 퇴사했다. 어쩌면 철없는 91년생, 회사 밖은 야생이라는 걸 몰랐던 거지.






호기로움도 잠깐
코로나가 남긴 <청년 실직 수당>


- 시기 : 2020년 3월

- 특징 : 30세


 올해 초. 맥없이 잘려나간 수많은 실직자 명단에 내 이름이 올랐다. 그리고 정부로부터 50만 원씩 두 차례, 총 100만 원의 긴급 수당을 받을 수 있었다. 경험에 투자한다는 명목으로 통장에 모아두었던 귀여운 잔고와 퇴직금은 이미 바닥난 지 오래. 생계유지를 위해 게스트하우스 매니저로 근무하고 있던 상태였다. 비교적 시간이 자유로워 사이드 프로젝트와 병행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코로나 19로 인해 외국인 관광객이 끊겼고 여행 산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해외 고객의 유입률이 95%를 차지했던 게스트하우스 역시 예외는 아니었기 때문에 곧장 인력을 감축해야만 했다. 내가 그 감축 대상이었다. 자유로운 삶을 외치며 호기롭게 파트타임 근무를 시작했던 나는, 순식간에 일자리를 잃었다.








퇴사와 실직을 경험하니
보이는 공통점?


- 시기 : 2020년 3~5월

- 특징 : 없음


 첫 번째는 내적 욕망에 의한 자발적 퇴사였고, 두 번째는 외부 환경 변화로 인한 비자발적 실업이었다.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회사 바깥이 천국이든 야생이든 관계없이 내가 겪은 공통된 사건은 고용된 일자리로부터 떨어져 나왔다는 것. 즉, <혼자가 되었다>는 것이다.


긍정적으로 보면 규율이 존재하는 시스템으로부터 자유를 얻었다는 것, 부정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정해진 규율 없는 세상에서 방종의 시작이랄까..





어쨌든 <혼자가 되었다>는 공통된 사건으로 내가 겪은 가장 큰 변화는 두 가지다. 첫째, 일정한 시간과 노동을 들여 다달이 얻을 수 있었던 '월급'이 사라졌다. 둘째,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으로 출퇴근하던 '일상의 기준'이 사라졌다.



 먼저, 월급의 부재는 큰 타격이었다. 신용카드로 소비 생활을 유지하던 나는 갑자기 끊긴 일자리와 (코로나로 인한 매출 타격으로) 두 달째 밀린 월급 덕분에 다음 달 카드값을 메꿀 돈이 없었다. 카드사는 독촉했지만 나는 정...말 돈이 없었다. 난감했다. 과거의 내가 싸 놓은 똥을 해결할 수 없는 스트레스 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사람들이 왜 사채에 눈을 돌리는지, 왜 순식간에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지.. 짧지만 몸소 체험할 수 있던 시기였다.



그래도 이건 언젠가 한 번쯤은 예상해봤던 시나리오 아니던가. 누구나 한 번쯤 '회사 밖에서 잔고가 0원이 되는 아찔한 순간'을 상상해보는 거 아닌가. 약속된 날짜에 맞추어 통장에 찍히는 숫자가 주는 안정감. 이 달콤한 안정감이 언제든 '빚이라는 두려움'으로 바뀔 수 있다는 건, 나 역시 상상해본 경험이 있다. 제발 그런 상황이 닥치지 않기를 바랐지만.. 불안한 예상이 그저 현실로 바뀌었을 뿐이다. 오히려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전혀 생각지도, 예상치도 못한 녀석이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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