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동네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규모가 어느 정도 있는 과일가게가 오픈했다. 사는 곳에서 정말 가까운 (늘 사람들이 겨울 내내 줄 서 있던) 조개구이집은 그 옆 공간을 사들여 확장공사를 했다. 해산물을 좋아하는 나로선 늘 지나다니며 냄새만으로도 설레는 장소다. 길 건너에 있던 올리브영은 원래 작은 공간으로, 상점과 상점 사이에 껴 있어 무심하게 걷다 보면 지나칠 수 있던 장소에 있었는데, 그 옆 영화관 건물 모서리 도로변으로 이전해 대기업의 위엄이 느껴지는 올리브영이 되었다.
뭐 조개구이집이야 겨울 내내 맛집이었으니 언젠간 확장하겠다 생각했고, 올리브영도 이 일대에 하나밖에 없기도 하고 대기업 라인이니 근처에 몫이 좋은 곳으로 이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곳에 과일가게라니, 과일가게가 들어선 곳의 입지를 잠깐 설명하자면, 도로변에는 있지만 인적이 드물고, 건너편은 논밭, 맞은편엔 바로 대형마트가 자리 잡고 있어 경쟁력이 영 떨어진다.
또 호기심에, 마침 과일도 떨어졌고 해서, 재래시장에서 볼 수 있는 분위기의 과일가게로 향했다. 뭔가 도심 속에 작은 시장 같아 정감이 갔다. 각 종 과일들이 나무상자에 담겨 그 안에서 질서를 이룬다.
과일가게 아저씨가 웃으시며 친절히 맞이해 주셨다. 얼마 전 대만 갔을 때 먹지 못해 아쉬웠는데... 망고 삼 형제가 제일 눈에 띄었다. 그다음엔 요즘 글 쓰기 하느라 침침한 나의 눈을 위해 블루베리 3팩.
계산을 하려는데, 과일가게 아저씨가 ‘다 해서 얼마냐’ 고 나한테 물어보신다.
‘ 으잉? 신선하다. ‘
이번엔 계산을 다 마쳐서 과일봉지를 챙기려는데, 아저씨가 내 과일봉지를 가지고 어디론가 가신다.
‘ 앗! 어디로... 가시.. 는...’
‘ 이건 서비스여.’
멋쩍게 웃으시며 커다란 귤을 내 봉지에 함께 담아주신다. 대형마트에선 찾아볼 수 없는, 이런 게 작은 가게들만의 따스한 ‘정’ 이 아닐까?
대형마트나 대형상권으로 인해 점점 재래시장이나 작은 점포들이 없어져 가고 있는 요즘이다. 심지어 대형마트에선 셀프계산대 무인 자동화 시스템이라 사람과 마주할 일이 없다.
기계화로 인해 일 처리 속도는 빨라졌지만, 짧은 순간에도 상대의 표정과 말투, 행동으로 감정을 읽어내고 교감하는 이런 섬세하고도 정교한 과정은 점점 줄어드는 게 아쉽다.
투박하지만 정감 가득한 이곳, 왠지 단골 가게가 될 것 같다. (아저씨가 서비스 과일을 주셔서는 결코 아님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