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은 집 대청소의 날. 욕실은 주로 내 담당이다. 바닥과 거울, 벽을 세정제로 쓱쓱 문지르고 나중에 마무리로 물을 쫘악 뿌려주면 내 속도 쏴악 하고 내려가는 것 같아서 자원했다. 오늘도 욕실을 깨끗하게 청소할 내 청소메이트들을 1열로 세워봤다. 모두 욕실이라는 공간에서 각자만의 역할이 있다.
왼쪽 순으로.
맨 첫 번째, ‘큰솔이’는 바닥 담당이다. 기다란 바디에 거친 모발을 가지고 있어 딱딱한 바닥의 이물질이나 얼룩들을 말끔히 제거할 수 있다.
두 번째, ‘작은 솔이’는 변기겉면 청소를 맡고 있다. 처음에 우리 집에 왔을 때만 해도 부드러운 아이였으나 꺾인 부분이나 험한 안쪽을 병행하다 보니 모발이 거칠어져 좀 미안한 마음이 든다.
세 번째, ‘작은 솔이’와 짝꿍인 ‘보들이’는 변기 안쪽을 맡고 있다. 최전방에 이름만큼 근무 환경이 좋지 못해 자주 바뀌는 단기근속이지만 한마음 한뜻으로 열심히 쓰임을 다한다.
네 번째, ‘보람이’는 막내로, 주로 세면대나 수전 구역들을 담당한다.
이름도, 하는 일도, 생김새도 다르지만, 다 같이 욕실에서 살아가고,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쓰임을 다하고 있다는 건 변함이 없다.
‘다르다’는 것은 ‘틀리다’는 말과는 다른 의미로, 나와 생김새가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이념을 가지고 있다고, 배척하고 비난하기보다 따뜻한 마음으로 포용해 보는 건 어떨까.
조금만 더 따뜻한 시선에서 타인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동반된다면, 우리의 삶이 좀 더 부드러워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