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제법 낮이 길다. 달력을 보니 춘분이라고 적혀있었다. 검색을 해 보니, 춘분은 24 절기의 네 번째 절기로, 태양이 춘분점에 이르렀을 때, 태양의 중심이 적도 위를 똑바로 비춘다. 그래서 낮과 밤의 길이가 12시간으로 같다고 한다. 우리 조상들은 춘분을 ‘나이떡 먹는 날’이라 부르며 가족이 모여 송편과 비슷한 ‘나이떡’을 먹었다고 한다. 아이들은 작은 떡, 어른들은 크게 빚어 각각 자신의 나이만큼 먹었다. 난 그럼 도대체 몇 개야...
어젯밤에 마신 커피 탓인지 늦잠을 자버렸다. 눈을 뜨니 해가 중천이다. 당연히 운동을 못 갔다. 오후부터 하루를 시작하니 뭔가 죄책감이 들었다. 오늘은 다행히 날이 좋아 봄맞이 이불빨래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세제를 넣고 2시간 남짓. 빨래를 끝마쳤다는 멜로디가 울리고, 햇볕이 좋을 때 널기 위해 얼른 세탁기에서 이불을 꺼냈는데. 이럴 수가. 탈수가 전혀 되어있지 않아 이불을 꺼내는 순간 바닥이 흥건해졌다. 솜이불이라 무게는 또 어찌나 무거운지. 다시 구겨 넣고 ‘탈수’ 버튼을 눌렀다. 십여분 남짓. 탈수가 된 것인지, 그냥 돌아가기만 한 건지, 이불은 여전히 물을 잔뜩 머금고 있었다. 물이 빠지길 좀 기다렸다가 빨래 건조대에 널었다.
잠시 후. 이불에서 떨어진 물들로 거실바닥이 흥건해졌다. ’ 그래, 이참에 바닥청소도 하자.‘ 그렇게 이불세탁에서 집청소까지 일이 너무 커졌다. 창밖을 보니, 해는 어느새 건물 사이에 걸려있고 하늘은 붉게 물들었다. 운동을 안 가니 운동 이상의 강도로 노동이 찾아왔다.
’오늘 운동을 갔어야 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