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돌아가는 버스에 운 좋게 자리를 잡았다. 오늘 뭘 먹을까 생각하다 날씨가 흐려선지 따끈하고 속이 풀릴만한 국물 생각이 간절하다.
냉장고에 뭐가 있다 뒤적이는데 냉동칸에 꼬치어묵을 발견했다. “그래, 오늘의 분위기엔 너다.” 매콤한 어묵탕엔 청하가 딱 어울리지만 나에겐 20대 때부터 지켜오는 철칙이 하나 있다. 절대 집에선 술을 마시지 않는다. 이유가 뭐냐고 물으면, 글쎄? 집에서 먹으면 그 맛이 안 난달까. 술맛이 장소에 따라 달라질 리는 없겠지만 분위기를 중시하는 내 입맛은 밖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며 마시는 술이 이상하게 더 맛있게 느껴진다.
얼마 전에 산 레트로 감성 물씬 나는 양은냄비에 끓인 어묵탕에 요즘 푹 빠져있는 <나는 SOLO>를 틀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어묵꼬치 하나를 후우 불어 한입 베어무니, 예전 광고에 김혜자 선생님의 대사가 떠오른다.
“그래, 이 맛이야.”
그렇게 오늘 하루도 수고했다며 나를 토닥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