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 50분부터 분주하게 하루를 시작했다. 여유롭게, 너무 급하지 않게, 천천히, 느리게를 실천하고 있었는데, 오늘은 그 다짐과는 다르게 ’ 분주하게 ‘ , ‘부지런하게’ 하루를 보내게 됐다.
오전 수업을 끝내자마자 점심을 먹기 위해 본가에 잠깐 들리기 위해 버스를 탔다. 대중교통을 이용면 장점인 것이 운이 좋으면 자리를 잡고 앉아 음악을 들으며 창밖을 보며 도시여행하는 기분을 느껴본다거나 책을 보거나 핸드폰을 할 수 있다. 오늘은 운이 좋은 날이 아니었다. 내릴 때까지 내내 서서 가느라 다리가 아파왔고, 천장에 매달린 작고 동그란 링 하나에 의지해 중심을 잡으려다 보니, 위로 향한 내 손은 점점 창백해져만 갔다.
점심을 먹고 필요한 도구들을 큰 가방에 넣고 다시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강자들만 살아남는다는 1호선. 오늘은 어지간히도 운이 없나 보다. 큰 가방에 짓눌려 이젠 어깨까지 저릿해 온다. 앞으로도 목적지까지 한참이나 남았는데 생각하고 있는 찰나 친구한테 연락이 왔다. 회사에 일이 생겨 약속시간을 좀 늦춰야겠다는 연락이었다. 오늘은 뭔가 계속 어긋나고 고생하는 그런 날인가 보다.
약속 장소에 너무 일찍 도착해 버려 무거운 짐가방까지 어깨에 들려있는 터라 시간을 때우기 위해 자리를 찾아야만 했다. 하필 생긴 지 얼마 안 된 수원스타필드에서의 약속이라니. 별마당에도 사람들로 가득가득 차 있어 좀처럼 앉아있을 곳이 없다. 허기진 배를 채우려 음식점을 찾는데 저녁시간 때라 그런지 웬만한 곳이 다 웨이팅이다. ‘그래, 다 웨이팅이라면 기왕 줄 서는 거 맛집에 가서 서 있자.’
‘몇 분이세요?’. ’ 저 한 명이요.‘. ‘ 한분이시면 이쪽으로 먼저 들어오세요.’
길게 늘어선 줄에, 한 명분 자리가 있어 먼저 들어가게 된 것이다. ‘얏호!’ 그간의 어긋난 일들이 눈 녹듯 사라졌다. 난생처음으로 혼술혼밥에 도전했다.
‘아, 오늘따라 하이볼이 참 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