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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고닫기 OPCL May 28. 2021

ESG, 일회용품 인터뷰 하기(feat. 페트병 씨)

최근 환경에 대한 중요성이 매우 커지고 있다. 그 중요성을 알리는 사람들이 많은 반면, 아무리 설명하고 보여줘도 그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래서 결심했다. 이제는 사람이 아닌 일회용품들의 입장을 들어보고자 한다.

그 첫 번째 주인공은 우리 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분이다. 없으면 아쉽고 있으면 편한 존재, 바로 페트병 씨다.

인터뷰이 인터뷰 모습(feat. 페트병 씨)

Q. 에디터 옌
안녕하세요, 페트병 씨? 우리 열고닫기 독자분들에게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A. 페트병
안녕하세요, 열고닫기 포스트 독자 여러분. 페트병입니다. (영어 이름은 Plastic bottle, 그냥 pet이라고 불러주세요.) 나이는 올해 386살이에요. 저는 500년 이상을 살 수가 있으니 이제 딱 중년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Q. 에디터 옌
그래도 꽤 오랜 세월을 사셨네요. 최근에는 어떤 인생을 사셨는지 궁금해요.ㅎㅎ


페트병 재활용 확률, 얼마나?

페트병 씨 반찬통 시절. jpg / 자료 제공 : 페트병 씨

A. 페트병
음, 저는 반찬통이랑 배달 일회용기로 각각 100년씩은 살았어요. 지금은 500ml 생수통으로 살고 있네요. 현재 물이 반밖에 안 남았으니 생수통으로서의 인생도 반 밖에 안 남았네요. (웃음)

Q. 에디터 옌
그렇군요. 그래도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쉽지 않나요? 어디까지 재활용돼보셨어요?

A. 페트병
글쎄요. 매년 '환경의 달', '지구의 날'이다 하면서 가끔 아이들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플라스틱 인형, 장난감, 모종삽까지도 재활용되어본 적 있긴 하거든요. 지금은 페트병이 되었으니 다음은 최소 필통 꽂이는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Q. 에디터 옌
아, 저도 어렸을 적에 유치원에서 필통 꽂이를 만들어본 적 있어요. 최근 사람들 사이에서 환경운동이 트렌드라 지난 주말에는 펜 꽂이를 만들었거든요. (뿌듯) 아무래도 페트병이 재활용하기에도 가장 쉽고 유용한 것 같아요.

A. 페트병
네, 대부분의 페트병에는 세척이 쉬운 음료가 많이 들어가니까요. 그런데 세척이 잘되지 않은 페트병은 재활용도 되어보지 못한 채 땅에 버려지거나 금방 생을 마감하게 돼요. OECD 보고서에 따르면, 저와 비슷한 폐플라스틱은 14% 정도만 재활용이 되고 나머지 62% 매립, 24%는 소각된다고 하네요. 이렇게 적지 않은 양의 폐플라스틱이 재활용되지 못한다는 것은 곧 환경오염의 지름길로 빠진다는 거예요.

Q. 에디터 옌
생각보다 심각하네요. 저는 집에서 하는 분리수거만이라도 잘하면 환경오염도 어느 정도 개선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쉽게 생각했나 봐요.

A. 페트병
분리수거만 잘해도 환경오염은 개선될 수 있어요. 그렇지만 흔히 가정에서 하는 분리수거도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정말 많더라고요. 사실 저 같은 페트병이 입는 옷이라고는 배꼽티 같은 비닐 라벨지랑 제 헬멧인 뚜껑이 전부인데요. 가정에서 분리수거를 하실 때 제 배꼽티(비닐 라벨지)는 분리해서 버려주셔야 하거든요. 그런데 이 조차도 귀찮아서 분리하지 않고 그냥 버리는 가정이 정말 많았어요.

Q. 에디터 옌
(뜨끔)

A. 페트병
그나마 페트병은 분리배출 비율이 80%로 매우 높은 편인데, 재활용 공정을 거쳐서 재생원료로 만들어지는 건 전체 페트병의 약 45% 수준이에요. 페트병은 플라스틱 중에서도 가장 재활용 가치가 크다고 자신하기 때문에 분리배출만 잘해주셔도 나중에 잘게 부서져서 섬유나 시트, 솜 등에도 활용도 높게 쓰일 수 있는데 안타깝죠.



분리배출 표시, 그 의미는?

Q. 에디터 옌
아, 맞아요. 저도 생각해 보니 페트병 자체만 생각했지 거기에 붙어 있는 비닐 라벨지는 전혀 생각 못했어요.ㅠㅠ 그런데 저뿐만 아니라 정말 많은 가정에서 그렇게 버리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A. 페트병
네, 맞아요. 페트병이 플라스틱 가문이라서 생각하시는 것보다 종류도 훨씬 다양해요.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내 보여준다.) 혹시 이 로고(?)를 보신 적 있으세요? 

옌&페트병 씨가 먹던 음료 옆 면의 '분리배출 표시'

Q. 에디터 옌
네!!!!!!!!! 저 본 적 있어요!!!!! 그런데 이 로고도 종류가 되게 다양하던데요...?

A. 페트병
이 로고 이름은 '분리배출 표시'에요. 이 로고가 있음으로써 재활용률을 최대한 높일 수 있거든요. 그런데 제가 봐도 워낙 비슷한 이미지와 크기, 영어로 된 문구 천지라서 사람들이 어려워할 만도 해요. 말이 나온 김에 각 로고(분리배출 표시)에 대한 이름과 분리배출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 HDPE(고밀도 폴리에틸렌)
단단한 플라스틱으로 우유통, 장난감, 세재 용기 등
* LDPE(저밀도 폴리에틸렌)
부드럽고 말캉한 플라스틱으로 비닐장갑, 포장봉투, 지퍼백 등
* PP(폴리프로필렌)
열에 강한 반투명 플라스틱으로 페트병 뚜껑, 밀폐용기, 도시락 용기, 빨대, 플라스틱 컵 등
* PS(폴리스티렌)
가볍고 단단하지만 깨지기 쉬운 플라스틱으로 요구르트병, 스티로폼 용기, 음료 라벨지 등
* PVC
파이프, 장판, 전선, 바닥 매트 등
* OTHER
표시 재질에 표기되지 않은 단일 재질 및 2가지 이상의 플라스틱 재질이 복합된 재질



Q. 에디터 옌

윽... 페트병 씨, 너무 많고 어려워요...

A. 페트병
맞아요. 사실 저도 이 부분은 정부에서 더 개선될 수 없는 것일지 항상 고민이고 불만일 때가 많아요. 제도나 규칙을 정하는 것도 좋지만, 어느 정도 다양한 연령대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과 내용으로 바뀌면 참 좋을 것 같거든요.

Q. 에디터 옌
너무 공감해요. 사실 이런 내용들이 복잡하고 외우기도 어려운 귀차니즘 때문에 사람들은 분리배출을 더 멀리하는 것이 아닐까도 생각해요.

A. 페트병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나 국민 모두가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라고도 생각해요. 예를 들어, 정부는 좀 더 쉬운 표기법을 사용하도록 하고 국민은 환경을 위해 외워서라도 실천해야 하는 거죠.

Q. 에디터 옌
네, 어디까지나 정부 탓을 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죠. 저 좀 반성하게 되네요.

A. 페트병
모르는 것보다 아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그리고 그거 아세요? 꼭 분리수거를 잘한다고 해서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는 것도 아니거든요.


가정에서 할 수 있는 환경운동은?

Q. 에디터 옌
앗, 그렇죠. 지금까지 너무 분리배출에 대해서만 이야기했던 것 같은데요. 가정에서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페트병으로 실천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A. 페트병
옌님이 질문 주신 내용에 답이 있어요. 환경오염을 줄이려면? '=페트병 사용을 줄이면 된다'라는 거예요. 전 세계 플라스틱 유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5년 기준으로 17.8억 톤에서 2050년 65억 톤으로 약 4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해요. 그러니 페트병뿐 아니라 일회용품 자체 줄이기를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죠.

Q. 에디터 옌
정말 어마어마하게 늘어난다는 것이네요... 페트병 씨, 그렇다면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일회용품 줄이기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페트병
①일회용 컵 대신 머그잔이나 텀블러 사용하기, ② 어쩔 수 없이 일회용 컵을 쓰더라도 뚜껑, 빨대, 홀더 등 소모품은 빼고 사용하기, ③쇼핑할 때 장바구니 챙기기, ④배달, 포장 음식 시킬 때 일회용품 빼 달라고 요청하기, ⑤손 씻은 후 종이 타월 대신 손수건 사용하기 등이 있어요. 이렇게 습관적으로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도 온실가스 배출량도 줄일 수 있고, 무엇보다 작은 입자로 쪼개질 미세 플라스틱도 바다새나 고래 등에게 가지 않게 되겠죠?

Q. 에디터 옌
(끄덕끄덕) 맞아요. 플라스틱이 미세하게 쪼개지면 해양 동물들이 먹게 돼서는 결국 사람의 입으로도 온다고 하더라고요. 얼마 전 뉴스에서도 봤는데요. 미세 플라스틱을 섭취한 플랑크톤 등은 먹이 사슬을 통해 순환되다 보니 우리가 먹는 생선이나 새우, 굴, 천연 소금 등에서도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되기도 한다더라고요.

A. 페트병
정말 중요한 부분을 잘 말씀해 주셨어요, 옌님. 그렇기 때문에라도 사람들은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야 해요. 비록 저는 남은 생을 충실히 하고 다른 물건으로 재 탄생하게 되겠지만 애초에 버려질 페트병이라면 만들어지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Q. 에디터 옌
그래도 페트병 씨는 우리 일상에서 정말 있으면 편하고 없으면 너무 불편한 존재예요. 우리가 편하게 사용했던 것만큼 쓸 때나 버릴 때나 그 감사함을 잊지 않고 부지런히 일회용품도 줄이고 분리배출을 하게 된다면 너도나도 행복한 미래를 맞이하게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A. 페트병
네, 말씀 감사해요. 사람들은 눈에 보이지 않으면 그 소중함을 모를 때가 참 많아요. 그렇기 때문에 이번 인터뷰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평소 신경 쓰지 않았던 존재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Q. 에디터 옌
좋아요. 저도 오늘 집에 가서 꼭 생각해 보려고요. 오늘 소중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해요 페트병 씨. 끝으로 열고닫기 포스트 독자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A. 페트병
일단, 이런 기회를 통해서 평소 제가 했던 생각을 말할 수 있어서 너무나 감사한 시간이었어요. 지난 시간을 떠올려보면 정말 슬픈 일도, 아픈 일도, 좋은 일도 많았지만 그래도 페트병으로서 할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축복인 것 같아요.

독자분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오늘부터라도 일회용품을 분리배출할 때 꼭 헹구고(저도 깨끗한 거 좋아해요..), 비닐 라벨지는 떼고 버려주시고(사실, 비닐 라벨지랑 사이가 그렇게 좋지는 않아요..), 저를 찌그린 뒤 뚜껑을 꼭 닫아서 버려주세요(버려질 때 머리가 쿵! 하면 아프거든요). 그럼, 다음 인터뷰에서는 고오급 의류 원단이 되어 만나요! 안녕~


며칠 후, 분리수거를 하던 에디터 옌. 페트병을 버리려고 하는데 투명 페트와 유색을 분리해 지정된 배출함에 넣어야 한다는 문구를 보게 된다. 결국, 페트병 씨에게 카톡으로 물어보기로 한다.


아니 잠깐, 페트병을 또 분류하라고요?


Q. 에디터 옌
페트병 씨! 제가 분리수거를 하던 중, 투명 페트와 유색을 분리하라는 말이 있어서요. 페트병도 다 같은 페트병이 아닌가요?

A. 페트병
페트병 중에서도 음료를 담는 페트병과 생수를 담는 페트병은 두께나 색상이 다르거든요. 혼합 음료가 담긴 페트병은 생수가 담긴 페트병보다 훨씬 더 두껍고 단단한데요. 그 이유는 혼합차에서는 미생물이 자라기 쉽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미생물을 없애기 위해 90℃ 정도로 살균한 상태로 페트병 안에 담아야 해요. 그런데 일반적인 페트병은 75℃만 넘어가도 물렁 물렁해지고 모양도 달라져요. 그래서 음료를 담는 페트병에는 90℃ 이상도 견딜 수 있도록 특수 공정을 거쳐서 딱딱하게 만들어진답니다. 

Q. 에디터 옌
그렇다면 혼합 음료나 차는 왜 미생물에 유독 취약한 거예요?

A. 페트병
그 이유는 중성이면서 미생물이 좋아하는 영양분을 담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에 비해 생수는 영양분이 없고, 탄산음료는 산성이기 때문에 혼합 음료나 차보다 용기를 얇게 만들어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죠.

Q. 에디터 옌
아, 네..! 두께는 그렇다 쳐도 색상은 왜 다른 건가요?

A. 페트병
페트병은 투명한 재질이지만 그만큼 햇빛 투과율도 높아요. 그래서 햇빛을 받으면 음료가 변질되거나 영양소가 파괴될 수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자외선 차단을 위해서라도 특수 처리를 하게 되면 색상이 변할 수밖에 없어요.

예를 들어, 플라스틱 맥주병 있잖아요? 맥주의 주성분인 '홉'은 빛에 노출되면 맛이 달라질 수 있거든요. 그래서 맥주병은 자외선을 차단해 주는 갈색을 사용하는 것이에요. 하지만 단순히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기 위해서 페트병 용기에 색깔을 넣는 경우도 있지만, 투명한 페트병보다 색깔이 들어간 페트병은 재활용할 때 과정이 더 복잡해지고, 재활용품의 품질까지도 떨어지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아셔야 해요. 이처럼 내용물 보존과 상관이 없다면 페트병 용기는 환경을 위해서라도 투명하게 만드는 것이 가장 좋겠죠?

Q. 에디터 옌
네 페트병 씨!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환경부에 따르면 현재 일부 지역에서만 시범적으로 분리배출을 시행하고, 2021년 12월 25일부터는 전국 공동주택, 아파트에서도 의무화가 된다고 하네요. 오늘도 새로운 사실을 알았어요! 바쁘실 텐데 답변해 주셔서 감사해요. :)

출처 | 환경부


페트병 씨와의 인터뷰, 느낀 점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생각보다 쉬운 분리배출,
생각보다 심각한 환경오염.

그렇다. 우리는 생활할 때 꽤 많은 것을 간과하고 지나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더 나은 환경을 만드는 것에는 생각보다 쉬운 일들을 어렵게만 생각하고 실천하지 않으려고 했다니... 모두가 반성해야 할 부분이 아닐까 싶다.

가정의 달 5월, 가족과 함께 어디를 놀러 갈까 생각하기보다는 가족과 함께 집에서 무얼 하면 더욱 의미 있고 값진 시간을 보낼 수 있을지 고민한다면, 이번 5월만큼은 한 달 동안 가정 자체에서 재활용 분리배출 캠페인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에디터 '옌'의 3줄 요약
1. 페트병 분리배출 3단계
     STEP ① 내용물 깨끗하게 세척해서 비우기
     STEP ② 비닐 라벨 꼭 제거하기
     STEP ③ 페트병을 찌그린 뒤, 뚜껑이 열리지 않도록 세게 닫기

2. 일회용품 줄이기 방법
     ① 일회용 컵 대신 머그잔이나 텀블러 사용하기
     ② 어쩔 수 없이 일회용 컵을 쓰더라도 뚜껑, 빨대, 홀더 등 소모품은 빼고 사용하기
     ③ 쇼핑할 때 장바구니 챙기기
     ④ 배달, 포장 음식 시킬 때 일회용품 빼 달라고 요청하기
     ⑤ 손 씻은 후 종이 타월 대신 손수건 사용하기 등

3. 2021년 12월 25일부터는 페트병 분류 배출 제도가 전국 공동주택, 아파트로 확대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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