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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ia Feb 25. 2024

20240225_갑분 24


인생을 살다 보면 이런저런 추위들을 만나는데 겨울에 당하는 추위에 난 속수무책이다.  그 녀석은 늘 겨울만 되면 찾아와 내 어깨에 달라붙어 나를 한없이 가라앉게 만든다. 혹자는 ”바쁘게 지내면 금새 극복돼“. 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모두가 추위를 견딜 수 있는 외투를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다. 우울해지고 한 없이 약해지는 이 마음을 털어놓을 곳이 없거나 견디기 힘겨워질 때면 뭔가를 할 의지가 생기질 않는다. 하루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나를 자책만 하다  이렇게 일요일을 마무리할 순 없단 생각에 옷을 주섬주섬 주워 입고 밤산책을 나갔다. 수원에 머물며 젤 마음에 드는 건  집에서 5분 거리에 공원이 있다는 거다. 이곳에 처음에 왔을 때만 해도 가까운 거리에 공원도 있으니 아침에 일어나 공원 산책을 하고 하루를 시작하겠다 다짐했었다. 이미 그 루틴은 개나 줘버린 지 오래지만 서울 살 때 보단 훨씬 자주 산책을 하며 삶의 만족도가 높아졌다. “역시 팍세권의 메리트란”.  밤인데도 공원 주위에 불 켜진 상점들도 많고 조명시설이 잘 되어 있어선지 산책 나온 사람들이 제법 보인다.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 급한 일이라도 생긴 것인지 주인의 발걸음을 재촉하는 강아지의 다급한 발소리. 이 밤에 무슨 심각한 얘기를 하는지 벤치에 앉아 수다 삼매경에 빠진 소녀 둘. 밤공원의 풍경이다. 공원 절반쯤 걸었을까 저편에 환하게 불 켜진 스터디카페 간판이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중에 내 눈에 들어온 건 “24”라는 숫자다.  ”24시간을 하는 스터디 카페가 있는 걸 보면 어느 정도의 수요가 있다는 건데, 나만 빼고 다들 열심히 사는 모양이군 “. 두 번째 자책. 오늘은 자책만 하다 주말이 끝나겠구나 싶은 차에 문득 궁금해졌다. ”이 시간에 저 스터디카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 호기심은 무기력한 나를 춤추게 한다. 그 ”24 “ 숫자에 이끌리듯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이중 보완창으로 되어있어 안 풍경은 볼 수가 없다. 두리번거리는 나를 발견한 누군가 다가와 말을 건다. “어떻게 오셨어요?” “네? 아.. 저.. 여긴 얼마나 하나요? “  당황해서 내뱉은 말에 퍽 당황스럽다. ”제가 여기 관리자인데 한번 둘러보시겠어요? “  ”아니요 “라는 말을 차마 못 하고, 소심쟁이라 ”네. “라고 해 버렸다. 친절한 설명을 다 들은 후 연락처를 주고받았다. 자세한 내용들을 받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어떡하지? 나 내일부터 스터디 카페 다니는 건가. 이런, 무기력하긴 틀렸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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