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석규 Oct 09. 2018

30대 가장 행복했던 순간

나의 30대는 20대 대학생이 졸업 후 사회생활을 하는 것처럼 녹녹지 않았다.

성공이라는 것은 자수성가하여 부자가 되거나 명예를 통해 유명해져 남부럽지 않게 사는 것이다. 성공하는 사람은 나에게 일어날 리 없고 나처럼 가난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은 더욱 그렇다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보통의 사람에게는 일어나지 않는 것으로 생각했다.

지금도 많은 돈을 벌지 못하고 유명한 교수도 아닌 대학교에서 학생을 지도하는 평범한 교수이지만 지난 14년 동안 한 분야에서 꾸준히 달려왔다. 지금까지 어려움을 포기하지 않고 인생의 페달을 밟아 올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아내의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혼하던 해 아버지는 중풍으로 쓰려지셨고 12년 동안 시아버지를 모시고 살았다. 언어마비와 한쪽 마비가 와 몸이 불편한 시아버지를 모시면서 한 번도 불평하지 않고 살아와준 아내에게 늘 고맙게 생각한다. 변변치 않은 직장에 다니면서 적은 월급으로 살기 어려울 때 두 아이의 엄마이자 한 남편의 아내로, 며느리로 살아왔다.

직업군인을 전역하고 먹고살기 힘든 시절이 있었다. 새벽에 우유배달을 하고 낮에는 일을 해야 하는 남편을 돕기 위해 새벽에 차를 같이 타고 배달에 나갔던 아내가 기억이 난다. 추운 겨울 차가운 우유를 하나하나 챙겨가며 남편을 돕던 아내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때는 ‘조금만 고생하면 좋은 날이 올 거야’라는 기대를 안고 늘 삶이 행복했다.

아내는 20대에 일찍 결혼하여 시아버지를 모시고 당뇨와 암으로 누워 있던 남편 때문에 늘 가족에 대한 걱정과 고생만 하고 살아왔다. 그런 아내가 벌써 마흔이 넘어 버렸다.

눈가에 주름을 보면 세월이 야속할 정도로 너무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

 비가 온 후에 날이 개듯이 기다림 속에 기회는 오는 법이다.

고생하면 살던 우리 부부는 서울에 올라와 제대로 된 직장을 얻어 수원에 작은 연립주택을 얻을 수 있었다. 아내는 그때가 세상에서 가장 감사하고 행복했다고 한다.

작은 것에 감사하고 행복할 수 있는 것은 고통과 어려움 속에서 볼 수만 있다. 누구나 볼 수 있는 것이라면 누가 고생하며 인내하겠는가?

당신은 기다림에 대해 얼마나 진지하게 생각을 해보았는가?

입에서 쉽게 말할 수 있는 단어이지만 그 속에 담겨 있는 의미를 되새겨 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고진감래 [苦盡甘來]라는 고사성어는 누구나 잘 알고 있는 말이다. 고생 끝에 낙이 찾아온다. 지금은 어렵고 힘들지만 시간이 지나면 좋은 날도 오는 법이다. 성경에도 이런 말이 있다.     

“내가 또 너희에게 이르노니 구하라 그러면 너희에게 주실 것이요. 찾으라 그러면 찾을 것이요. 문을 두드리라 그러면 너희에게 열릴 것이니 구하는 이마다 얻을 것이요 찾는 이가 찾을 것이요 두드리는 이에게 열릴 것이니라”-마태복음 7장-8절    

기다림은 우리에게 희망을 주지만 그 안에는 인내해야 할 고통과 어려움이 가득 차 있다. 그리고 기다림은 우리에게 고통을 이겨낼 수 있는 요술방망이와도 같다.

오늘 내 가족이 서로 눈을 보고 작은 것에 감사하며 살고 있다는 것이 진정한 행복한 순간이다. 조금 고생한다고 불행하지 말자.

이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다. 앞으로 살아가야 할 우리의 인생은 기다림 속에 기다림이다. 아내라는 이름은 세상에서 가장 믿음이 가고 용기를 주는 단어이다. 우리가 인생의 여행을 떠나야 할 때 누가와 함께 떠나겠는가? 혼자 가야 할 때 누구와 함께 걸어가고 싶은가? 나는  아내와 함께 늙어 가는 것이 나에게 큰 행복이다.

행복의 파랑새는 멀리 있지 않다. 당신에게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인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