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pelia Mar 12. 2024

20240311_교통섬

      도로를 지나다 보면 가끔 교통섬을 만나게 된다.  보행자 신호에 미처 다 건너지 못할 때 여기서 대기하게 되는데, 꼭 약속에 늦을 새라 다급할 때, 이곳에 있으면 조바심이 생겨 이미지가 그다지 좋진 않았다.


      교통섬(Traffic island)의 뜻을 찾아보니 ‘도로의 한가운데나 교차로에 특수한 모양으로 만들어놓는 섬 모양의 구조물‘ , ‘자동차의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처리나 보행자 도로횡단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하여 교차로 또는 차도의 분기점 등에 설치하는 섬 모양의 시설’이라고 되어있다.


      앞, 뒤로 차들이 쌩쌩 달릴 때 서있으면 무섭고 신호가 바뀌기만을 바라며, 그냥 서있기 바빴다. 하지만 이곳의 명칭을 알고 나서부턴 조금 생각이 달라졌다. ‘섬’이라는 글자가 주는 이미지 때문인지, 혼자 서있으면 무인도에 있는 나를 상상하게 되고, 다른 사람들과 같이 이곳에 서 있으면, 같은 섬에 있다는 생각에 조금 웃긴 소리지만, 낯설지 않은 느낌이 들면서 가끔 쓰윽- 둘러보게 된다.


        ’ 모두 어디서 왔고, 또 어디로 이렇게 바쁘게들 갈까.‘   


      삭막한 도심 속. 이곳의 이름을 알기 전엔 몰랐을, 분명 예전에도, 그리고 내가 밟고 서 있는 지금도, 그저 회색 콘크리트 도로 사이에 만들어진 인공 블록인 건 변함이 없는데,

‘섬’이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는, 신기하게도, 외롭지만 오늘을 열심히 살아가는 이곳의 낯선 사람들의 안녕을 바라게 만든다.

매거진의 이전글 20240310_인생에 신호등이 있다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