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진짜 할 것도 없고, 내가 있는 직장도 언제 잘릴지 너무 불안해…. ㅠㅠ
얼마 전 고향으로 내려가 만난 친구와 술자리를 하다 들은 말이다. '시원한 맥주 맛을 씁쓸하게 만들지 말라'라며 애써 유쾌하게 말을 넘기긴 했지만, 술자리를 마친 뒤 조용하고 어두운 동네 길을 걸으며 친구가 느끼는 우울함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지방에서 일한다는 이유만으로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하는 친구의 푸념을 곱씹어 보니 과연 서울과 지방 청년들의 일자리 환경은 얼마나 다를지 궁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문제는 비단 내 친구들만 겪는 문제가 아닌 것 같았다. 지방 청년이 서울로 면접을 보러 가는 이야기를 담은 한 유튜브 댓글에는 '서울만 대한민국이냐', '자기가 겪어보지 못한 많은 일과 상황이 있다는 걸 좀 알았으면 좋겠네요'처럼 지역 청년들이 겪는 서러움이 솔직하게 드러나기도 했다.
더군다나 지난번 티미가 준비했던 포스트는 서울시의 구직 청년들에게만 도움이 되는 내용이었다(서울시 미취업 청년 취업장려금 보러 가기). 지난번 포스트의 잘못(?)을 만회하고자 내가 찾아본 내용을 독자들과 같이 공유하면 좋을 것 같아 이번 포스트는 청년들의 지역 격차, 그중에서도 일자리에 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다.
통계청에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절반 정도(50.3%), 그리고 청년들의 53%가 수도권(서울+경기도+인천)에 모여있다고 한다. 언뜻 보면 청년들이 유난히 수도권에만 모여있지는 않는다고 언뜻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나이가 많은 노년층은 지방에 사시는 분들이 더 많으며(57%), 청년이 되기 전인 어린 세대(청소년, 영·유아)는 대부분 부모님과 같은 곳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자신의 의지로 거주지를 이동하는 청년들의 수도권 쏠림 현상은 다른 세대보다 더욱 두드러진다.
어쩌면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모이는 현상을 일시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가 우리 일상으로 들어온 이후에도 청년들은 수도권으로 꾸준히 모여들고 있다. 오히려 2020년 하반기 서울시의 집값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면서 일부 청년들이 서울을 떠났지만, 나머지 지역(경기, 인천)으로 들어오는 인구는 유지되었고 당연히 같은 기간 동안 다른 지역의 청년들은 계속해서 지역을 떠나 수도권으로 이동해왔다.
특히 위 그래프에서 20대는 기간에 상관없이 꾸준히 수도권으로 모여드는 현상을 보였다. 이는 집값이나 직장 문제로 오히려 수도권을 벗어나는 30대와는 달리 대학 진학, 취업 등의 이유로 살던 곳을 떠나 수도권으로 옮겨오는 청년들의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30대의 이동 경향은 서울시의 그래프와 비슷한 수치를 보였다.
그밖에도 주민등록 주소지를 옮기지 않고 수도권에서 생활하는 청년들도 있기에 실제로 수도권으로 유입되는 청년의 숫자는 그래프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티미도 자란 곳과 다른 지역의 대학을 다닐 때 기숙사에 있었지만 전입신고를 하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모여들면서도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는가 보다. 지난해 청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정책 지원을 물었을 때 교육 및 일자리 분야라는 답변이 전체의 40%를 차지하며 가장 많았다. 그동안 정부에서 시도했던 많은 정책과 지원사업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고 있지 않은 듯하다. 그렇다면 청년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일자리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수도권과 나머지 지역을 비교해보면서 살펴보도록 하자.
실제로 수도권과 나머지 지역 사이에는 생각보다 큰 일자리 격차가 존재한다. 통계청에서 제공하는 일자리 자료에 따르면 우선 사람을 뽑으려는 회사의 숫자부터 수도권과 나머지 지역 사이에 차이가 존재했다.(58.2% > 41.8%) 거기에다 실제로 구인광고를 통해 근로자를 뽑는 일자리 수는 수도권과 다른 지역 사이에 격차가 더욱 크다는 사실(62.4% > 37.6%)을 알 수 있다. 이는 예전 포스트에서 잠시 소개했던 올해 들어 높아지는 실업률과 함께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몰려들게 하는 중요한 이유가 된다고 생각한다.
위 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수도권과 서울 지역의 임금이 다른 지역과는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우선 모두가 알고 있듯이 서울시의 월평균 임금은 다른 지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았다. 아무래도 많은 기업과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라 소득이 높은 직종도 많이 모여있기에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표에 없는 영남 지방(부산, 울산, 경남)의 경우 평균 임금이 높은 편이었지만 매년 임금의 차이가 심했다. 아마도 지방의 주요 사업인 제조업, 중공업이 경기에 따라 부침을 겪기 때문인 것 같다.
결국, 일자리를 얻을 기회도 많고 더 많은 (최소한 똑같은) 임금을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는 수도권을 두고 청년들에게 지방에 가서 취업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다.
티미 Says...
서울시에서는 지금처럼 수도권에 쏠리는 청년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작년에 한 가지 재미있는 정책을 추진하였다. 바로 청년들에게 지방의 일자리를 소개해 주고, 일정 기간 그곳에 거주하도록 하는 「청정지역 프로젝트」 다. 서울 청년들이 특정 지역의 일자리를 지원하면 서울시에서 인건비를 지원해 주고, 지역 기업은 서울 청년을 고용해 9개월여간 직업 활동과 사회봉사의 기회를 주는 것이다.
2021년에는 아직 프로젝트 계획이 나오지 않았지만, 서울시 청년들을 지방으로 보내 일자리를 만들어 준다는 시도는 나에게 참 신선하게 와닿았다. 다만 글 첫머리에서 한탄한 친구의 말처럼 단순히 정해진 기간의 일자리만 제공하는 것이 아닌, 지속적인 일자리와 자기 생활을 즐길 수 있는 기반이 먼저 갖춰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방의 인구가 줄어들어 지역 도시들이 사라질 것을 걱정하고 있는 요즈음, 수도권을 중심으로 청년들의 지역 정착을 도울 수 있는 다양한 정책들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티미의 3줄 요약
1. 청년층의 수도권 쏠림 현상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2. 일자리와 임금 격차는 더욱 청년들을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오도록 하고 있다.
3.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쏠리지 않도록 다양한 정책들이 나오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