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서점가에 한 권의 책이 조용히 등장했습니다. 『팔란티어 시대가 온다』. 표지를 넘기면 저자 이름이 나옵니다. 변우철.
이 사람은 누구일까요? 팔란티어 본사 직원일까요?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데이터 과학자? 아니면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
모두 아닙니다. 그는 그냥 회사원이었습니다. 2019년 두산인프라코어에서 팔란티어 도입 프로젝트를 맡았고, 2021년 DL이앤씨로 이직해서 또 한 번 팔란티어를 구축했고, 2024년에는 KT로 옮겨 지금도 팔란티어 사업을 이끌고 있습니다. 7년 동안 팔란티어 프로젝트를 세 번 했습니다. 그뿐입니다.
하지만 그 7년 동안 그가 겪은 일들을 책으로 쓰자, 수천 명이 그 책을 샀습니다. 팔란티어를 도입하려는 회사들, 데이터 전략을 고민하는 임원들, 디지털 전환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팀장들이 그의 경험을 원했습니다.
저는 궁금했습니다. ChatGPT에게 물어봤습니다. "팔란티어 도입할 때 주의할 점이 뭐야?"
답변이 나왔습니다. 데이터 거버넌스 체계를 먼저 구축하세요. COSO 프레임워크를 따르세요. 규제 준수 사항을 확인하세요. ROI 계산은 이렇게 하면 됩니다. 완벽했습니다. 논리적이고, 체계적이고, 틈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뭔가 허전했습니다. 그래서 변우철 작가의 책을 펼쳤습니다. 첫 페이지부터 다른 이야기가 시작됐습니다.
"두산인프라코어에서 팔란티어를 도입할 때, 제가 가장 먼저 부딪힌 건 기술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사람이었습니다. 부서마다 데이터를 독점하려 했습니다. 67개 시스템이 따로 놀았습니다. 누군가는 '데이터 성역'이라고 불렀습니다. 7년간 단 하루도 공격받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이게 차이였습니다. ChatGPT는 정보를 줬습니다. 변우철 작가는 경험을 팔았습니다.
정보는 0원이 됐지만, 지식은 여전히 값을 매길 수 있다
과거에는 정보와 지식이 구분됐습니다. 정보는 데이터의 나열이고, 지식은 그것을 체계화한 것이라고 배웠습니다. 하지만 AI 시대에 이 구분은 의미를 잃었습니다. AI가 모든 정보를 완벽하게 체계화하니까요.
그렇다면 지금 시대에 '지식'이란 무엇일까요?
2025년 9월, 세계경제포럼이 130명의 글로벌 리더들에게 물었습니다. "AI 시대에 가장 필요한 역량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응답자 100%가 같은 답을 1순위로 뽑았습니다. 비즈니스 통찰력과 전략적 사고. 데이터 분석 능력은 2순위였고, 프로그래밍 역량은 3순위였습니다.
SAP 코리아의 한 임원이 한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인간 지능의 강점은 단순히 주어진 정보를 처리하는 게 아닙니다. 우리는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미처 보지 못한 부분은 없는지'를 질문하고 탐색합니다."
정보는 0원이 됐습니다. 하지만 해석과 판단의 가치는 오히려 올랐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팔아야 할까요? AI가 복제할 수 없는 것, AI가 흉내낼 수 없는 것을 팔아야 합니다.
저는 그게 세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경험, 판단력, 그리고 관점.
당신이 겪은 그 프로젝트가 이미 콘텐츠다
어느 스타트업에서 재무팀장을 구하고 있었습니다. 창업자는 ChatGPT에게 물었습니다. "재무 리스크 관리는 어떻게 하나요?"
ChatGPT가 답했습니다. "COSO 프레임워크를 따르세요. 리스크 식별, 평가, 대응, 모니터링 순서로 진행하면 됩니다." 완벽한 답이었습니다. 창업자는 그대로 실행했습니다.
6개월이 지났습니다. 회사는 큰 손실을 봤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COSO 프레임워크는 미국 기준이었습니다. 한국의 금융위 가이드라인, 개인정보보호법, 핀테크 규제는 전혀 다른 게임이었습니다.
이때 27년 차 재무 전문가가 들어왔습니다. 첫 미팅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2019년 제가 비슷한 프로젝트를 했을 때도 똑같은 실수를 했어요. COSO가 뭔지는 저도 압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금융위 가이드라인을 먼저 확인해야 해요. 특히 핀테크는 개인정보보호법이 까다롭습니다. 이 부분을 놓치면 과태료가 수억 원씩 나옵니다. 저는 그 돈 다 내봤어요."
AI는 10만 개의 사례를 학습했습니다. 하지만 이 재무 전문가는 실제로 겪었습니다. 실패했고, 배웠고, 다시 성공했습니다. 그 시행착오는 데이터베이스에 없습니다.
변우철 작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팔란티어 프로젝트를 세 번 했습니다. 한 번이 아니라 세 번입니다.
첫 번째 프로젝트에서 그는 배웠습니다. 67개 시스템이 따로 놀았습니다. 부서마다 데이터를 독점하려 했습니다. 기술 문제가 아니라 사람 문제였습니다.
두 번째 프로젝트에서 그는 깨달았습니다. ETL 구조는 너무 느렸습니다. ELT로 바꿔야 했습니다. 건설 현장은 속도가 생명이었습니다.
세 번째 프로젝트에서 그는 이해했습니다. 이제는 팔란티어 도입이 아니라, 생태계를 만드는 단계였습니다.
첫 번째 프로젝트의 실수를 두 번째에서 고쳤습니다. 두 번째 프로젝트의 교훈을 세 번째에서 써먹었습니다. 7년간 단 하루도 공격받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그 7년이 책 한 권이 됐습니다.
ChatGPT는 팔란티어 도입 가이드를 완벽하게 출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7년간 단 하루도 공격받지 않은 날이 없었다"는 문장은 쓸 수 없습니다. 경험은 복제할 수 없습니다.
당신도 마찬가지입니다. 회사에서 27년을 보냈다면, 당신에게도 있습니다. 신규 시스템 도입 프로젝트, 해외 파트너와의 협상, 팀 구조조정, 신사업 기획.
그 모든 경험이 콘텐츠입니다.
숫자는 과거를 보여주지만, 판단은 미래를 읽는 것이다
어느 PE 펀드에서 스타트업 투자를 검토하고 있었습니다. AI 분석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 스타트업의 재무 상태는 양호합니다. ROI는 15%로 예상됩니다. 투자를 권장합니다."
숫자만 보면 좋아 보였습니다. 하지만 투자심사역은 고개를 저었습니다.
"숫자는 좋아 보입니다. 하지만 이 업종은 규제 리스크가 큽니다. 정부 가이드라인이 6개월마다 바뀌거든요. 작년에도 비슷한 회사에 투자했다가 규제가 바뀌는 바람에 사업 모델을 통째로 바꿔야 했어요. 저라면 투자 금액의 50%만 넣고, 나머지는 시리즈B 결과를 보고 결정하겠습니다."
AI가 놓친 게 뭘까요? 맥락입니다. 숫자는 과거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판단은 미래를 읽는 겁니다. 규제가 어떻게 바뀔지, 시장이 어디로 갈지, 경쟁사가 무엇을 준비하는지는 데이터로 알 수 없습니다. 경험과 직관으로 알 수 있습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대니얼 카너먼은 인간의 사고를 두 가지로 나눴습니다.
시스템 1은 빠른 생각입니다.
직관적이고 자동적입니다.
시스템 2는 느린 생각입니다.
의식적이고 논리적입니다.
AI는 시스템 2에서는 인간을 압도합니다.
계산과 논리는 완벽합니다.
하지만 시스템 1은 인간만의 영역입니다.
"뭔가 이상한데?" 하는 직감,
"이건 안 될 것 같은데" 하는 본능,
"여기에 기회가 있어" 하는 감각.
이건 학습으로 얻어지지 않습니다.
수천 번의 의사결정을 내리면서 몸에 밴 것입니다.
한 컨설턴트가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성공 사례는 다 비슷해요. 하지만 실패 사례는 제각각입니다.
저는 실패 이야기를 더 비싸게 팝니다. 왜냐면 고객이 같은 실수를 안 하게 만들어주거든요."
Expert Network에서 시간당 50만원을 받는 전문가들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안 됩니다"를 정확히 아는 사람들입니다. 프로젝트를 100개 성공시킨 사람보다, 10번 실패하고 배운 사람이 더 귀합니다.
변우철 작가가 DL이앤씨에서 팔란티어를 도입했을 때, 출시 첫 달 일 평균 접속자는 80명이었습니다. 월 평균 접속자는 130명이었습니다. 전체 직원 4,500명 중 130명, 3%도 안 됐습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70점짜리 MVP를 만들어라. 1년 걸린 100점보다, 1달 만에 만든 70점이 낫다." 1년 후, 일 평균 접속자 550명, 월 평균 접속자 1,900명. 7배 성장했습니다.
이 1년의 시행착오가 책이 됐습니다. AI는 이 과정을 겪지 않았습니다.
"이게 당신에게 왜 중요한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는가
치히로라는 유튜버가 있습니다. 북일본 여행 콘텐츠를 만듭니다. 2026년 1월 기준, 한 영상 조회수가 약 40만입니다. 영상 제목은 "4박 5일 북일본 여행, 이렇게 하면 됩니다." 46분짜리 영상입니다.
북일본 여행 정보는 구글에도 있습니다. ChatGPT에게 물어봐도 나옵니다.
그런데 왜 46분짜리 영상을 40만 명이 봤을까요?
관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북일본은 자발적 고립을 즐기기에 최적의 장소다."
이 한 문장이 모든 걸 바꿨습니다. 단순한 여행지 소개가 아니라, "당신이 북일본에 가야 하는 이유"를 제시했습니다. 다른 유튜버들은 "북일본 핫플레이스 TOP 10"을 찍습니다. 하지만 치히로님은 다르게 봤습니다. "사람들은 핫플이 아니라, 고립을 원한다."
이 관점이 40만 조회수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만약 이 콘텐츠를 수익화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지식창업 관점에서 시뮬레이션을 해봅시다.
먼저 46분 영상에서 여행 정보만 추출해서 "북일본 자발적 고립 가이드북" 전자책을 만듭니다. 19,500원에 판매합니다. 40만 조회수에서 구매전환율 0.02%만 잡아도 156만원 매출이 나옵니다. 4박 5일 일본 여행 경비를 전액 회수합니다.
다음으로 웨비나를 엽니다. "북일본 여행 경비 20% 줄이는 법" 2시간 클래스, 49,000원. 40명만 참여해도 196만원 추가 매출입니다.
마지막으로 프라이빗 투어를 만듭니다. 4박 5일 북일본 여행, 6명 한정, 300만원. 월 1회 운영하면 월 1,800만원입니다.
같은 여행 정보입니다. 하지만 판매 방식을 달리했습니다. 유튜브 광고 수익 40만원에서 시작해서 로우 티켓 156만원, 미드 티켓 196만원, 하이 티켓 1,800만원으로 확장됩니다. 차이는 뭘까요?
"정보"가 아니라 "지식"으로 팔았기 때문입니다. 정보는 "북일본에 이런 곳이 있어요"입니다. 지식은 "당신의 문제(자발적 고립을 즐기고 싶다)를 해결해드립니다"입니다.
변우철 작가도 관점을 팔았습니다. 팔란티어를 데이터 플랫폼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고, ERP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변우철 작가는 세 번의 프로젝트를 거치며 깨달았습니다. "이건 플랫폼도, ERP도 아니다. 올인원 문제해결 도구다."
이 관점이 책이 됐습니다.
AI는 정보를 조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경험에서 나온 통찰은 만들 수 없습니다.
퇴직금이 자산이 아니다, 20년 경력이 진짜 자산이다
만약 1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뭘 하시겠습니까? 저라면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20년 경력이 곧 자산이라는 걸, 10년 전에 알았더라면."
퇴직금 ㅇ억이 자산이 아닙니다. 20년 경력이 진짜 자산입니다. 그 경력 속에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 실패하고 배운 실전 케이스, 수천 번의 의사결정으로 다져진 직관, 나만의 통찰과 해석.
AI는 당신의 경험을 흉내낼 수 없습니다.
AI는 당신의 판단을 대신할 수 없습니다.
AI는 당신의 관점을 복제할 수 없습니다.
정보는 0원이 됐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지식은 시간당 50만원입니다.
오늘부터 기록하세요.
당신이 겪은 프로젝트, 당신이 내린 의사결정, 당신이 발견한 통찰.
변우철 작가는 7년을 기록해서 책 한 권을 냈습니다.
치히로님의 북일본 여행 콘텐츠처럼, 4박 5일 여행 하나도 지식창업 관점에서 보면 월 수백만원에서 천만원대 수익 모델로 확장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20년은 얼마나 될까요?
다음 Chapter에서는
이제 구체적으로 어떻게 고객을 만날까요?
두 가지 길이 있습니다.
Chapter 14에서는 외향형의 게임을 이야기합니다.
사람을 만나 고객을 확보하는 법입니다.
Chapter 15에서는 내향형의 게임을 이야기합니다.
콘텐츠로 신뢰를 쌓는 법입니다.
당신의 성향에 맞는 길을 선택하세요.
[주석] 치히로님의 북일본 여행 콘텐츠 사례는 르코레터 뉴스레터의 지식창업 분석 시리즈에서 인용했습니다. 유튜브 조회수 약 40만(2026년 1월 기준)은 실제 수치이며, 로우-미드-하이 티켓 수익 모델은 지식창업 관점에서의 시뮬레이션입니다. 같은 콘텐츠를 어떻게 수익화할 수 있는지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