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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ia Mar 16. 2024

20240315_집

      다른 계절엔 잘 알아채기 어렵지만 겨울에 나뭇잎들이 모두 떨어지고 나면 높고 큰 겨울나무에서 저런 새둥지를 심심찮게 발견하게 된다. 어미새는 알을 낳고 새끼들을 키우기 위해, 둥지를 지을 수 있을 만한 가느다란 나뭇가지를 열심히 나른다. 보통은 높은 나무 위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자세히 들여다볼 수는 없지만 멀리서 봐도 구조가 꽤나 정교하다. 겨울 내내 거센 바람이 불거나  차가운 비바람이 몰아칠 텐데도 허물어지지 않고  남아있는 걸 보면 말이다. 놀라운 건 단순히 목초만 사용해서 짓는 게 아니라 진흙이나, 이끼, 거미줄, 심지어 쓰레기 등 복합재료를 이용해 견고하게 만든다. 둥지의 크기도 새끼의 수에 따라 그 크기가 다양하다.


갑자기 궁금해졌다. 신혼 때엔 자녀 계획을 한 마리로 정해 둥지를 작게 지었는데, 살다 보니 두 마리, 세 마리... 다섯 마리로 대가족이 되면 살던 집을 버리고 다시 둥지를 크게 지어 이사를 가는 걸까? 아니면 그 수에 맞춰 집을 증축이라도 하는 걸까.

 

     생각해 보면 인간들의 삶과 참 닮은 구석이 많다. 사랑하는 누군가를 만나 가족을 꾸리고, 그 속에서 함께 생활하기 위해 살기 좋은 집을 마련하고, 때론 천적의 위협으로부터 새끼 새들을 보호하기 위해 맞서고, 홀로 살아갈 수 있게 교육시키는 게  말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이런 야생의 세계는 인간 세상 보다 더 날것이라, 실수 따위는 용납이 안 돼서  정확하고, 계산적이며, 더 혹독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칫 잘못했다간 목숨을 잃을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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