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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ia Feb 25. 2024

20240223_누구냐 넌

안으로 날아든 새 한 마리

어제의 글쓰기 수업에 자극을 받아 오늘부터는 달라질 결심을 한다. 며칠이나 갈까 싶지만 잘 안 떠지는 눈을 수동으로 오픈하고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기분 탓인가 오늘 유난히도 날씨가 쌀쌀하다. 나갈까 말까 머릿속으로 시물레이션을 해 봤다. 안 나가는 것보단 나가는 게 더 낫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아침산책을 겨우 마치고 돌아오며 “어때! 그래도 나오니까 좋잖아. “라고 혼자 말해 본다. 이 느낌대로 내일도 할 수 있을 거라는 자기 암시다. 처리해도 티는 안 나지만 해야 되는 일들을 순서를 정해 처리하고 나니 나름 뿌듯하다. 물 한잔으로 나의 그간의 나태함에 대한 죄책감을 흘려보낸다. 산책 가기 전 돌려놓은 빨래가 이리저리 엉켜 돌아간다. 돌아가는 빨래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내 머릿속 생각들도 쉴 새 없이 돈다. ”음, 잘 돌아가고 있군. “ 나의 오전이 그렇게 흐른다.

 지이잉~탁자에 있던 핸드폰이 울린다. 오피스텔 오픈커뮤니티에 사진 하나가 기재됐다. 까맣고  동그란 무언가가 복도 중간에 나타났다는 제보다. 사진을 확대하니 새 같은데, 내가 아는 새 종류라곤 참새, 비둘기, 까마귀, 백로, 갈매기 정도다.. “누구냐 넌?” 나에게 이 사진 속 아이는 그저 이름 모를 새다. 누군가가 열어놓은 문 틈으로 들어왔을까. 어떤 경로로 들어오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이곳으로 온 1년간 처음 있는 일이다. 사진을 확대해 보는데 일면식도 없던 이 새가 왜일까 안쓰럽고 친근하게 느껴진다. 내가 오전에 나가봐서 아는데 오늘은 정말 추운 날이다. 그래서 추위를 피해 들어온 건 아닐까. 아니면 큰 새의 공격으로 인해 무리에서 이탈해 여기로 흘러들어 온 걸까. 평소라면 그냥 그런가 보다 흘려보냈을 일인데 아! 머릿속이 또 복잡하다. 사진 한 장에 여러 생각들을 안고 일단 물그릇에 물을 따라 문을 나선다. 새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지만 두려움보단 호기심이 지배적인 지금 용기를 내 1층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두근두근. 그런데 사진 속 장소에 그 새가 없다. 이미 날아갔나 보다 하고 복도 코너를 도는데 구석에 녀석이 겁먹은 듯 잔뜩 웅크리고 앉아 있다. 소개팅 때 (이젠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처럼 떨리는 마음으로 천천히 다가가 물그릇을 쓱 내밀었다.

“으아악”

낯선 이의 호의가 녀석에겐 반갑지 않았던 걸까 파드닥 날갯짓을 하며 천장으로 날아올랐다. 그 덕에 나도 너무 놀라 차가운 돌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아픔은 잠시잠깐, CCTV에 고스란히 녹화됐을 내 모습에 민망함과 창피함이 동시에 밀려와 얼굴이 화끈거렸다. 얼른 몸을 일으켜 다시 집으로 후다닥 들어왔다. 괜한 일을 한 건가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때마침 빨래가 다 됐다는 멜로디 소리가 울려 퍼진다.

“역시나, 나가지 말걸 그랬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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