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문구샵을 들어갔는데 작을 대로 작아져 손에 쥐기 힘든 길이의 몽당연필들이 전시 유리관 안에 들어있었다. 학교 다닐 때 연필 참 많이 썼었는데, 이 연필들을 보니 옛날 생각이 났다.
학교 첫 입학, 낯선 학교와 교실 그리고 친구들. 그리고 새로 산 가방에는 새로 산 플라스틱으로 된 필통. 그 안에 가지런히 깎여있던 연필들. 공책 위에 글씨를 쓸 때 사각 거리던 그 느낌.
사각사각 계속 쓰다 보면 금방 닳아 연필 깎기에 넣어 다시 뾰족해진 연필에 기분이 좋아졌다. 자주 쓰는 연필은 금세 닳아버렸는데, 몽당연필들은 또 귀여워서 못 버리고 투명한 유리병에 따로 모아뒀었다.
지금 그 유리병은 어디로 갔는지 행방이 묘연한 지 오래, 잊고 있었다. 소중했던 추억들.
작년 가을, 동해로 여행을 갔었을 때, 연필 뮤지엄에 들린 적이 있었다. 지금은 문서작업들을 컴퓨터로 다 처리하게 되고, 어른이 되면서 연필 보단 볼펜을 더 많이 쓰다 보니, 오래 잊고 지냈던 옛 친구를 만난 기분이 들어 즐겁게 다녀왔었다. 연필의 역사 서부터 유명 작가들이 쓰던 연필브랜드. 테마별로 형형색색 다양한 모양과 유명 캐릭터들이 입혀진 연필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던 곳이었다.
이런 작은 물건에도 역사가 있고, 환경에 따라, 시간이 변함에 따라, 쓰는 주인의 스토리가 담겨 특별해진다. ‘그 시절, 내 연필들은 나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반짝 유행하는 건 너무도 쉽게 사라지고 기억에서 지워지지만, 꾸준하다는 건 그 가치와 의미가 쉽사리 변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