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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ia Feb 24. 2024

20240224_잠시만

로그인과 로그아웃 그 어딘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중에 스마트폰 중독이 아닌 사람들이 있을까. 나도 그 중독자 중 하나다. 옛날엔 스마트폰이 없었을 때 어떻게 약속장소를 찾아 사람들과 만나고 했었는지 이젠 정말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마치 태초부터 이 스마트한 문물이 우리와 함께한 것처럼 느껴진다. 나는 친구들 사이에서도 소문난 길치, 방향치다. 심지어 지금도 길을 가다가 상점에 들어갔다가 나오면 내가 어느 방향에서 걸어오다 그 상점엘 들어갔는지 방향을 잡지 못해 걸어 들어온 방향으로 걸어갔다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반대로 다시 돌아오는 일도 허다하다. 그런 내가 이 손바닥 만한 기계만 있으면 길을 찾고 숨겨진 맛집을 알아내며 친구들을 만나면 길 안내까지 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삶에 있어 편리해지고 빨리 진건 부정할 수 없지만 마음 한편엔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핸드폰 알림음과 다 읽지도 못하는 감당하기엔 너무 많은 메일내용, 단톡방 메시지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내용을 다 확인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조바심마저 들게 된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아주 급한 마감 독촉 전화가 아니라면 이 조바심과 잠깐 거리를 둬 보는 건 어떨까.

우선,

폰 설정을 무음으로 해 놓은 뒤에 복층 탁자 위에 폰을 두고 1층에서만 생활하기를 해 봤다.

째깍째깍. 20분.. 30분...

담배나 마약을 못하게 한다면 이런 기분일까?(둘 다 해 본 경험은 결코 없지만) 처음엔 초조함이 밀려오며 자꾸 복층을 쳐다보며 진동음이 울리는 환청까지 들리는 것 같았다. 금단현상이다.

그래서! 하루 종일 폰 없이 생활하기 성공했냐고? 내 스마트폰은 아직도 복층 책상 위에 있다.

아직까지 잘 이겨내며  1층에서 아이패드로 음악을 들으며 글을 쓰고 화면 위에 뜨는 카톡메시지를 미리 보기로만 확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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