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pelia Feb 27. 2024

20240226_누군가에게 싫은 사람이 된다는 건

스무 살 끝무렵에 나에게 갑자기 전화로 절교를 선언한 친구가 있었다. 유치원, 초등학교 때라면 모를까 다 큰 어른이 돼서 겪는 친했던 친구에게서의 절교선언은 그 당시에 황당하면서도 꽤 커다란 상실감을 나에게 안겨줬다. 도대체 갑자기 이러는 이유가 뭐냐고 물으니 “넌 기억을 못 하겠지만 예전에 너에게 너무 서운한 감정이 들었고 그 사건을 떠올리니 친구 하기가 싫어졌다”. 는 거였다. 그래서 그 서운했던 일이 뭐였냐고 물으니, 기억을 못 한다면 더 이상 나랑 할 말은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너무도 단호한 A의 어조에 더 이상 물어보지 못하고 그렇게 우린 한 순간에 멀어졌다.


얼마 전 A와 나를 아는 친구 B에게서 연락이 왔다. A가 그때의 일을 사과하고 싶다고 내 연락처를 물어왔는데 알려줘도 되냐는 거였다. 난처했다. 10년이나 훌쩍 지난 지금에 와서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까. 만나면 무슨 말부터 시작해야 하나 그 어색함이 참을 수 없을 것 같다. 다시 친했던 예전으로 돌아가기엔 그녀와 내가 함께 했던 기간보다 좋지 못한 찝찝한 감정을 안고 만나지 않은 기간이 훨씬 길다는 거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일 순 없다는 걸 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미움을 받는다는 건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힘겨운 일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20240225_갑분 24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