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5월이니까!
벌써 5월이 되었다. 달력을 한 장 넘겨보니 오랜만에 빨간 휴일도 보이고(무려 이틀이나!), 익숙한 기념일들도 눈에 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처럼 가족 구성원들을 기념하는 날들이 한 달력에 모여 있는 걸 보니 5월이 ‘가정의 달’이라는 사실을 새삼 알 수 있다.
달력을 넘겨 '가정의 달'이라는 문구를 보며 문득 회사에서 사람을 뽑을 때 말하는 '가족 같은 분위기'라는 말이 떠오른다. 과연 진짜로 가족 같은 회사가 가능할까? 어쩌면 정말 좋은 사람들을 만나 가족처럼 지낼 수는 있겠지만, 애석하게도 현실에선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차피 '가족 같은 회사'가 되기 어렵다면 '가족 친화적인 회사'가 되어볼 순 없을까? 다시 말해 근로자의 일과 가족을 함께 챙겨주는 회사가 되어보잔 말이다. (본능적으로 직업의식이 발동한 티미!)
기업 담당자로서 근로자의 행복과 회사 홍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제도를 하나 소개해 주겠다. 바로 ‘가족친화 인증’이다. 어떤 것들을 준비해야 할지 궁금하고, 우리 회사가 이만큼 노력했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받고 싶다면 이 글을 잘 보시라.
가족친화 인증 제도는 여성가족부에서 진행하는 인증으로, 가족친화 제도를 모범적으로 운영하는 기업과 공공기관에 대해 심사를 통해 인증을 부여하는 제도이다. (출처: 가족친화 지원 사업 홈페이지 https://www.ffsb.kr/ffm/ffmCertBusiGuide.do) 2020년 12월까지 총 4,340개 사가 인증을 완료하였고, 대기업부터 중소기업, 공공기관 등 인증받은 곳도 다양하다.
‘우리 기업은 규모도 작고, 준비한 것도 없어 신청도 어려울 것 같아’라고 생각하며 뒤로 가기를 누르려는 당신을 막기 위해 얼른 본론으로 넘어가겠다. 티미가 몸담은 회사가 가족친화 인증을 받은 과정을 설명해 주는 내용 말이다.
사실 우리 회사도 작년 이맘때쯤까지는 막연히 ‘직원들이 여가를 잘 즐기도록 해야지.’라는 막연한 생각만 가지고 있었다. 그때 한 멘토 분을 통해 여성가족부에서 진행하는 가족친화 인증 제도를 알게 되었고, 생각보다 작은 규모의 기업들도 인증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더군다나 가족친화 인증을 통해 기업과 근로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혜택이 많다는 사실도 알게 되어 주저하지 않고 인증을 신청하기로 마음먹었다.
무작정 신청을 진행할 수 없어 먼저 가족친화 인증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았다. 내용을 확인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궁금한 마음에 게시판에 있는 첨부파일들을 하나씩 확인하다 보니 정말 많은 서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찬찬히 살펴보다 보니 어느 정도 도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근거 없는(!) 자신감을 설명할 수 있도록 이제부터 인증 전 준비한 내용을 부분별로 나누어 알려주려 한다.
우선 큰 심사 요소들을 기준으로 인증 배점을 나누어 보면 회사가 가족친화 제도를 시행한 내용을 담은 서류 준비가 60점, 사업주와 근로자 인터뷰가 40점, 점수를 더할 수 있는 항목들이 최대 15점이다. 이 중 중소기업인 티미의 회사는 100점 만점(가점까지 115점)에 60점 이상을 획득하면 된다.
먼저 서류 준비를 보면 출산·육아와 관련한 사항들이 눈에 많이 띈다. 임신 중이거나 자녀가 있는 구성원이 없는 우리 회사는 이와 관련된 제도는 취업규칙을 통해 어느 정도 준비를 했으나, 실제로 이 제도를 실행한 경력이 없었다. 이 경우 가족친화 제도를 시행하지 않은 제도들을 빼고, 나머지 항목들의 점수를 비례해서 환산한다. 간단히 말해 시행한 제도들만으로 60점에 맞춰 점수를 매긴다는 것이다. 우리 회사는 유연근무제와 정시 퇴근 제도를 시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두 부분의 합(10+10)인 20점이 60점으로 바뀌어 그에 비례한 점수를 받았다.(점수가 3배로 불어나게 된다!)
(티미의 tip. 코로나 사태 이후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기업들이 많을 것이다. 이 경우도 유연근무제 활용률이 점수에 들어가니 꼭 전자식 또는 기계식 출퇴근 기록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사실 인터뷰를 준비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질문을 미리 아는 것도 아니고 담당자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대답을 내가 유도할 순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인증 전 사내 직원들에게 인증 사실을 알리고, 틈틈이 실제로 운영하는 가족친화 제도를 홍보해서 그들의 머릿속에 회사가 가족친화 제도를 운영한다는 기억이 남아있도록 최대한 세뇌(?)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티미의 tip. 훗날 현장심사 과정에서 대표자와 근로자 인터뷰에 둘 다 참석해보니, 두 집단에 묻는 내용이 달랐다! 너무 한쪽 입장에 치우치지 않도록 현명하게 가족친화 제도에 대한 인식을 안내하도록 하자.)
많은 가점 항목들이 눈에 띄지만, 어차피 가점은 최대 15점까지만 더할 수 있다. 기업의 상황과 성향에 맞추어 가능한 점수들만 준비하는 것이 좋다.
(티미의 tip. 개인적으로는 아래쪽에 있는 항목들을 준비하기가 더 쉬웠다. 비록 점수는 낮지만 꼼꼼하게 해당 내용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준비한다면 티끌 모아 태산처럼 생각보다 높은 가점을 받을 수 있다. 아래쪽 항목 중에는 티미가 글을 작성한 지원 사업도 있으니 확인해 보자.)
인증을 받는 동안 가장 많은 것을 배우고 도움이 되었던 부분이다. 가족친화 인증 홈페이지에서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컨설팅을 신청해 참여할 수 있는데, 여러 기업을 모아 그룹식으로 컨설팅을 진행하기에 다른 기업들의 진행 상황을 확인하며 우리 회사에 도움이 될 부분도 알 수 있었다. 또한, 컨설팅이 인증을 위해 준비하는 서류를 검토해 주는 과정이므로 부족하거나 잘못 준비한 사항이 있다면 심사 전 수정이 가능하다. 다행히 우리 회사는 좋은 컨설턴트 분을 만나 서류도 잘 확인해 주시고 도움이 되는 말씀들을 많이 들을 수 있었다.(정말 감사했습니다!)
(티미의 tip. 컨설팅 전에 깊이 고민하고 준비할수록 컨설턴트와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가능하면 준비하면서 궁금한 점, 컨설턴트에게 제안받고 싶은 점 등을 미리 정리하여 알찬 컨설팅 시간을 보내자.)
이후 인증 신청을 진행하면 기업과 일정을 조율해 가족친화 인증을 심사하게 된다. 서류 심사의 경우 컨설팅이 잘 이루어지면 큰 문제가 없으나, 현장심사는 중소기업의 경우 2명의 심사관이 하루 동안 기업에서 서류 검토, 인터뷰 진행, 현장 확인 등을 통해 심사를 진행한다. 또한, 사업주와 근로자가 별도의 공간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기 때문에 최소한 두 곳의 격리된 공간이 필요하다. 공유 오피스를 사용하는 티미의 기업은 공용 회의실을 시간에 맞춰 대관한 덕분에 큰 무리 없이 심사와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티미의 tip. 본인이 담당자라면 서류 전달, 인터뷰 일정 안내, 심사관 미팅 등 종일 심사 과정을 서포트할 일이 많다. 맘 편하게 하루 일정을 비워두고 심사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현장심사가 끝난 후 위원회의 인증 심의를 거쳐 큰 문제가 없다면 인증서가 도착하게 된다. 작년의 경우 8~9월쯤 심사를 진행하고 12월쯤 인증서가 도착하였는데, 긴 기간 동안 인증서가 오지 않아 조금 불안했던 기억이 있다. 원래 그 정도 일정이 걸린다고 하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길 바란다.
앞에서도 살짝 언급했지만, 가족친화 인증기업이 되면 회사와 근로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제도들이 많다. 우선 회사는 가족친화경영을 위한 컨설팅과 교육을 무료로 받을 수 있으며, 공공기관의 기업평가 가점, 은행의 대출이자·수수료 할인 등의 혜택이 있다. 또한, 근로자들은 여행상품을 구입하거나, 공공시설을 이용할 때 할인을 받을 수 있다. (200여 가지에 달하는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에서 안내 서류를 확인해 보자)
하지만 무엇보다 이 인증 제도의 가장 큰 장점은 회사가 가족친화 인증을 통해 근로자들이 일과 가정에 모두 충실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특히 컨설팅과 교육을 통해 회사가 해야 할 일을 잘 안내한다는 사실이 매력적이다. 우리 기업 역시도 컨설팅을 통해 가족친화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노력할 부분들을 많이 알 수 있었다. 컨설팅과 교육으로 인증에 좀 더 쉽게 다가설 수 있다는 사실이 잘 홍보되었으면 좋겠다.
(p.s) 2021년 가족친화 인증 제도는 아직 구체적인 공지사항이 나오질 않았다.(작성일 기준) 다만 5월 중순쯤 사전에 등록해 둔 기업 담당자들에게 메일을 통해 자세한 내용을 안내한다고 하니, '5월은 가정의 달'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미리미리 등록해 두도록 하자.
그리고, 글을 읽고 가족친화 인증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생겨 궁금한 점이 있다면 댓글이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문의해 주길 바란다. 언제든지 친절하게 안내할 준비가 되어있다.
※ 마지막으로 가족친화 인증에 덧붙여 적는 티미의 작은 바람이 있다. 사회 변화에 따라 가족의 구성이 다양해지면서 더는 사회에서 전통적인 가족, 가정의 개념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인증 제목에 ‘가족’이 들어가는 만큼, 앞으로 해당 내용을 사업에서 홍보해 주고, 인증 과정에서도 안내해 주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에디터 '티미'의 3줄 요약
1. 근로자의 일과 가정을 모두 돕고 싶은 기업이라면 ‘가족친화 인증 제도’를 확인해보자.
2. 생각보다 도전할 만한 인증이니 담당자라면 티미의 인증 과정을 한 번 쭉 읽어봐 달라.
3. 기업 인증에서만 멈추지 않고 진정한 가족친화기업이 될 수 있도록 컨설팅과 교육에 관심을 갖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